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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방시혁, 민희진에 지는게 이기는 거다 [연예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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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민희진의 화해 제안을 방시혁은 어떻게 받을까. 사진|스타투데이DB·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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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은 지는게 이기는 것’이란 말이 있다. 당장은 지는 것 같지만 길게 크게 보면 이긴다는 뜻으로, 자세히 보면 지는게 아닌 져 주라는 말이다. 져 주는 건 더 큰 힘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포용이다. 화해를 제안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게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보여줬으면 하는 모습이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맞지 않았지만, 불행하게도 첫 눈에 반한 두 사람(아니, 사실 한 사람은 잘 모르겠다). 결국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 갔다가 타의(법원)에 의해 숙려기간으로 접어들었다. 전쟁 중 소강상태로, 미울대로 미운 두 사람이 서로 어떤 궁리를 하고 있는지 속내는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나오는 흔한 실수는 상대의 꿍꿍이가 뭔지 알아내는데만 골몰하는 것이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해와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는 것으로, 이 경우 상대에게 끌려다니기 딱 좋다. 이럴 때는 통 크게 져 주고 품어주는게 형세 전환을 위해 더 좋다. 내내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말이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달 31일 2차 기자회견에서 그룹 뉴진스와 그린 월드투어 같은 미래 청사진을 공개하며 하이브에 “타협점을 찾자”고 화해를 제안했다. 이사회 구성 변화로 언제 해임될지 모를 상황에 처한 그의 화해 제안은 언뜻 속보이는 것도 같지만 여전히 남은 불안 속에서도 그는 선공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의 말대로, 남은 건 하이브의 대답이고 대응이다.

이혼하겠다는 부부에게 “왜 싸웠냐”고 물어 사연을 가만히 듣다보면 결국 남는건 ‘자존심 싸움’이다. 표면에는 어떤 사건이 있지만 그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린게 더이상 참지 못할 원인이 된다. 물질적 물리적 손해 보다 자존심이 상했을 때 사람은 울컥하고 마음은 차갑게 돌아선다. 지금 방시혁 의장은 대단히 불쾌할 것이다.

방시혁은 콘셉트 카피 논란에다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와 “(뉴진스가 빌보드 차트 오른뒤 즐거우세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 공개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민희진이 낸 가처분까지 인용되면서 해임시키는 것도 실패했으니 되는게 하나도 없다 싶어 화가 제대로 났을 것이다.

게다가 ‘역대급 기자회견’이라고 불린 지난 4월 25일 민희진의 1차 기자회견에 이어 2차 기자회견에서도 민희진이 화해를 제안하며 내내 주도권을 쥐고 가고 있으니 얼마나 심기가 불편하겠나. 1차 기자회견 사흘 전, 어도어 경영권 찬탈 시도 의혹으로 감사 발표를 할 때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흘러갈 줄 누가 알았을까. 최고의 병법서(兵法書)로 꼽히는 손자병법에서는 지지않는 상황 조성, 세(勢), 주도권을 강조하는데 적어도 하이브는 이 모든 것에서 졌다.

이혼은 부부가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되니 법적으로는 간단하다. 문제는 아이가 있을 때다. 이 아이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 양육비는 어떻게 할 것이냐를 해결해야 하고, 앞으로 아이가 엄마 아빠 둘 중 하나 없이 커 나가면서 안게 될 위축됨이나 트라우마는 어떻게 보듬어질 수 있느냐까지 성숙한 어른이라면 생각해야 한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참으려고요”라며 이혼을 미룬 부부는 바보라서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어른이라서다.

이제 막 꽃을 피운 그룹 뉴진스는 훨훨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월드투어로 또 한번 K팝을 전 세계에 알릴 일이 남았고, 그를 위해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아빠가 다친 자존심을 내세우며 화해 제안을 거절한다면 무엇보다 뉴진스 멤버들은 마음이 바늘방석일 것이고, 그런 뉴진스의 웃음은 전처럼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잠시나마 휴전하려면 엄마가 아빠에게, 아빠가 엄마에게 해야 할 일이 있다.

엄마는 솔직히 그룹 방탄소년단을 보유한 ‘하이브’라는 백그라운드 덕에 뉴진스가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그런다고 엄마 능력 어디 안 간다). 아빠는 워커홀릭에 감각도 좋은 엄마가 있어서 뉴진스가 탄생했고, 뉴진스가 큰오빠 없는 동안 집안에 상당한 보탬이 된 데 대해 인정해줘야 한다. 마음이 그리 내키지 않더라도 테이블에 마주 앉으려면 서로 상처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와 상대에 대한 존중은 필요한 법이다.

뭐 그렇다고 다시 “여보 우리 잘 살아봐요”까진 바라지 않는다. 갑자기 그러면 무섭다. 그저 7년 계약 뒤 민희진의 말대로 시집을 갈지, 유학을 갈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뉴진스가 그동안 마음껏 날 수 있도록만 참아보라는 얘기다.

가처분에서 이겼다 뿐, 민 대표는 여전히 코너에 몰려 있다. 언제 대표에서 해임될 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도 정신 차리고 먼저 공을 상대에 던졌다. 명분도 좋다. “뉴진스를 위해서”다. 여기다 대고 다시 싸우자고 공을 넘기면 하이브가 얻는게 있을까? K팝 대표 연예기획사라는 덩치에 안맞게 작아보이기만 할 뿐이다. 지금은 끝까지 도장 찍자고 달려들 때가 아니다. 종토방에서도 “대승적으로 가자”는 의견이 나온다.

행여 하이브가 가처분 인용 판결문에서 언급된 ‘배신’이라는 단어에 홀려 이를 반격의 수단으로 삼는데 급급해선 안될 때다. 민 대표 변호인이 말했듯 여기서의 ‘배신’이란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배임은 아니다’라는 상대적 표현에 가까워 보인다. 배신감에 서운할 수는 있어도 범죄는 아니라는게 재판부의 판단이고, 그 점에서 하이브는 일단 졌다. 졌으면 애당초 방향을 잘못 잡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민희진=배신자라는 낙인 찍기가 목표였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민희진은 “하이브와 타협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펀치를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삐지지 말자”고 ‘퉁치자’고 제안했다. “빨리 만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손자병법은 전쟁을 추천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게 최선이며, 어쩔 수 없이 싸우면 최대한 빠르게 피해가 적은 승리를 거두라고 조언한다. 지도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 자체가 손해라고 봤다. 과연, 어도어에도 하이브에도 엔터기업 주주들에게도 이번 분쟁은 온통 마이너스 투성이다.

노란 카디건을 입고 나온 엄마는 1승에 웃으며 그러나 마음을 놓지 않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대기업 수장인 아빠는 엄마가 미워도 지금은 그룹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뉴진스가 잘되면 뉴진스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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