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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스타★톡톡] 류준열 "망가진 게 아닌 솔직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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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류준열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투자사기 당한 3층 배진수 역

"인간의 비겁한 밑바닥 표현

홀로 연기 많아 신선하고 즐거워

막춤은 감정·동작 연기에 초점

게임 종료 후 마지막 장례식신

'인간의 도리'로 모인 것일 듯

사생활 논란 등 비판 모두 감당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 되기도"

스포츠월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드디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보통 해외에서 K-드라마, 코리안 액터라고 하면 많이 반겨주시는데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가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돼 쁩니다.”

개성 있는 마스크,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력. 배우 류준열(사진)이 이번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로 돌아왔다.

류준열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었다. 그의 첫 번째 넷플릭스 시리즈인 만큼 설렘도 컸다. 극 중 류준열은 전 재산은 물론 사채까지 써 투자했지만 사기를 당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때 ‘더 에이트 쇼’에 참가하게 되는 3층 배진수로 분했다. 현실적이어서 짜증나지만, 그러면서도 공감가는 ‘밉지 않은’ 캐릭터다.

-더 에이트 쇼 제안을 받았을 때 소감은.

”워낙 좋아하는 한재림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게 반가웠다. ‘더 킹’ 때도 즐겁게 찍었는데 이번에도 제안 주셔서 감사했다. 데뷔 전 배진수 작가님의 금요일이라는 웹툰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작가님의 새로운 작품이라고 하니 기대가 컸다. 배진수 작가님이 인간의 소망에 대한 오류를 집어내는 작품을 많이 쓰신다.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 작가님과 한재림 감독님이 함께 하면 너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 싶었다.

-이번에 연기한 3층을 두고 ‘류준열이 망가지는 연기를 했다’는 평이 있는데.

“일부러 망가지지 않았다(웃음). 그냥 인간의 가장 솔직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하면서 인간의 치열함과 비겁함, 밑바닥을 표현하는 모든 과정이 배우로서 행복했다.”

-1~8층 인물 중 가장 이입됐던 캐릭터가 있다면.

“그래도 역시 3층이다. 사실 제일 꼴 보기 싫었지만, 가장 이입되더라. 큰 실수를 한다기보다 좀생이 같고 작은 일이지만 약간 정떨어지는 모습을 3층이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것 같다(웃음).

제 캐릭터 자체가 독특하거나 튀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의 연기를 하려고 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필요로 하는 배역이라고 생각해 연기도 솔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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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는 상대 배우 없이 홀로 연기할 때가 많았지 않나. 벽을 보고 이야기한다던지. 상대방 리액션 없이 홀로 연기할 때 어땠나.

“오히려 무궁무진하고 완전히 열린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리액션이나 어떤 감정, 무언가에 의해 바꾸거나 맞출 필요 없이 오로지 준비한 것을 가서 보여드리면 됐다. 그런 부분이 신선했고 준비가 즐거웠다.

흔히 이야기하는 ‘자유연기’라고 해야 하나. 일반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집에 혼자 있을 때의 내 모습처럼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런 장면이 많다보니 너무 좋았다.”

-3층의 먹방, 장기자랑을 위해 춘 댄스 장면이 화제가 됐다. 막춤은 연습한 건가.

“그 장면이 어떻게 보면 막춤이다 보니까 동작을 짜기보다는 ‘이런 감정, 동작으로 연기하라’는 지침은 있었다. 예를 들면 ‘경찰관이 수신호 하는 느낌으로 움직여라, 발바닥에 불이 붙었을 때처럼 하라’ 같은.

이 과정에서 춤을 대하는 자세, 접근 방법을 독특하게 알려주셔서 춤에 대한 흥미가 생겼을 정도로 재밌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때 동작들이 반응이 좋다보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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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스틸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댄스신을 두고 ‘메트로놈 뺨치는 박자감각’이라는 칭찬도 많은데.

“그건 정말 세상이 저를 향해 몰래카메라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웃음). 저는 춤에 재능이 없다.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면 모를까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 춤을 잘 춰야 하는 역할이었으면 이 작품을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다.”

-실제 게임에 참가했다면 어떤 콘텐츠를 준비했을 것 같나.

“저라면 콩트나 유튜버분들이 많이 하는 캐릭터로 쇼를 준비했을 것 같다. 수련회나 수학여행 가서도 조를 짜서 장기자랑 발표하듯이. 제가 맛있게 잘 먹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먹방은 확실히 안 했을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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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답게 가학적인 장면도 많았다. ‘이런 장면을?’ 싶은 씬도 많았다. 특히 소품이라도 눈을 가리고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방망이 앞에 서있어야 했는데.

“저는 이런 장면을 통해 시청자들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감정이 들었다면 오히려 좀 성공했다고 생각이 든다. 자주 보다 보면 익숙해진 게 많지 않나. 예를 들어 더이상 CG에 놀라지 않듯이 새로운 인물로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앞을 가리고 연기한다는 게 두려웠는데, 방망이가 아니었어도 그랬을 거다. 그냥 눈 감고 서있기만 해도 무섭고 불안할 것 같다. 촬영할 때 어려운 장면이긴 했다.”

-주로 계속 같은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다음에 또 세트장에서 촬영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자는 편이다. 밤 장면이 많았던 뺑반 때도 메이킹을 보면 다 졸고 있다(웃음). 더 에이트 쇼는 하루이틀 말고는 밤에 찍은 적이 없어서 행복했다. 정말 직장인들처럼 출퇴근한다는 느낌.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씻고 가면 아침밥 주고, 저녁밥 먹고 딱 들어가서 자고. 컨디션 조절하기에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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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례식 장면이 인상깊다. 3층이 사실은 뭔가 주도적으로 결정을 하거나 이렇게 뭔가를 선택하는 사람은 아니었지 않나. 게임이 끝나고 나서 이들을 모은 것은 어떤 감정에서였을까.

“여러 가지 감정이 녹아 있겠지만 특히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내가 이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려면 ‘인간으로서’ 살아야 하지 않나.

쇼를 마친 뒤 3층은 인간으로서의 무언가를 잃은 느낌을 받은 게 아니었을까. 장례식 전에 감정이 무뎌지고 잠만 자거나, 자살을 시도하거나 하지 않나. 이런 것도 자신을 인간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용기는 없고 살아야 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인간답게 살려면 용서를 구하는 게 중요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장례식을 택했던 거라고 본다. 한 인간이 죽었을 때 장례를 치른다는 건 두 인간의 시작과 끝을 이어가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3층은 장례식을 통해 1층에게 용서를 구하고 자기도 다시 태어난다고 느끼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장례식을 마치고 걸어 나올 때 좀 홀가분한 걸음걸이다. 용서를 구하는 방법은 다 제각각이었다. 3층이 장례식을 열었다면 여기에 참석하거나, 7층은 정체를 이야기하지 않고 1층의 가족에게 상금을 전달하지 않나.”

-환승연애, 그린워싱 등 사생활 이슈가 많은 상황에 작품이 공개됐다.

“(한소희·혜리와의 논란이 일어난) 당시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두 사람의)SNS에 여러 글이 올라온 상황이었다. 하나하나 일일이 답변드리기보다는 침묵하고 이로 인해 생기는 비판을 감당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마스터즈 다녀오면서 생긴 그린워싱 논란에 대해서도 많은 글을 잘 읽어봤고,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데뷔 이래로 고민이 많은 시간이었다. 제가 부족한 점을 비판해 주시고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와중에 이번 작품이 나왔다.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 가운데 인상깊은 게 있다면.

“매스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다. ‘이 게임을 언제 끝낼 건지’에 대한 물음은 이 자극의 끝이 어디까지 가느냐에 대한 질문과 결이 같다고 본다. 누구에게는 흥미롭지만 불편하기도 한 것처럼 이 작품이 가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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