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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삼성으로 간 박병호 “이렇게 야구인생 끝내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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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86년생 동갑내기 박병호(왼쪽)와 오재일이 28일 맞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두 선수는 2005년 프로 입단 동기이자 상무에서 함께 복무했던 절친한 사이다. [뉴시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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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야구 인생을 끝내기는 싫었습니다. 정말 은퇴까지 생각했습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박병호(38)는 트레이드 발표 이튿날인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푸른색 훈련복을 입고 새 동료들을 만난 베테랑 거포는 연신 “마지막”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그는 이적 과정에서 생긴 갈등설에 대해서 해명하는 한편 삼성에서 새 출발하는 각오를 밝혔다.

박병호는 전날 트레이드를 통해 동갑내기 오재일(38)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이날 곧장 대구로 출근해 1군 훈련을 소화했다. 이어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하며 사자군단에서 첫 발걸음을 뗐다.

통산 383홈런을 때려낸 KBO리그의 대표적인 거포 박병호는 올 시즌 출발이 좋지 못했다. 타격이 부진한 탓에 후배 문상철에게 주전 1루수 자리를 내줬다. KT 이강철 감독에게 신임을 얻은 문상철은 출전할 기회가 늘어난 반면 박병호는 대수비나 대타로 나오는 경우가 잦았다.

‘홈런왕’ 타이틀을 6차례나 차지했고 2022년 KT 이적 후에도 줄곧 중심타선을 지켰던 박병호는 이런 상황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주전에서 밀려난 데다 자기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돌파구도 쉽게 보이지 않자 그는 여러 루트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박병호가 무상 트레이드나 조건 없는 방출을 원한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박병호의 불만을 파악하고 있던 KT는 이강철 감독과 나도현 단장의 주도 아래 여러 차례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박병호는 은퇴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구단은 2021년 12월 계약 당시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을 투자한 선수를 아무런 보상 없이 풀어줄 수 없다며 맞섰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던 순간, 오른손 거포를 찾던 삼성과 트레이드 논의가 오갔다. KT도 마침 왼손 거포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두 선수의 맞트레이드가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삼성의 오재일 역시 올 시즌 타격 부진으로 주전 1루수 자리를 데이비드 맥키넌에게 내준 처지였다.

28일 밤 잠실구장을 찾아 KT 선수단과 이강철 감독을 만난 뒤 곧장 대구로 내려왔다는 박병호는 “3시간 동안 운전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트레이드 과정에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와 마음이 무거웠다”며 “개막 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감독님을 찾아가 거취를 의논했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코칭스태프와 거취를 논의했지만,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박병호의 출전 시간은 더 줄어들었다. 지난 26일에는 허리 통증까지 생겨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박병호는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은퇴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감독님께서 ‘벌써 그만두기에는 너무 이르다’ 며 만류하셨다”면서 “내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서 KT 구단과 싸우고 헤어지는 모양새로 보일 수도 있다. 사실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울컥한 감정이 생겼을 뿐이다. 그게 이런저런 경로로 와전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선수의 맞트레이드는 삼성과 KT 두 팀에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박병호와 오재일 모두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 아닌가. 환경이 바뀌면 옛 기량이 돌아올 수도 있다. 다만 트레이드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박병호는 “(오)재일이와는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냈다. 어제 통화를 하면서 ‘우리가 야구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새로운 곳에서 잘 마무리하자’고 서로 응원했다”고 말했다.

대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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