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프로축구 K리그

독단 결정 → K리그 무시 → 정면돌파, 지지와 응원 받을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가대표 차기 감독은 홍명보 감독이다. 홍명보 감독 선임 자체보다는 그 과정에 팬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미 굴려진 주사위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확정했고, 이미 코치진 꾸리기까지 나섰다.

여전히 모든 과정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당시부터 따라다니던 감독 선임 프로세스는 이번에도 알 수 없었다.

매일경제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진 국가대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은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음에도, 체계적이지 못했다.

정해성 위원장을 필두로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는 재편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내외부에서 정해성 위원장을 향한 압박부터 실직적인 협상 권한이 없고, 협상 내용 또한 제시할 수 없어 헛발질만 했다.

한국축구에 가장 열망을 보였던 제시 마시(현 캐나다) 감독 미팅 당시가 그랬다. 전강위원으로 감독 선임 작업을 함께했던 박주호는 자신의 개인 채널에 나와 그간 전강위 내부 분위기를 폭로하며 마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주호 위원은 마시 감독과 미팅을 통해 긍정적이 대화를 오갔다고 말하며 “마시 감독은 한국을 정말 오고 싶어했다. 그래서 구체적인 대화를 전강위나 협상 단계서 직접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라고 알렸다.

하지만 마시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협상 단계에서 갈라서게 됐고, 마시 감독을 추천했던 박주호 위원 역시 협상 결렬 소식에 큰 충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시 감독 이후 꾸준히 다른 감독 후보군들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수많은 감독들이 거론되며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차기 감독 선임 임무를 이어받아 진행했다.

이임생 이사는 정해성 위원장과 전강위원들이 추린 최종 후보 3인에 대한 미팅을 가졌다. 지난 2일 유럽으로 출국해 두 명의 후보를 만난 뒤 5일 돌아와 홍명보 감독과 만났다.

매일경제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고 알렸고, 8일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이사의 브리핑으로 홍명보 감독의 선임 소식을 전했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이유로 ▲대한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에 적합함 ▲리더십, 원팀, 원스피릿, 원골 ▲K리그 파악 및 우수 선수 발굴 ▲성과 입증 ▲한국 선수 파악 능력 ▲대표팀 지도 경험 ▲국내 거주 이슈 등 총 8가지 이유를 댔다.

그리고는 5일 만남 당시를 돌이키며 “유럽 출장을 통해 두 명의 감독 후보군을 만나고 돌아오며 무엇이 한국축구를 위한 일인가에 대해 저 스스로 질문했다. 귀국 후 밤 11시 홍명보 감독을 만났다. 그가 저를 만나줄까라는 생각과 두려움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절차상 만나는 것이냐’, ‘그 안에서는 저를 얼마큼 평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저는 홍명보 감독에게 한국축구의 철학과 게임 모델을 연결해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이 연속성과 발전을 위해 헌신해달라고 몇 차례 부탁드렸다. 이후 6일 오전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수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많은 팬들에게 충격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홍명보 감독은 강력한 차기 감독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는데, 5개월 동안 거절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 2월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를 앞두고는 “제 이름이 계속해서 거론돼 불편하다”라고 말했고, 지난달 말 포항스틸러스와 동해안더비를 앞두고는 “제 입장을 늘 같다. 울산 팬들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매일경제

사진=프로축구연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프로축구연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5개월간 지켰던 자신의 입장을 단 이틀 만에 바꿨다. 이임생 이사가 설득 과정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며 지난 10일 울산HD와 광주FC의 K리그1 경기에 시선이 쏠렸고,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것이 괴로웠다.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다. 이임생 이사와 만남 후 밤새 고민했다. 이후 제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제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했다. 어떻게 보면 제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자신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는 저를 버렸고, 이제 저는 없다. 오직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다”라고 고백했다.

울산과 K리그 팬들의 시선 또한 당연 곱지 않다. 10일 광주전 울산 팬들은 ‘런명보’, ‘피노키홍’, ‘Where is 의리? 이게 감독이야?’ 등의 걸개를 내걸며, 울산을 저버린 홍명보 감독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울산 구단 또한 빠르게 정리 수순을 밟았다. 지난 9일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홍 감독은 국대로 갑니다. 구단이 보내주는 겁니다. 홍 감독에게도 혹시나 국대 감독 선정이 실패하고 최선이 홍 감독이라며 요청을 해온다면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는 수시로 전달됐습니다”라며 “홍 감독은 우리가 보내는 겁니다.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합니다.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입니다. 멋지게 보냈으면 합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울산은 지난 11일 홍명보 감독과 상호 합의 하 계약을 해지하며 이경수 감독대행 체제로 돌입,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섰다.

매일경제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종 후보군 내 이임생 이사의 독단적인 결정, 하루 만에 입장이 뒤바뀐 홍명보 감독, K리그 시즌 도중 그것도 우승 경쟁을 펼치는 팀에서 감독을 빼내온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따가운 시선과 분노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대답 없는 메아리만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들끊는 여론에도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이사회 승인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공식 선임을 알렸고, 곧바로 코칭스태프 구성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이사회 서면 결의는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진행됐고, 23명의 이사 중 21명의 찬성, 2명의 반대로 승인됐다.

두 번의 임시감독 체제와 수많은 후보와 면접을 거치며 고심했던 5개월의 감독 선임 과정이 지난 2일 이임생 이사의 유럽 출국 후 이사회 승인인 13일까지 약 열흘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셈이다.

홍명보호의 출범은 오는 9월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이다. 그전까지 약 두 달의 시간이 남았다. 코칭스태프 구성을 마친다면 유럽 현지부터 K리그 현장까지 돌아다니며 선수단 점검 및 파악에 나설 에정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전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할 것이나, 이해받을 수 없는 과정과 결정들이 가장 관심도가 높은 A대표팀을 향한 지지와 응원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