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에 무릎 꿇을 듯 공손하게…구본길 '특유의 전략' 또 나왔다

대한민국 남자 펜싱 대표팀 선수 구본길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와 경기 중 심판이 상대의 라인아웃 판정을 하자 엄지를 치켜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KBS 스포츠' 영상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가운데, 대표팀 '맏형' 구본길이 경기 중 선보인 '공손' 전략이 화제다.

한국 남자 펜싱 대표팀은 1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45-39로 제압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 남자 단체 사브르 대표팀은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제외, 2012 런던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파리 올림픽까지 3연패를 달성했다.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와 경기 중 대한민국 구본길이 심판에게 공손하게 어필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KBS 스포츠' 영상

이날 구본길은 사트마리(헝가리)와 경기 도중 심판의 판정을 잘못 이해하곤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으나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는 바로 양손을 모으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이 모습을 중계석에서 지켜보던 김준호 KBS 해설위원은 "아직 판정이 안 나왔다. 심판이 (점수) 줄 거다. 자극할 필요가 없다"며 웃었다.

이후 구본길 선수는 실라지(헝가리)선수의 라인아웃 판정이 나오자 심판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는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구본길이 심판에게 공손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KBS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중계 화면

앞서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도 구본길의 공손한 모습이 포착됐다.

구본길은 피암페티(프랑스)와 경기 도중 심판에게 공손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는 보호구까지 벗어젖힌 뒤 곧 무릎을 꿇을 듯이 무릎을 굽혀 심판과 눈을 맞췄다.

이를 본 김정환 해설위원은 "구본길 선수의 시그니처 동작이다. 공손하게 비디오 판독 요청하기"라고 설명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화면

앞서 구본길은 2021년 8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심판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구본길은 "저는 예의 바른 스타일이다. 심판을 제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보통 사람이면 비디오 판정 요청을 할 때 당당하게 요구하는데 저는 간절하게 한다"며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요청하는 포즈를 취했다.

이어 "정말로 심판이 흔들린다. 유럽 쪽 선수들은 크게 동작하면서 요구하는데,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감정이 상한다. 저는 이걸 반대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본길은 또 "경기 시작 전 콜룸(대기 공간)에 선수들과 심판이 서 있는데 저는 심판이랑 눈 맞추고 가서 '잘 지냈냐'고 인사를 나눈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김정환은 "이미 심판이 구본길한테 'You good~'하면서 인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맞팔로우도 한다"고 전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내가 상대편 선수라 생각하면 화나긴 할 듯"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운동하다 보면 화나는 행동, 표정 다 표출될 텐데 한 번 걸러서 심판한테 어필하는 거 아니냐" "우리 팀이라 다행이다" "독기와 야망, 실력 다 멋지다" "실력도 있어야 하고 머리싸움도 잘해야 하고. 멘탈 부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구본길은 2008년부터 한국 남자 펜싱 대표팀으로 활동하며 2011년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2 런던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개의 금메달을 보유한 구본길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그는 2026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는 도전한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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