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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SW인터뷰] 치밀했던 준비, 맞아 떨어진 각본…황성빈 “하늘이 도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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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사진=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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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도운 것 같아요.”

별들의 축제. KBO리그 최정상급 선수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은 물론, 그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올스타전’은 다양한 볼거리로 꽉 채워졌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역시 황성빈(롯데)이다.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품었다. 팬 투표에서 과반 이상(51%)을 획득했다. 꽃다발과 함께 상금 300만원과 소정의 상품을 받았다. 롯데는 지난해 블랙핑크 제니로 변신한 김민석에 이어 베스트 퍼포먼스 2연패다.

극적으로 밟은 올스타전 무대다. 외야수 부문 투표서 아쉽게 4위에 자리한 것. 베스트12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기예르모 에레디아(SSG)의 부상으로 막차를 탔다.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황성빈은 “사실 처음에는 막연히 올스타전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나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정도로 생각했던 같다. 막상 확정이 되니 알게 모르게 부담이 생기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미스터 올스타보다 베스트 퍼포먼스상 하나 바라보고 왔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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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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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작정하고 준비했다. 3회 말이었다. 드림 올스타 9번 타자로 나선 황성빈은 ‘배달의 마황’으로 변신했다. 낯익은 헬멧, 조끼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타석에 들어섰다. 유명 배달 어플 라이더 복장을 그대로 재연했다. 폭발적인 스피드 덕분에 붙은 자신의 별명을 표현한 것. 실제로 황성빈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올 시즌 전반기에만 34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수치. 심지어 실패가 4개뿐이다. 성공률이 90%(89.5%)에 육박한다.

등장만 화려한 것이 아니었다. 후속 퍼포먼스도 기다리고 있었다. NC 김영규를 상대로 내야안타를 치고 나갔다. 황성빈은 주머니에서 ‘배달 완료’라고 쓴 쪽지를 꺼내 보였다. 안타 배달에 성공했음을 알린 것. 그리고 황성빈표 ‘갈까 말까’ 도발 세리머니를 취했다. 올 시즌 초반 KIA 양현종에게 했던 장면을 극대화했다. 당시엔 투수를 도발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종의 밈으로 승화됐다. 김영규도, 황성빈 본인도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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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피날레도 놓치지 않았다. 공수교대 후에도 황성빈은 라이더 조끼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외야 쪽에서 철가방을 들고 기다렸다. 마운드에 오른 동료 박세웅(롯데)이 손짓하자 ‘신속배달’이라 쓰인 철가방을 들고 달렸다. 빠르고 정확하게 로진이 배달됐다. 계산 과정에서 황성빈이 거스름돈을 꺼내들었으나 박세웅은 쿨하게 팁으로 줬다. 황성빈은 “(박)세웅이 형에게 도와줄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 잔돈 부분까지 모두 계획했다”고 귀띔했다.

모두를 홀렸지만 그 속엔 어려움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마케팅 팀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황성빈은 “이와 할 거, 제대로 팬들을 웃겨드려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짓말처럼 모든 상황이 착착 맞아 떨어졌다. 황성빈은 “하늘이 도운 것 같다”면서 “교체로 들어가는데, 상대가 좌투수일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심지어 1루까지 살아나갔고 마침 2루 주자도 없었다. 치는 순간 무조건 살아서 가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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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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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축제를 즐기면서도 함께하지 못한 동료 또한 살뜰하게 챙겼다. 이날 황성빈은 사전 행사(썸머레이스) 때 에레디아의 유니폼을 들고 나섰다. 황성빈은 “나 역시 부상으로 시합에 못 나와서 봐서 어떤 마음일지 잘 안다. 에레디아가 빨리 회복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다만, 후반기 첫 경기를 우리와 치르는데, 워낙 영향력이 큰 선수 아닌가. 그 시리즈가 지나고 복귀하면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퓨처스 올스타전 퍼포먼스(박준우)부터 우리가 다 타지 않았나. 내년 누가될지 모르지만 부담을 꼭 느끼길 바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천=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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