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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여자복싱 첫 메달' 임애지, 北 방철미와 '결승 격돌'하나…나란히 4강행, 남북대결 성사 관심 [파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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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임애지(25·화순군청)가 여자 복싱 최초이자,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메달을 선사한 가운데 결승전에서 남북이 금메달을 놓고 다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임애지가 준결승에 오른 날 북한의 간판 복서 방철미도 4강 진출을 이뤘기 때문이다.

임애지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8강전에서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에게 3-2(30-27 30-27 28-29 29-28 28-29) 판정승을 거둬 준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 복싱 종목의 경우, 준결승에서 패한 두 선수가 별도의 3~4위전 없이 동메달을 모두 거머쥔다. 임애지가 최소 동메달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로써 임애지는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거는 역사를 썼다. 남여를 합치면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한순철(남자 60㎏급 은메달) 이후 임애지가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복싱은 한국의 올림픽 도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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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56 멜버른 대회에서 한국의 올림픽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낸 종목이 바로 송순천이 분전한 복싱이었다. 당시 독일 단일팀 소속으로 나선 동독의 볼프강 베른트에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석연 찮은 판정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한국 복싱은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신준섭이 첫 금메달을 따냈고, 1988 서울 올림픽에선 김광선, 박시헌 등 두 명의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이후엔 금메달리스트가 나오질 않았고 한순철이 가장 마지막 메달리스트였는데 이번에 임애지로 바뀌게 됐다.

임애지는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11시 34분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와 결승 티켓을 놓고 대결한다.

쉽지 읺은 승부였다. 임애지가 아웃복서인 반면 카스타네다는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저돌적으로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임애지는 장기인 풋워크(발놀림)를 앞세워 상대가 파고들 간격을 주지 않고 견제했다.

조금씩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 임애지는 상대가 큰 펀치를 시도할 경우, 정확한 타이밍으로 카운터 펀치까지 적중시켰다. 1라운드를 임애지가 근소한 차로 가져가자, 카스타네다는 더욱 거친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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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라운드 역시 임애지가 우위를 점했다. 3라운드에선 두 선수 모두 심한 체력 소모로 난타전을 주고받은 가운데, 임애지의 집중력이 더 좋았다. 한 방을 노린 카스타네다의 주먹을 임애지는 스텝으로 흘려보내며 착실하게 포인트를 쌓았다. 승자는 임애지가 됐다.

임애지가 승리하면서 이번 대회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 매치업은 임애지-아크바시, 방철미-창위안(중국)으로 결정됐다.

방철미 역시 같은 날 열린 준준결승에서 모로코의 위다드 베르탈을 4-0 판정승으로 꺾었기 때문이다. 방철미는 앞서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16강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의 니기나 우크타모바를 5-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오르는 등 이번 대회에서 막강한 전력을 선보이고 있다.

방철미는 이번 대회에서 원은경과 함께 북한이 파견한 단 두 명의 복서다. 방철미, 원은경 둘 다 여성인데, 원은경은 60kg급 첫 라운드에서 네덜란드의 첼시 하이넨에 패했고 방철미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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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이번 대회 컨디션도 좋기 때문에 창위안을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방철미는 지난 2018년 뉴델리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챔피언이 된 적이 있다. 2019년 울란 우데 세계선수권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이번에 붙는 창위안에 패해 은메달을 땄다.

이후 방철미는 코로나19에 따른 북한의 국경 봉쇄로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복귀했는데 창위안에 3-2로 이기면서 설욕전을 펼치고 금메달을 땄다. 국제무대에서 서로 승패를 주고받은 둘이 준결승에서 다시 붙는 것이다. 거기서 방철미가 이기면 임애지와 금메달을 놓고 붙을 가능성이 있다.

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들이 격투기 종목 금메달을 놓고 다툰 적은 있었다.

지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김종신이 레슬링 남자 자유형 48kg급에서 결승에 올라 북한 김일과 붙었는데 1-4로 패해 김종신이 은메달, 김일이 금메달을 나눠 가졌다. 김일은 4년 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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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번엔 여자 선수들인 임애지와 방철미가 결승 격돌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둘의 준결승전 승리 여부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임애지는 아직 방철미 이름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4강에서 만족할 수 없다며 결승전 진출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준결승행을 확정지은 뒤 "선생님들께서 (8강전 앞두고) 한 번만 이기면 메달이라고 하셨다"며 "나는 (8강부터 준결승, 결승까지) 세 경기를 이기겠다고 말했다. 내 마음가짐을 선생님들도 좋게 봐주셨다. 지금은 결승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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