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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간절한 황택의, 그리고 젊어진 남자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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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일 바레인 이사에서 열린 2024 AVC 챌린저컵 인도네시아전에 나선 한국 대표팀 주장 황택의(왼쪽). 사진 아시아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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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한국시간) 바레인 이사의 이사 빈 라시드 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C조 조별리그 3차전 5세트. 한국은 위기에 몰렸다. 14-13 매치포인트를 따냈지만, 김지한의 공격이 막혀 리드를 내준 상태였다.

16-17에서 카타르의 와디디 라이미가 강한 서브를 넣었고, 임성진이 리시브한 공은 그대로 네트를 넘었다. 2m6㎝의 장신 미들블로커 이브라힘 무함마드는 다이렉트 킬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브라힘의 공격은 황택의(28·국군체육부대)의 블로킹에 맞고 카타르 코트에 떨어졌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 기사회생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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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2024 AVC 챌린저컵 바레인전에서 공격하는 신호진. 사진 아시아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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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18에서 왼손잡이 신호진이 오른손으로 스파이크를 해 경기를 마무리지어 3-2 역전승을 거뒀다. 인도네시아전 3-0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달린 한국은 C조 1위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2018년 이후 카타르 상대로 1승 3패로 밀렸던 한국으로선 모처럼만의 시원한 승리였다. 신호진이 팀내 최다인 19점, 임성진이 17점, 김지한이 15점을 기록했다. 황택의는 서브득점 7개, 블로킹 3개 포함 11점을 올렸다. 이상현은 블로킹 4개 포함 10점을 올렸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베스트 멤버로 나서지 못했다. 정지석·김민재(이상 대한항공)·허수봉(현대캐피탈)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세대교체를 위해 전광인(현대캐피탈), 신영석(한국전력), 한선수(대한항공) 등을 이미 제외한데다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임동혁(대한항공), 박찬웅(한국전력)도 합류하지 못했다. 우리 선수단 14명의 평균연령은 24.1세로 그 어느 때보다 낮았다. 30대 선수는 차영석(현대캐피탈)이 유일하다. 주장 황택의도 2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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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2024 AVC 챌린저컵 바레인전에서 승리를 거둔 남자 배구 대표팀. 사진 아시아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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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황택의의 어깨는 무거웠다. 주장이자 주전 세터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라미레스 감독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팀 컬러를 최대한 바꾸려고 했다. 퍼펙트 리시브가 되지 않아도 속공을 많이 쓰고, 후위공격을 비롯한 여러 패턴을 썼다. 아직 완벽하진 않다. 카타르전에서도 호흡이 맞지 않아 여러 차례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 수록 집중력이 올라갔고, 그동안 함께 발탁된 임성진과 김지한을 잘 살렸다.

무엇보다 서브가 날카로웠다. 1세트 시작부터 강한 서브로 2개의 에이스를 만들었다. 경기 내내 황택의의 서브는 과감했고, 정확했다. 절대절명의 순간에 나온 블로킹을 포함해 가로막기도 3개나 성공시켰다. 세터 중에서 가장 득점력이 좋은 황택의의 장점이 고스란히 나온 경기였다. 황택의는 "행복하다. 하늘이 도왔다. 정말 간절하니까 하늘이 도와주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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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챌린저컵 카타르전에서 토스하는 세터 황택의. 사진 아시아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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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자 배구 대표팀은 하락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24년째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림픽은 커녕 아시아 무대에서도 이제는 중위권으로 밀려나고 있다. 세계정상권인 일본과 이란은커녕 중국도 넘지 못하고, 카타르·바레인 등 중동 팀들에게도 고전한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선 파키스탄에게 일격을 당해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여자대표팀은 그나마 '코어 팀'으로 분류돼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도 나서고 있지만, 남자 팀은 VNL로 개편된 뒤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VNL로 가기 위해선 이번 아시아 챌린지컵을 우승한 뒤, 국제배구연맹 챌린지컵까지 정상에 올라야 한다. 사실상 쉽지 않다. 하지만 황택의는 "이번 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 선배로서, 그리고 국가대표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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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바레인 이사에서 열린 2024 AVC 챌린저컵 인도네시아전에서 리시브하는 임성진. 사진 아시아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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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바레인 이사에서 열린 2024 AVC 챌린저컵 인도네시아전에서 공격하는 김지한. 사진 아시아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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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경기 뿐이지만 희망도 보인다. 99년생 동갑내기 임성진과 김지한, 이상현이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몬자에 입단한 신예 이우진(19)도 빠르게 경험을 쌓고 있다.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 신호진도 기대 이상이다. 최대한 랭킹 포인트를 따낸다면 세계랭킹 28위까지 주어지는 세계선수권 출전권 커트라인도 지켜낼 수 있다. 대표팀은 6일 A조 2위와 8강전을 치른다. 현재로선 홈 팀 바레인이 유력해 보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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