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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차라리 잘됐다' SON 인종차별 벤탄쿠르, 쉬느라 한국 안 온다...亞 투어 불참→토트넘 31인 명단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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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 한국 팬들로서는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다. '손흥민(32) 인종차별'으로 논란을 빚은 로드리고 벤탄쿠르(28, 이상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땅을 밟지 않는다.

토트넘은 23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여름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에 참여하는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토트넘은 먼저 일본으로 향한다. 27일 오후 7시 비셀 고베와 친선 경기를 통해 본격적인 아시아 투어 시작을 알린 뒤 한국으로 이동, 31일 오후 8시 팀 K리그와 맞대결을 펼친다.

2년 만에 다시 한국 팬들과 만나는 토트넘은 두 경기를 치르고 돌아간다. 8월 3일엔 바이에른 뮌헨과 서울에서 맞붙는다. 손흥민과 김민재가 서로 다른 팀에서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번 방한에 참여하는 토트넘 선수는 총 31명이다. '주장' 손흥민을 필두로 제임스 매디슨, 히샬리송, 에메르송 로얄, 데스티니 우도기, 라두 드라구신, 페드로 포로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아시아 투어에 참여, 한국 땅을 밟는다.

이들뿐만 아니라 새로 합류한 신입생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외에도 마이키 무어, 윌 랭크셔, 알피 디바인, 제이미 돈리 등 젊은 유망주들도 여럿 함께할 예정이다.

다만 빠지는 선수도 적지 않다. 방출 명단에 오른 브리안 힐과 세르히오 레길론은 프리시즌 투어에 동행하는 대신 다른 팀과 이적 협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베테랑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는 부상 회복을 위해 토트넘 훈련장에 남는다.

'미남 센터백' 미키 반 더 벤(네덜란드)은 이달 중순까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 출전했기에 추가 휴가를 부여받았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지오바니 로셀소(이상 아르헨티나) 역시 코파 2024에 출전하면서 한국행 명단에서 제외됐다.

벤탄쿠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우루과이 대표팀 소속으로 활약하며 코파 2024 3위를 기록했다. 유로와 코파에 나섰던 선수들은 각자 휴식을 취한 뒤 시즌 개막 직전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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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탄쿠르는 지난달 동양인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장본인이다. 당시 그는 우루과이 방송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실상 토트넘 주장인 손흥민 유니폼을 달란 뜻이었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은 뒤 문제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손흥민 사촌은 어떤가. 어쨌든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행자 역시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물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싫어해서 한 말이라기보다는 별생각 없이 나온 저질 농담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인들 외모에는 차이가 없다는 인종차별적 시각이 드러난 발언이다. 남미에 동양인 차별 의식이 얼마나 만연한지 알 수 있는 방증인 셈. 아무리 익숙지 않은 다른 인종을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지만, 명백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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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논란이 커졌고,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역시 잡음을 피하지 못했다. 벤탄쿠르는 게시된 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사과문을 올렸고, 'Sonny' 대신 'Sony'라고 적는 실수까지 범했다. 무엇보다 벤탄쿠르가 정말 반성했다면 자신이 인종차별적 발언에 무감각했다고 정확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단순히 '나쁜 농담'으로 취급하며 넘어가선 안 됐다.

이후 벤탄쿠르와 토트넘은 침묵을 지켰다. 결국 손흥민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했고, 이를 알고 있다. 사과도 했다. 벤탄쿠르는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일로 하나가 됐다. 토트넘을 위해 싸우고자 프리시즌에 함께 돌아올 것"이라며 벤탄쿠르를 용서했다.

그러자 토트넘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 토트넘은 "구단은 문제가 긍정적인 결과에 이르도록 지원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다양성, 평등 등과 관련한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손흥민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고 팀이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의 영역, 나아가 더 넓은 사회에서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팀 팬들이 손흥민을 인종차별했을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뒤늦은 대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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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벤탄쿠르는 두 번째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니라 손흥민을 언급했던 인터뷰", "그는 논리적으로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일이 단지 불행한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 다 해결됐다", "나는 절대 절대 다른 사람을 언급한 적 없다. 오직 손흥민뿐이었다" 등의 말로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아무리 벤탄쿠르가 직접 언급한 사람은 손흥민뿐이라지만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말은 분명 한국인을 넘어 동양인 전체를 차별한 말이다. 게다가 벤탄쿠르는 '논리적으로(logically)' 이번 발언이 오해였다고 주장하며 많은 이들의 비판을 비논리적인 행동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말로 자기 잘못을 깨닫고 뉘우쳤다면 무의식 중에 갖고 있던 인종차별적 시각을 인정하고 모두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억울해하는 건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다.

벤탄쿠르의 해명문에 가까운 사과는 한국 팬들의 화를 달래주지 못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벤탄쿠르가 한국 땅을 밟지 않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가 한국 팬들 앞에서 직접 고개를 숙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방한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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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피해자' 손흥민의 뜻에 맡기겠다며 다소 발을 빼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손흥민이다. 그가 우리를 안내하고 이끌 것입니다. 문제를 처리하고 있고, 추후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럴 때 당장 뛰어들어 판결을 내리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 이번 경우엔 손흥민이다. 우리는 그의 지시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신중한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어디까지나 손흥민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 감독이나 구단 차원에서 먼저 나서서 명확히 문제를 정리하고 인종차별에 선을 긋는 역할을 기대했지만, 그런 얘기는 일절 없었다. 한 팀의 수장으로서 최소한 벤탄쿠르의 발언은 인종차별이 맞고 재발을 막겠다는 말은 나와야 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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