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가 부진한 가운데 그의 이름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로 유력하게 이름을 올렸다가 캐나다 대표팀으로 가버린 제시 마쉬 감독 얘기다.
마쉬 감독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캐나다가 미국을 67년 만에 적지에서 물리쳤다. 마쉬 감독이 이끄는 캐나다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의 칠드런스 머시 파크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미국을 2-1로 제압했다.
캐나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40위로 수준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지만 16위 미국에 비해선 한 수 아래로 꼽힌다. 월드컵 출전 경력에서도 미국이 2018년 러시아 대회를 제외하고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까지 최근 8차례나 진출했으나 캐나다는 1986년 멕시코 대회와 2년 전 카타르대회 출전 기록이 전부다.
게다가 적지에서 열리는 만큼 캐나다의 열세가 예상됐으나 결과는 2-1 승리였다. 전반 17분 윙어 제이컵 샤펠버그의 선제골로 앞서간 캐나다는 후반 13분 조너선 데이비드의 추가 골까지 터져 2-0으로 달아났다.
반면 정식 감독을 아직 뽑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후반 21분 미드필더 루카 데라토레가 추격하는 골을 터뜨렸으나 기울어진 전세 뒤집기에 실패했다. 미국은 슈팅 수 17-8, 유효슈팅 수 7-5 등 각종 통계에선 캐나다에 앞섰으나 원정팀의 효과적인 공격에 말려들고 말았다.
캐나다 입장에선 꽤 의미 있는 성과가 됐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가 원정으로 열린 미국과 A매치에서 승리하기는 67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 1957년 7월 열린 스웨덴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3-2로 이긴 것이 미국 원정 마지막 승리였는데 마쉬 감독이 부임하고 캐나다가 이걸 해냈다.
물론 캐나다 축구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홈에선 얼마 전에도 이겼다. 지난 2022년 1월 열린 카타르 월드컵 북중미 예선 홈 경기에서 캐나다를 2-0으로 꺾었다.
캐나다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36년 만에 본선행을 일궈냈으나 벨기에, 모로코, 크로아티아 등 강팀들과의 틈바구니에서 조별리그 탈락하고 말았다. 이후 마쉬 감독이 지난 5월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업그레이드되는 상황이다.
캐나다는 지난 6∼7월 열린 미국에서 열린 2024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에서는 첫 출전임에도 끈적한 축구로 4강까지 올라 캐나다 축구의 잠재력을 마음껏 알렸다.
4강전에서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이끈 우승팀 아르헨티나에 0-2로 패해 결승행은 좌절됐다. 3위 결정전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2-2로 팽팽한 경기를 펼친 후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해 최종 4위를 차지했다. 마쉬 감독은 코파 아메리가 4강행으로 자신의 지도력을 한껏 뽐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쉬 감독은 미국전 승리 후 "선수들이 정신적인 부분에서 성장한 게 보인다.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뛰는 걸 좋아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서로를 위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과 커리어를 걸고 대표팀에 집중하고 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북중미의 터줏대감 미국은 대회 직후 안방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월 그레그 버홀터 감독을 경질한 미국은 아직도 새 사령탑을 선임하지 못했다. 버홀터 감독 후임으로 2019년까지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을 토트넘에서 지도했으나 이후 파리 생제르맹(PSG), 첼시 등에서 감독을 역임했던 아르헨티나 출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선임에 거의 다가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A매치 기간 앞두고 그를 공식 선임하진 못했다.
한편, 한국 축구팬 입장에선 마쉬 감독이 지도하는 캐나다의 성장세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마쉬 감독이 지난 5월만 해도 한국에 거의 오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마쉬 감독은 과거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황희찬을 지도하는 등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도 있었다.
당시 전력강화위원이었던 박주호 위원의 추천으로 대한축구협회가 마쉬 감독과 접촉했으나 합의에 실패하고 말았다.
배경에 여러 논란이 불거졌으나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홍명보 감독 선임 직후 입장문을 통해 마쉬 감독과 ▲국내 거주 기간 문제 ▲세금 문제 등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 마쉬 감독이 캐나다축구협회와 사인했다며 계약 불발의 원인이 마쉬 감독 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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