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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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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1.50' 160㎞ 유망주 필승조는 아니다, 왜?…"급할 때 내도 되겠다는 감독의 믿음이 생겼다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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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언제든지 급할 때도 내도 되겠다는 감독의 믿음이 생겼다고, 그런데…."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유망주 김서현(20)에게 유독 눈길을 줬다. 김서현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였다. 지난해 데뷔 시즌부터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제구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20경기에서 1세이브, 22⅓이닝, 평균자책점 7.25로 데뷔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마추어 시절 내내 '최대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김서현은 프로 무대에 오자마자 큰 실패를 경험했다. 김서현의 19년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였을 것이고, 어린 선수는 당연히 흔들렸다. 김서현은 불안할 때마다 투구 폼을 바꿨다. 투수 코치진이 김서현과 면담해 제구가 흔들리지 않을 한 가지 폼으로 고정해 보자고 제안도 해봤지만, 어느새 김서현의 투구 폼은 또 바뀌어 있었다. 코치진은 김서현을 나무랄 수는 없었다. 선수 본인이 더 잘하려는 욕심에 연구하고 준 변화인데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었다. 김서현 스스로 부딪히면서 깨달을 시간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감독은 그런 김서현을 눈여겨봤다. 선수가 불안하지 않게 지도자가 잘 잡아주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선수의 잠재력을 봤다. 김 감독이 지난달 한화 지휘봉을 잡은 초반에 김서현과 따로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눈 이유기도 하다.

김 감독은 당시 김서현과 식사 자리가 자꾸 부각되는 것도 염려했다. 어린 선수는 자꾸 언급하는 것보다는 묵묵히 지켜보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동안 수많은 유망한 어린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백전노장이 찾은 답이기도 했다.

김서현은 천천히 다시 정상 궤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후반기 6경기에서 1패를 떠안긴 했지만, 6이닝, 평균자책점 1.50으로 호투를 펼치고 있다. 볼넷 수가 눈에 띈다. 전반기는 7경기에서 8이닝을 던지면서 4사구 12개를 기록했는데, 후반기에는 단 2개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탈삼진 수는 전반기 4개에서 후반기 6개로 늘었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김 감독은 최근 “김서현이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시작했다. 안타를 맞기도 하지만, 볼만 던지다가 출루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 제구가 안 잡혀서 볼넷을 내주고 점수를 헌납한다면 고민이 되겠지만, 최근 김서현은 그러지 않는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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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고등학생 때 워낙 잘했던 선수다. 이런 선수가 점점 좋아진다는 건 분명히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본다. 나는 특별한 조언을 한 것도 아니다. 야구 선배로서, 감독으로서 느꼈던 점을 말했을 뿐이다. 다행히 선수가 잘 받아줬다"며 단기간에 감독을 이해하고 따라온 김서현을 기특해했다.

김 감독은 그래도 김서현을 가능한 편한 상황에 내보내려 하고 있다. 이기고 있어도 점수차가 벌어져 있거나 팀이 추격하는 상황에 김서현을 내보내고 있다. 가능한 부담 없는 상황에서 자기 공을 마음껏 던지고 내려오길 바라서다. 그래야 김서현이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김 감독은 여전히 김서현을 성급히 필승조로 투입할 생각이 없다.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이 비로 취소된 가운데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서현의 필승조 투입 가능성을 묻자 "아직은 우리 승리조가 잘하고 있다. (김)서현이도 사실 올라와서 자기 임무를 충분히 하고 있다. 언제든지 급할 때 내도 되겠다는 감독의 믿음이 생겼다고. 그런데 또 우리 형들이 지금 자리에서 잘하고 있는데, 그 자리를 바꿔치기 하는 것은 또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잘하는 형들은 잘하는 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서현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한화가 먼저라는 뜻이었다.

김서현의 필승조 투입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려 한다. 김 감독은 "지금 마무리투수로 (주)현상이가 정말 잘 던지고 있다. 물론 홈런을 맞아서 비긴 적도 있고, 진 적도 있으나 그 정도는 뭐, 아무리 좋은 마무리투수도 진다. 그래서 조금 더 믿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서현에게 올 시즌 안에 지금과 다른 임무를 맡길 계획은 세워뒀다고 했다. 어떤 계획인지는 아직 공개하기는 이르다고. 김 감독은 "대신 지금 어린 친구들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내가 급하지 않게 조금씩, 아무래도 그 친구들은 여유가 조금 더 있을 때 더 던지게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이제 시즌이 이제 거의 끝나 갈 때는 그때는 내가 또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때 이야기하겠다. 한번 또 다른 보직을 맡길까 생각도 하고 있다. 아직 50경기 가깝게 남아 있어서 감독이 말이 빠르면 안 된다. 말에 갇히게 되니까, 조금 더 기다렸다가 이야기하겠다.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우리가 밑에서 따라가야 한다. 나중에 경기가 얼마 안 남았을 때 보직 변화는 그때 이야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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