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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입증했다 , 중국 공한증은 불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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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16분 왼발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는 이강인(가운데). 주장 손흥민(오른쪽)과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간 주민규가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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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무패로 통과했다. 밀집 수비 대형으로 나선 중국을 상대로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귀중한 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FIFA 랭킹 23위)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최종전에서 후반 16분 이강인의 결승 골을 앞세워 중국에 1-0으로 이겼다. 일찌감치 조 1위와 3차 예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은 이날 중국전을 포함해 2차 예선 6경기를 5승 1무(20득점 1실점)로 여유 있게 마무리했다.

중국 축구가 한국만 만나면 맥을 못 추는 현상을 일컫는 ‘공한증(恐韓症)’도 이어졌다. 기분 좋은 승리와 함께 한국은 중국과의 상대전적에서 38전 23승 13무 2패로 간격을 더 벌렸다. ‘안방’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중국전 무패 기록도 10경기(5승 5무)로 늘렸다. 하루 전 중국 웨이난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19세 이하(U-19) 축구대표팀이 중국에 불의의 일격을 당해 0-2로 진 아쉬움을 형들이 깨끗이 씻어냈다.

중국은 ‘타도 한국’을 위해 페르난지뉴, 알란, 엘케손 등 세 명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를 엔트리에 포함시켰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알란과 엘케손은 출전하지 않았고, 페르난지뉴는 주목할 만한 활약 없이 후반 24분 우레이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한국과의 2연전을 모두 패한 중국은 2차 예선을 2승2무2패 승점 8점으로 마무리했다.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승점을 추가하지 못 했지만, 간신히 조 2위를 유지하며 3차 예선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태국과 승점이 같았지만 승자승에서 앞선 결과다.

김도훈 감독은 손흥민(토트넘)-황희찬(울버햄프턴)-이강인이 함께 공격을 이끄는 스리톱 전술을 가동했다. 승리보다는 무실점에 초점을 맞추고 밀집 대형을 이룬 중국 수비진을 흔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잔뜩 웅크린 채 버티다 이따금씩 역습 위주로 반격하는 중국의 전략이 먹혀들면서 전반은 답답한 흐름 끝에 득점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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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펴들고 3-0 승리를 다짐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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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달라진 건 후반 16분 스트라이커 주민규(울산)를 투입한 직후였다. 최전방을 누비던 황희찬을 우측면으로, 오른쪽의 이강인을 중앙으로 이동 배치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선수 교체 직후 속공 찬스에서 왼쪽 측면을 파고든 손흥민이 상대 위험지역 정면으로 올려준 땅볼 크로스가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돼 흐르자 이강인이 벼락같이 뛰어들며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직후 이강인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6만4935명 팬의 뜨거운 함성에 경기장이 요동쳤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한국은 이후 파상 공세를 펼치며 추가 골을 노렸다. 몸싸움이 좋은 주민규가 최전방에서 버텨주면서 좌우 측면을 중심으로 돌파 찬스가 이어졌다. 상대 페널티 박스 왼쪽 측면을 허무는 손흥민의 돌파가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손흥민은 전반 종료 직전 경기장 남측 스탠드에 모인 중국 원정 팬들과 가벼운 신경전을 벌였다. 야유를 보내는 상대 팬들을 바라보며 씩 웃어준 뒤 손가락으로 ‘3-0’을 만들어 보였다. 지난해 11월 중국 선전에서 치른 맞대결 결과(한국 3-0승)를 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예고한 세 골 차 승리를 이끌어내진 못 했지만, 손흥민은 이강인의 결승 골에 관여하며 제 몫을 해냈다. 127번째 A매치를 풀타임 소화하며 역대 출전 순위에서 이영표와 함께 공동 4위로 뛰어올랐다. A매치 통산 득점은 48골에 머물러 황선홍 대전 감독이 보유한 통산 2위 기록(50골) 경신은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은 오는 9월 시작하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앞두고 FIFA 랭킹 기준 상위 1~3위에게 주어지는 톱시드를 확보했다. 함께 시드를 받은 일본(18위)과 이란(20위)을 피하게 됐다. 3차 예선은 18개 팀이 3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며 각 조 1·2위 6개 팀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다. 각 조 3·4위 6개 팀은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송지훈·피주영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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