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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슈퍼스타 성용이의 삶이 이런 거구나 싶어” 어딜 가나 사진 요청받는 ‘구리 메시’ 고광민 근황 “축구도 삶도 행복합니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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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35·사바 FA)은 FC 서울 레전드다. 고광민은 2011년 서울에 입단해 2022년까지 서울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고광민이 서울을 떠났던 건 군 복무 시절뿐이었다. 고광민은 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246경기에 출전해 8골 16도움을 기록했다. 서울 구단 역대 최다 출전 10위의 기록. 고광민은 K리그1 우승 2회, 코리아컵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등에 이바지했다.

고광민은 2023시즌을 앞두고 서울과 1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고광민은 “서울에서 2023시즌을 마친 뒤 은퇴할 계획이었다”며 “원클럽맨으로 명예롭게 떠날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고광민의 계획은 뜻밖의 제안으로 바뀌었다. 2023시즌을 앞둔 서울의 태국 전지훈련이었다. 고광민은 말레이시아 슈퍼리그(1부) 사바와의 연습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옹 킴 스위 사바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광민은 고심 끝 이적을 택했다. 서울도 구단에 헌신한 고광민의 이적을 허락했다. 고광민이 서울을 떠난 지 1년 4개월. MK스포츠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휴양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행복 축구’ 중인 고광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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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 사진=사바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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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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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의 가족. 고광민의 아내 최혜숙 씨, 첫째 달 고비채, 둘째 아들 고도유. 사진=M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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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3시즌을 앞두고 말레이시아로 떠났습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까.

2024-25시즌에 막 돌입했습니다. 올해부터 추춘제로 바뀌었거든요. 정신없이 지낸 듯합니다. 작년 12월 2023시즌을 마치자마자 AFC컵에 출전했어요. AFC컵을 마친 뒤 오래 쉬진 못했습니다. 2월에 또 다른 대회가 있었거든요. 2월 대회를 마치고서 한 달 휴가를 받아 푹 쉬었습니다. 휴가를 마친 뒤부터 2024-25시즌 준비에 매진했고요.

Q. 한국엔 안 왔습니까.

2월에 한국에 들어갔어요. 3주간 즐겁게 지냈죠.

Q.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에서만 뛰었어요.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곤 말이죠. 어떻게 하다가 새 도전을 택하게 된 겁니까.

이렇게 새로운 무대에서 뛸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어요. 태국에서 2023시즌 준비에 한창인 때였죠. 현 소속팀인 사바와 비공개 연습경기를 치렀어요. 저는 당시 주전조가 아니었습니다. 3쿼터로 나눠서 경기를 치렀는데 저는 마지막 쿼터에만 나섰죠. 그 경기에서 그렇게 잘한 것 같진 않았어요. 그런데 경기 끝나고 제 지인을 통해서 연락이 온 거예요.

Q. 그 비공개 연습경기에서 제일 잘했던 것 아닙니까.

다시 생각해 봐도 아니에요(웃음). 주전조도 아니었다니까. 사바에 박태수란 한국 선수가 있어요. 그 선수를 통해서 옹 킴 스위 사바 감독님이 저를 엄청 좋게 봤다는 거예요. 처음 그 얘길 들었을 땐 ‘아 그렇구나’하고 지나쳤죠. 그런데 계속 연락이 오는 거예요. ‘너를 영입하고 싶다’고. 서울과 1년 재계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려울 것이라고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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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 FA에서 뛰고 있는 고광민. 사진=사바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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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바로 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습니까.

서울에서 2023시즌을 마친 뒤 은퇴할 생각이었습니다.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어서 서울과 1년 재계약을 맺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사바 쪽에서 ‘감독님이 화상 미팅이라도 하고 싶어 하신다’고 하는 거예요. 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게 느껴지니까 조금 궁금하긴 했어요. 사바가 어떤 팀인지.

Q. 어떤 팀이었습니까.

사바의 연고지가 세계적인 휴양지인 사바 주 코타키나발루였어요. 살기가 아주 좋은 곳이었죠. 결정적으로 아이들 교육 환경이 정말 좋은 거예요. 아이가 둘이거든요. 서울이란 빅클럽에서 원클럽맨으로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었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봤어요. 은퇴를 앞둔 시점에 서울이란 큰 클럽에서 잘하면 얼마나 잘할까. 잘 뛰지 못하면 명예로운 은퇴가 아닌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바에서 제안한 조건이 좋았습니다. 계약 기간도 1년이 아닌 2년이었죠.

Q. 서울도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잖아요. 재계약을 맺은지 얼마 안 됐던 까닭에 이적을 허락하기가 쉽진 않았을 듯한데요.

동계 훈련 때 몸이 좋긴 했어요. 마지막 시즌이라고 생각하니깐 부담이 없는 거예요. 동계 훈련에선 축구가 생각한 대로 됐죠. 안익수 전 감독님도 처음엔 ‘못 보낼 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서울 동료들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고요. 시간을 두고 생각을 거듭하면서 결론을 냈죠. 저도 구단도 고광민이란 선수를 위한 결정을 하자. 그렇게 해서 서울을 떠나게 됐습니다.

Q. 고광민은 서울의 원클럽맨이었고, K리그에서만 뛰었습니다. 새로운 무대는 어땠습니까.

외국인 선수들의 심정을 알게 됐죠(웃음). 매 경기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크더라고요. 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동남아시아 리그 외국인 선수 수준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적 시장 막바지에 합류한 거라서 포지션마다 좋은 선수가 수두룩했죠. 현역 말레이시아 국가대표 선수도 많았고요. 방법이 없었습니다.

Q. 어떻게 했습니까.

비는 자리가 있으면 죽자 살자 뛰었죠. 초반엔 주로 조커로 그라운드를 밟았어요. 전방 공격수, 윙어, 풀백 다 뛰었습니다. 매 경기 온 힘을 다하다 보니 출전 시간이 늘었죠. 주전으로 나서는 날이 많아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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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의 가족. 고광민의 아내 최혜숙 씨, 첫째 딸 고비채 양, 둘째 아들 고도유 군. 사진=M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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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광민. 사진=M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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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은 말레이시아로 향한 이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 고비채 양(사진 오른쪽), 고도유 군. 사진=M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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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울을 떠나서 생활하는 것도 처음이잖아요. 코타키나발루가 아름다운 휴양지로 정말 유명합니다. 생활은 어떻습니까.

서울에서 자라서 서울에서만 살았습니다. 서울을 벗어나서 살아보는 게 처음이에요. 한국인이 정말 많습니다(웃음). 삶은 서울과 조금 달라요. 여유가 있고 만족스러운 게 느껴지는 삶이랄까.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프로축구 선수뿐 아니라 한국은 정말 치열한 경쟁의 나라잖아요. 말레이시아에선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있는 편입니까.

말레이시아로 와서 가장 좋은 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이 늘어났다는 거예요. 운동 시간만 잘 지키고 철저히 하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하루가 정말 빨리 지나간다는 걸 느껴요. 화요일쯤 됐나 싶어 날짜를 보면 금요일이나 토요일인 거죠(웃음).

Q.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축구 열기가 대단하잖아요. 선수로 뛰면서 느끼는 축구 열기는 어느 정도입니까.

대도시일수록 축구 열기는 떨어져요. 외곽 지역일수록 축구 열기가 뜨겁죠. 말레이시아 수도에 있는 팀들을 보면 열기가 그렇게 뜨겁진 않아요. 반면 사바는 이 지역 모든 분이 저를 알아봐 주실 정도로 축구 열기가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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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르 다룰 탁짐의 홈구장. 사진=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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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레이시아 리그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조호르 다룰 탁짐. 거긴 얼마나 투자하는 겁니까.

조호르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당장 울산 HD나 전북 현대에서 주전으로 뛰어도 문제가 없는 선수들이라고 보면 돼요. 조호르는 지난 시즌 말레이시아 리그에서 무패우승을 차지했습니다. 1골 넣으면 난리가 나요. 선수단 퀄리티, 팬들의 열정 다 대단한 팀이죠. 그래도 저는 매 경기 아낌없는 응원과 사랑을 주시는 사바가 더 좋습니다(웃음).

Q. 외국인 선수로 느끼는 어려움은 없습니까.

처음엔 잔디에 적응을 못했어요. 조호르 홈구장을 제외한 모든 구장이 동남아시아 ‘떡 잔디’를 생각하면 됩니다. 처음엔 조금만 뛰어도 다리에 쥐가 나는 거예요. 근육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죠. 사람이 참 무서운 게 시간이 지나니깐 적응하더라고요. 올 시즌엔 이 잔디에서 공을 차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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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 사진=M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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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 사진=M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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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이 그립진 않습니까.

2월에 잠깐 한국에 들어갔잖아요. 한국 사람이더라고. 한국이 살기엔 제일 좋아요(웃음).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 놀러 갔으니까 좋은 것’이라고. 한국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매일 치열한 경쟁 속 스트레스 받고... 쉽지 않죠. 코타키나발루는 정말 여유가 있어서 좋아요. 사람들도 엄청 친절하고요. 모든 사람이 저를 알아봅니다. 쇼핑몰 같은 곳에 가면 사진 찍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죠.

Q. 슈퍼스타로 사는 것도 쉽지 않은 것 아닙니까.

(기)성용이 생각이 나더라고. 성용이는 한국에서도 마음대로 못 돌아다니잖아요. 슈퍼스타니깐. 처음엔 많이 알아봐 주시니깐 좋았는데... 왠지 잠깐 밖에 나갈 때도 꾸며야 할 것 같고 그런 고민을 좀 해요(웃음).

Q. 고광민은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이 그리워하는 이름 중 하나입니다.

수호신은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말 감사한 존재죠. 사바 경기를 보러 와주신 팬들도 계십니다. 제가 냉정하게 봤을 때 성용이처럼 유명한 선수는 아니잖아요. 그런 저를 잊지 않고 찾아주신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 마음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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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을 뛰게 하는 가장 큰 힘은 그의 가족이다. 고비채 양, 고도유 군. 사진=M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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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레이시아에서 2년 차 시즌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제가 나이를 먹었어요(웃음). 회복이 확실히 늦다는 걸 느낍니다. 예전엔 ‘힘들다’는 걸 모르고 뛰었는데... 시간이 참 빠른 듯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안 다치는 거예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Q. 지금도 축구가 재밌습니까.

하기 싫을 때 있죠. 몸이 안 좋아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운동장에 들어서면 신나게 뜁니다. 올 시즌을 잘 마치고 1년만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몸 관리 잘해서 도전해 봐야죠. 서울에서나 사바에서나 제 바람은 똑같습니다. 팬들에게 ‘눈에 띄진 않지만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요. 서울, 사바 저를 사랑해 주시는 팬을 위해서 매 순간 온 힘을 다할 겁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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