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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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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폭염 비상' 구토·탈진 온열질환자 속출, 난감한 KBO…"시간 늦추자" 현장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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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시간을 늦춰야 할 것 같다."

KBO가 주말 내내 폭염 경보에 골머리를 앓았다.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영상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지속됐다. 지난 2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전이 KBO 역대 최초로 폭염 취소된 데 이어 4일은 울산 LG-롯데전과 잠실 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전이 폭염 경보로 취소됐다. 3일 역시 폭염 경보가 있었으나 울산과 잠실 모두 경기를 강행했고, 잠실에서는 온열질환을 호소한 관중이 구단이 파악한 인원만 5명으로 집계되면서 심각한 상황인 것을 모두 인지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4일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되기 앞서 팬 5명이 전날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에 표정이 굳었다. 이어 "팬분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시돼야 한다. KBO 소속으로서 우리는 규정에 따르겠으나 안전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또 "예전 대구시민구장 1루 더그아웃이 그랬다. 인조 잔디에서 여름에 경기를 하면 해가 저녁 7시 반까지도 정면으로 비쳤다. (3루 원정 응원석을 보니) 문득 그 생각이 지나가더라. 팬분들께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니까.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키움 선수단은 이날 공식 훈련도 취소했다. 더 이른 시간에 훈련을 진행해야 하는 홈팀 두산 선수단 역시 자율 훈련으로 진행했다. 휴식을 취하고 싶은 선수들은 휴식을 취했다. 본격적인 훈련을 진행할 수 없는 날씨였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선수들 훈련을 다 없앴다. 이 시간에 훈련한다는 자체가 일사병이 우려된다. 건강한 선수들이라도 경기에 맞춰야 하기에 이 환경에서 훈련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선수들 가운데도 탈진 증상을 보인 선수가 있었다.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수 김재현이 그랬다. 홍 감독은 "9이닝을 다 뛰는 것과 7이닝을 뛰고 2이닝을 쉬는 것이 차이가 있다. 김재현 선수도 탈진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려서 위태위태했다. 그래서 8회에 김건희 선수로 교체한 것이다. 9이닝을 다 뛴 선수들이 많긴 했지만, 그런 것(더운 날씨)을 고려해 교체했다"고 밝혔다.

울산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3일 경기 뒤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대거 나왔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처음에는 경기하면서 이 정도면 할만하구나 싶었다. 경기 나간 선수들은 힘들었던 것 같다. 어제는 두 명이 경기 끝나고 식사 못 하고 누워있었고, 오늘은 또 아침에 두 명이 안 좋다고 보고 받았다"며 "(오늘은)고승민, 윤동희. 어제는 전준우하고 정보근이 안 좋다고 보고가 왔다. 경기는 한다고 하는데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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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 감독은 "어지럽다고 하고, 토했다고 하고. 박동원 문보경은 심하고 신민재는 아침되니 괜찮다고 한다"며 "나갈 수는 있다. 나가기는 하는데 (컨디션)안 좋다고 하면 빼줘야 한다"고 말했다.

KBO는 경기를 강행하기에는 선수와 팬들의 건강이 모두 우려되는 상황이라 4일 울산과 잠실 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다만 앞으로 지속되는 무더위에 계속 경기를 취소하기는 KBO도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대책 마련은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경기 개시 시간을 늦출 것을 제안했다. 혹서기에도 평일 경기는 오후 6시 반에 진행되고, 주말 경기는 토요일은 오후 6시, 일요일은 오후 5시에 개시된다. 여름에 5~6시는 여전히 해가 떠 있을 시간이다. 그래도 해가 떨어지고 난 뒤에는 기온이 조금 떨어지니 경기 개시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늦추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기상청은 이번 주 초까지 폭염 경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원기 감독은 3일 "기후 변화를 고려해서 경기 시간을 조정하거나 유동성을 갖고 탄력 있게 경기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팬들도 더우니까. 팬들도 걱정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제 울산 포항같이 인조잔디 구장은 여름에 안 잡지 않겠나. 이게 다 경험이니까. 그리고 경기 시간도 7시로 늦춰야 할 것 같다. 6시 반에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팬들도 7시가 돼야 꽉 찬다"며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경기 개시 시간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폭염 취소를 결정하는 규정도 조금 더 명확할 필요가 있다. KBO 규정에 따르면 경기 개시 전에는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기상대)으로 확인한 후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폭염 주의보는 일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 경보는 일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로 명시해 놓았다. 경기운영위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인데, 저녁 폭염 취소는 흔치 않은 사례라 3일처럼 취소 여부를 검토만 하다 때를 놓치는 사례가 발생했다.

실제로 경기 감독관들은 폭염 취소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모호해 곤란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취소 결정 시점이 늦어졌고, 관중 입장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경기 개시 1시간을 앞두고 뒤늦게 결단을 내려 무더위에 경기장까지 헛걸음한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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