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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매일 고기 먹어서 헤라클레스급 힘 생겼죠”…‘정육점집 둘째 아들’ 유도 김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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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로는 39년 만에 세계선수권 최중량급 금메달을 따낸 '헤라클레스' 김민종.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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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이 운영하는 서울 마장동 육가공 가게에서 도축된 돼지를 들쳐 메고 옮기는 김민종.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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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원 없이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 덕분에 힘이 폭발한 게 아닐까요. 하하하.”

유도 최중량급 국가대표인 ‘헤라클레스’ 김민종(24·양평군청)은 한국 유도의 역사를 다시 쓴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민종은 지난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 결승에서 구람 투시슈빌리(29·조지아)를 가로누르기 한판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유도 역사상 최중량급에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건 1985년 조용철(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다. 전 체급으로 범위를 넓혀도 세계선수권 우승은 2018년 73㎏급 안창림과 100㎏급 조구함(이상 은퇴) 이후 6년 만이다.

조용철 이후 최중량급 금메달 39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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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김민종. 사진 국제유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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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은 세계적인 강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국제유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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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은 오는 7월 열리는 파리올림픽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의 전초전 격으로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결승 상대였던 투시슈빌리는 2018 세계선수권 금메달,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강자다. 김민종은 4강전에선 또 다른 강자인 루카스 크르팔렉(34·체코)을 절반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크르팔렉은 올림픽에서 두 차례 금메달(2016년 100㎏급·2020년 100㎏ 이상급)을 목에 걸었던 선수다.

26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한 김민종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유도를 시작하면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우승을 목표로 삼았는데, 그중 한 가지를 이뤄내 기쁘다. 가족과 ‘마장동 삼촌들’이 가장 좋아하셨다. 오늘은 가족들과 고기 파티를 할 예정”이라며 껄껄 웃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최중량급에서 우승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체중 제한이 없는 최중량급에선 압도적인 체격을 앞세운 유럽과 서아시아의 거구들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100㎏ 이상급 2연패(2012·16년)와 세계선수권 11회 우승을 달성한 레전드 테디 리네르(35·프랑스)의 경우 키 2m4㎝에 체중이 150㎏에 육박한다. 김민종은 키 1m83㎝에 몸무게 13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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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선수권 남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85년 조용철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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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는 김민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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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아담한 체격’의 김민종이 세계 정상에 선 비결은 타고난 힘과 순발력이다. 김민종은 최중량급 세계에선 보기 드문 기교파 선수다. 업어치기·허벅다리걸기 같은 기본기가 탄탄한 데다 빗당겨치기·어깨로 메치기 등 화려한 변칙 기술까지 활용해 상대를 무너뜨린다.

김민종은 “체중을 늘리면 힘은 좋아지겠지만, 스피드가 떨어져 다양한 기술을 마음대로 못 쓴다. 키가 작은 덕분에 상대보다 무게 중심이 낮은 편이다. 최중량급 경기에선 잘 나오지 않는 업어치기를 구사할 수 있어서 유리한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종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 밑의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유도계에선 ‘마장동 둘째 아들’로 통한다. 코로나19로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이 휴식기에 들어갔던 2021년엔 아버지를 도와 마장동에서 1톤 분량의 돼지고기를 옮기는 것으로 근력 운동을 대신한 건 유도계에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소든 돼지든 하루도 고기를 거른 적 없다. 공깃밥도 일곱 그릇까지 먹었다. 부모님께서 아낌없이 고기와 밥을 챙겨주신 덕분에 누구와 붙어도 힘에선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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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은 순발력과 힘이 강점이다. 이긴 뒤 화려한 세리머니도 즐긴다. [사진 IJ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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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은 거구들이 득세하는 최중량급에서 보기 드문 기교파 선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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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대식가’다. 그는 “무작정 먹기보단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는 걸 좋아한다. 냉면이 ‘소울 푸드’다. 운동할 땐 많이 먹지만, 평소엔 평양냉면 곱배기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생 김민종은 MZ세대답지 않게 쉴 땐 낚시를 즐기고, 댄스 음악보다는 느린 템포의 팝송을 좋아한다. 그는 “유도가 워낙 빠르고 격렬한 경기여서 그런지 평소엔 느리고 조용한 게 끌린다”고 했다.

김민종은 1990년대 초반 씨름판을 주름잡았던 천하장사 강호동(54)을 떠올리게 한다. 현역 시절 강호동(1m82㎝, 130㎏)과 체격이 비슷하다. 웃을 때 작아지는 눈도, 화려한 승리 세리머니를 즐기는 모습도 판박이다. 김민종은 “우승한 뒤 내가 포효하는 모습이 강호동 아저씨의 천하장사 시절과 닮아서 깜짝 놀랐다. 표정이며 손동작까지 흡사했다”며 웃었다.

외모·세리머니 강호동 닮은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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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때 예능 프로 견학 갔다가 강호동을 만난 김민종. [사진 김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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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에 오르고 포효하는 강호동.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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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과 세리머니가 비슷한 강호동. 국제유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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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은 강호동의 경기를 분석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종목을 다르지만, 스피드와 기술을 살린 특유의 경기 운영 방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김민종은 “선수 시절 강호동은 영리한 움직임으로 자신보다 30~40㎏ 무거운 선수를 손쉽게 쓰러뜨렸다. 그 장면을 무한 반복해서 시청하니 무제한급 괴물들을 제압할 방법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강호동과 실제로 만난 적도 있다. 2015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이 유도를 배웠는데, 당시 중3이던 김민종이 녹화 현장에 있었다. 당시 강호동은 김민종에게 다가가 “체격도 크지만, 발 크기(300㎜)가 나와 같아서 정이 간다. 이런 발을 가진 사람은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민종은 2020 도쿄올림픽 16강에서 탈락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7월 파리올림픽에서 설욕을 벼른다. 한국 유도는 2012 런던올림픽 이후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김민종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김민종은 “파리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다. TV에 나가서 강호동 아저씨를 다시 만나 ‘천하장사의 기를 받아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 ‘헤라클레스’ 유도 김민종

생년월일 2000년 9월 1일

체격 키 1m83㎝, 체중 133㎏

소속 양평군청체급 100㎏ 이상급(최중량급)

별명 헤라클레스

주특기 업어치기·허벅다리걸기

주요 수상 2019 세계선수권 동\

2022·23 포르투갈 그랑프리 금

2024 세계선수권 금

취미 냉면 맛집 찾기, 낚시, 요리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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