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투자전문가 조언…"시장 금리, 천천히 떨어질 것"
"인하 확실해지면 중장기 채권…AI·반도체 등 성장주, 금도 투자 고려"
"대출 만기 짧다면 일단 '고정금리'로"…장기 주담대는 의견 갈려
한국은행도 이르면 올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은행 투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금리 하락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단기 자금은 단기채 펀드를 활용하되, 금리 인하가 확실해지면 중장기 채권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주요 성장주와 금도 주목할 만한 투자처로 꼽혔다.
은행 |
◇ "시장금리 낙폭 제한적일 것…금리 하향 안정화 땐 중장기 채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다고 해도,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미란 하나은행 도곡금융센터 VIP PB부장은 "이미 시중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1회분을 선반영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급격하지 않다면 금리 변동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여전히 높은 물가 등을 고려하면 향후 금리 인하는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이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 폭 역시 제한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1년 이내 유동성 자금이라면, 아직 단기금리가 높기 때문에 단기채 펀드를 활용할 것을 권했다. 이어 금리가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중장기 채권 투자를 고려하라고 했다.
오경석 신한PWM태평로센터 팀장은 "금리 인상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듀레이션이 짧은 단기채권형 펀드 등으로 운용하며 금리 변동성에 대비하는 투자를 진행하다가, 향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판단되는 명확한 시점에 중장기채권형 자산 투자도 고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오 팀장은 "금리 결정 핵심 지표인 물가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장기물에 대한 과도한 비중은 조심스럽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선미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 PB팀장도 "단기 금리 변동성에 대비해 단기채권과 중장기적 금리 하락기 고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장기채권을 같이 가져가는 바벨전략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정 PB팀장은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채권금리가 떨어진다"며 "금리가 떨어지는 국면에서는 장기채권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 선진국 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신흥국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캐리 수익이 높은 신흥국 채권이 포함된 글로벌 채권도 눈여겨 볼만하다"고 했다.
장기 운용 자금이라면, 현재 고금리를 장기로 가져갈 수 있는 저축성보험을 활용하라고 권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김정열 NH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5년 정도 운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라면 현재의 고금리를 5년간 확정해주는 저축성보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WM전문위원은 "향후 금리 하락을 예상하기 때문에 5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연금 전환 특약 등을 활용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건보료 등 추가 부담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딜링룸 |
◇ "AI·반도체 등 성장주 투자 추천…금도 분할 매수 권유"
전문가들은 AI·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한 성장주식 투자도 추천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투자전략팀장은 "20∼30대, 혹은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망 성장주식에 높은 투자 비중을 가져가며 장기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김 WM전문위원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동성과 실적에 기반한 미국 주도의 랠리가 3분기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술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된다면 S&P500 같은 지수투자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의 경우 반도체 등 IT 제품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섹터 중심의 투자를 추천하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제도적 안착을 기대하며 고배당,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투자도 제안한다"고 했다.
정 PB팀장 역시 "AI 기술혁신,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 친환경 기술 등 삶의 질을 높여주는 혁신성장 테마는 내년 이후에도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글로벌 빅테크 주식에 대한 관심과 비중은 유지하되, 변동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투자와 투자 시기 분산, 이익 실현 등 적절한 관리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경우, 최근 오르기는 했지만 금리 인하 시기 고려할 만한 투자처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 WM전문위원은 "금 가격은 일반적으로 실질금리와 반비례로 움직인다"며 "지난 2022년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와 각국 중앙은행의 강한 매수세로 인해 실질금리 상승에도 좋은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산 배분 차원에서 금 보유를 추천한다"며 "올해 하반기 금이 조정을 보일 때마다 분할 매수 전략으로 대응하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향후 금리 하락에 의한 금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더불어 혹시 모를 경기 침체에도 대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PB팀장도 "금의 경우,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조정이 예상되나,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가 동반될 경우 상승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은행 대출 |
◇ "만기 짧다면 일단 금리 낮은 고정금리 대출로…대환은 하반기에 고민"
전문가들은 대출의 경우 대출자산 운용 기간·자금 필요 기간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단기로 운용하는 신용·전세자금 대출은 고정금리를 추천했다.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7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3.720∼6.797%로,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연 3.180∼5.625%보다 높았다.
오 팀장은 "현재 신규 대출 진행 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에 비해 0.5∼0.9%포인트(p) 높게 적용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전세자금대출이나 신용대출 진행 시에는 현재 적용금리가 낮은 고정금리부 대출을 이용하는 게 더 용이해 보인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상환계획을 가지고 진행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김 WM전문위원은 "현재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가 약 1%p 정도로 벌어져 있다"며 "금리 우하향을 예상하지만, 단기간 급격한 하락세를 예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신규 대출자들은 5년 주기 고정금리 상품을 활용하다가 금리 인하의 속도를 보고 변동금리 대환을 고려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 팀장은 "변동금리부 대출이 고정금리부 대출에 비해 당장 이자 부담은 더 클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가 하향안정화하면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도 하락할 수 있어 변동금리부 대출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자금 필요시기가 고정돼있으면 어렵겠지만, 현재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부담돼 기존 대출 대환 등을 고민하는 금융소비자가 있다면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가이드가 나올 것이라고 보이는 하반기를 그 시점으로 고민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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