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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홍명보 감독,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내정…'10년 만에' 다시 지휘봉 잡는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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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0년 만에 홍명보 감독을 다시 사령탑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공지를 통해 현재 K리그1 울산HD 지휘봉을 잡고 있는 홍 감독이 차기 대표팀 감독에 내정됐음을 알렸다. 지난달 말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경질된 뒤 새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던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가 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이번 선임 과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하면서 외국인 사령탑 시대를 다시 연 뒤 6년 만에 다시 한국인 감독이 지휘봉 잡는 시대를 맞게 됐다. 벤투 감독이 2018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4년 4개월간 대표팀을 이끌었으며 이후 독일 출신 월드클래스 공격수였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1개월간 사령탑을 역임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월 카타르에서 끝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성적 부진 및 여론 악화 등으로 물러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3월, 6월 두 차례 A매치에서 황선홍과 김도훈 등 두 임시 감독을 선임해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을 치르는 진통 속에서 정식 감독을 계속 물색했고 결국 홍 감독으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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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수비수 출신이다. 1969년생인 홍 감독은 동북고와 고려대 등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특히 고려대 재학 중인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앞두고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이회택 감독에 의해 전격 발탁돼 21살 나이에 월드컵 본선을 뛰었다. 이어 1994 미국 월드컵, 1998 프랑스 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 등 총 4차례 월드컵 본선을 뛰면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미국 월드컵에선 첫 경기 스페인전 동점골, 3차전 독일전 추격골 등으로 2골을 터트렸다. 한일 월드컵에선 백3 가운데 수비수로 히딩크호 후방을 진두지휘했으며 한국이 4강 신화를 달성하면서 당시 대회에서 3번째로 뛰어난 선수에 주는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아시아 선수가 대회 MVP 투표 1~3위 안에 들어 상을 탄 경우는 홍 감독이 유일하다.

한일 월드컵 직후 홍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했다.

2006 독일 월드컵 본선 때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 코치로 들어갔으며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 감독을 맡아 8강 진출을 일궈냈다. 그리고 2012 런던 올림픽 때 한국 축구 최초, 아시아에선 1968 멕시코 월드컵 때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당시 홍명보호는 조별리그를 1위를 통과한 뒤 8강애서 개최국 영국을 승부차기로 누르고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패한 뒤 3~4위전에서 숙적 일본을 2-0으로 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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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탄탄대로 같았던 홍 감독의 축구인생은 1994 브라질 월드컵에서 크게 꺾였다. 대회 1년여를 앞두고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전북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태극전사들을 조련하게 됐지만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리 허용하는 충격적인 경기력으로 한국이 2-4 참패를 맛 본 것이다. 게다가 의리 축구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축구인을 넘어 '인간 홍명보'에게도 큰 시련으로 연결됐다.

홍 감독은 이후 중국 항저우 뤼청에 부임하며 지도자로 부활을 노렸으나 또 다시 실패했다. 특히 2016시즌에 강등 수모를 겪었고 이듬해 2부에서도 지휘봉을 잡다가 결국 물러났다.

같은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취임하며 행정가 길을 걷게 된 홍 감독은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 등을 김판곤 당시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 등과 이끌어냈고 벤투 감독이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김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달성하면서 홍 감독의 행정력도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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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울산 감독을 통해 다시 지도자로 복귀한 홍 감독은 2021년 K리그1 준우승에 이어 2022년과 2023년 울산 구단 사상 첫 K리그1 2연패를 일궈내면서 프로 무대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울산이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면서 내년 여름 미국에서 벌어지는 클럽 월드컵에 진출하는 일도 이뤄냈다.

지도자로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았던 홍 감독은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이 떠난 뒤 한국인 감독 중 가장 유력한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떠오르긴 했다.

특히 정해성 전 위원장이 K리그 현직 지도자의 선임도 제외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할 때마다 홍 감독을 거론한 발언 아닌가란 관측에 휩싸였고, 지난 2월 말엔 울산 팬들이 축구회관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며 홍 감독 빼돌리기에 반대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지도자와의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그 때마다 홍명보 선임론이 꺼지질 않았다. 무엇보다 황선홍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지난 4월 카타르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지고 한국 남자축구가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 진출 실패하는 큰 참사를 겪으면서, 황 감독이 아닌 홍 감독이 국가대표팀 새 감독 유력 후보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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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재정 문제를 겪고 있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한국인 감독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을 도중 경질하면서 100억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그와 그가 거느렸던 코칭스태프에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대한축구협회가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라는 대형 토목공사를 진행하면서 은행에 빛까지 지다보니 수십억원이 드는 외국인 지도자 영입은 처음부터 어려웠다.

결국 홍 감독이 생애 두 번째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홍 감독의 당면 과제는 2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축구를 2회 연속 16강으로 이끄는 것이다. 한국은 2장이 걸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에서 이라크, 요르단, 팔레스타인, 쿠웨이트, 오만 등 중동 5개국과 붙는다. 전부 중동 팀들과 격돌하는 것은 난관이지만 상대팀들의 전력이 한국보다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본선 진출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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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대회부터 48개국으로 늘어나는 본선에서의 성적이 관건이 됐다.

10년 전 브라질에서 한국 축구 월드컵사에 회자될 참패를 하고 돌아왔던 홍 감독이 두 번째 도전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하게 됐다.

한편,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올랐을 때 대한축구협회에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울산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내가 1순위에 있다는 걸 언론을 통해 들었는데 지금 대표팀에 한국 감독에 대한 경계는 정해져 있다고 본다"며 "남은 건 대한축구협회에서 나보다 더 경험, 경력, 성과가 더 좋은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동안 내 태도는 같았으니 팬들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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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우리가 지금 왜 이 시점에 감독을 뽑아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위르겐)클린스만을 뽑은 과정과 그 후 문제점을 통해 얼마나 학습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지만, (최근 사임한)정해성 위원장을 뒤에서 누가 얼마나 지원해줬을까. 대한축구협회에서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혼자 고립됐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면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자신의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시절 벤투 감독 선임과 비교했다.

축구계 및 언론계에선 당시 홍 감독의 발언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에 쓴소리를 하면서도 대표팀 감독 부임을 딱 잘라 거절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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