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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몸상태 좋았는데 왜 이런 일이, 답답해서 울고 있다”...수영 ‘황금세대’의 첫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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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수영 계영 800m
사상 첫 결승 진출해 6위 올라
메달권 노렸던 선수들은 실망감
단체전 메달 위해 2년여 노력
김우민·황선우는 희생정신도
성과와 과제 확인, 4년 뒤 기약


◆ 2024 파리올림픽 ◆

매일경제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 결승에서 6위를 차지한 한국의 김우민(왼쪽부터), 황선우, 양재훈, 이호준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상 처음 올림픽 결선 무대를 밟았지만 메달 획득은 실패했다. 선수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한국 남자 수영대표팀이 올림픽을 위해 2년여간 공들였던 계영 800m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을 기약했다.

김우민·황선우·이호준·양재훈으로 구성된 한국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계영 800m 결승에서 7분07초26을 기록해 전체 6위에 올랐다. 금메달을 획득한 영국(6분59초43)과는 7초83 차였다. 미국이 7분00초78로 은메달, 호주가 7분01초98로 동메달을 따냈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일부 선수는 눈물을 흘렸다. 한동안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은 이호준은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지만 기록이 터무니없이 잘 안 나왔다. 충분히 (메달권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믿었기에 아쉽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황선우는 “열심히 준비했는데 미흡한 결과가 나와 아쉽다.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밝혔다.

한국 수영은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계영 800m에 상당한 공을 들여 준비했다. 지난 2022년 대한수영연맹의 전략 종목 육성 프로젝트가 가동된 뒤, 국제 대회에서 꾸준하게 기록을 단축하면서 각종 성과도 내왔다. 지난해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신기록(7분01초73)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해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한국 수영 ‘황금 세대’가 탄생했다는 말도 이때 나왔다.

한국 수영은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김우민·황선우·이호준과 함께 마지막 1명을 놓고 김영현·이유연·양재훈을 모두 올림픽 출전 명단에 넣어 마지막까지 대표팀 내부 경쟁심을 함께 자극시켰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권에 진입하기에는 세계의 벽이 높았다. 이호준·이유연·김영현·김우민이 나선 예선에서 7분07초96으로 16개국 중 7위에 오른 한국은 결승에서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1번 영자로 나선 양재훈이 1분49초84, 9개국 중 최하위였다.

이어 나선 이호준이 1분46초84로 역영을 펼쳤고, 김우민이 1분44초98로 기록을 끌어올려 8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영자 황선우가 스퍼트를 펼쳐 1분45초99를 기록, 순위를 더 올렸지만 메달권인 호주와 차이는 5초 이상 벌어져 있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기록했던 것과도 5초53 차이가 났다.

‘황금 세대’ 수식어를 붙이면서 승승장구하던 한국 수영 선수들은 처음 쓴맛을 봤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200m 메달권 진입도 기대했던 황선우는 더욱 실망감이 큰 듯 했다.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9위에 올라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황선우는 계영 800m가 끝난 뒤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딱히 아픈 곳이 없어서 더 답답하다. 몸 상태는 괜찮은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속으로는 울고 있다”면서 “내 수영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비록 계영 800m 메달 획득은 실패했지만 한국 수영은 적지 않은 성과를 분명하게 냈다. 예년만 해도 결승 무대에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던 한국 수영은 사상 첫 계영 종목 올림픽 결승 진출 기록을 세우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림픽 계영 메달 도전을 준비하면서 김우민, 황선우 등 선수들 개인뿐 아니라 전 종목에 걸쳐 국제 경쟁력을 키운 것도 수확으로 꼽힌다.

올림픽 개막 후 선수들은 저마다 희생정신도 발휘했다. 김우민은 일찌감치 자유형 800·1500m 출전을 포기했다. 황선우는 자유형 100m 준결승에 진출하고도 중도 기권했다. 계영 800m에 올인해 동료들과 다같이 메달을 따겠다는 의지였다. 지난 28일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직후 김우민은 “동료들과 정말 많이 고생하면서 준비했다. 계영 800m는 꼭 동료들과 시상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성공과 실패’를 함께 경험한 한국 수영은 벌써 4년 뒤 LA올림픽을 기약하고 있다. LA올림픽을 누빌 후보군인 수영 국가대표후보선수단은 최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 실내수영장에서 합숙훈련을 진행했다. 황성태 대한수영연맹 우수선수 전임 감독은 “LA올림픽을 목표로 차기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목표 의식과 동기 부여가 더욱 극대화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부터 대한수영연맹의 공식 후원사가 된 KB금융그룹 등 변함없는 든든한 지원군도 LA올림픽 도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김우민은 “결과는 아쉬워도 우리가 3년 동안 준비한 과정은 의미가 있었다”면서 “의미를 두고 앞으로 있을 메이저 대회, 4년 후 올림픽까지 열심히 달려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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