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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풍자 "모친, 사기당해 농약 먹고 사망"…20년 만에 산소 앞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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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사진=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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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풍자가 20년 만에 어머니 산소를 찾아가 오열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선 풍자가 어머니 묘소를 찾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풍자는 20년 만에 어머니의 산소를 찾는다며 "엄마가 살아있을 때 내 모습과 (성전환 수술 후가) 달라서 망설여졌다"며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 받고 내려오는데 '이제 (산소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엄마 생신이 6월이라 '이번이 기회구나' 싶었다"라고 전했다.

과거 어머니를 일찍 여읜 풍자는 "어렸을 때 우리 집이 조금 잘 살았다. 그런데 엄마가 사기를 당했다. 1년 동안 말을 안 하고 죄책감에 속앓이했다"며 "아빠가 알게 돼 부부싸움을 많이 했다. 엄마나 아빠가 소주 한 잔만 입에 대도 나는 방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라고 회상했다.

풍자는 "그날도 부부싸움을 해서 동생과 같이 방에 들어가 있었고, 아빠가 집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여느 날과 같은 상황인 줄 알았는데 그때 엄마가 농약을 먹었다"라고 털어놔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당시 15세였던 풍자는 첫째였기에 어머니 간병은 물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동생들을 가장으로서 챙겨야 했다고 설명했다.

풍자는 "그날 내가 잠만 안 잤다면 말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 뒤 (엄마가) 돌아가셨다. 농약을 먹으면 옆에 있는 어린아이 피부에 옮는다고 하더라. 어린 동생들은 동네 교회에 맡기고 내가 엄마를 간호했다"며 "트라우마가 생겨서 20대 중반까지는 잠을 못 잤고 약을 먹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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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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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신 나이와 비슷해졌다는 풍자는 "점점 엄마 목소리랑 얼굴이 기억 안 나서 무섭다. 20년이 흐르니까 엄마의 목소리와 습관, 향기가 희미해진다"고 먹먹함을 드러냈다. 그는 "사진 한 장이 없다. 아빠가 엄마가 원망스럽다고 사진을 다 불태웠다. 아이들 추억은 남겨주지. 동생들은 엄마 얼굴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풍자는 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지방에 일하러 가고 할머니가 자신과 동생들을 돌봐줬지만, 할머니가 1년 만에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는 동생들을 직접 돌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풍자는 "준비물 있다는 말이 가장 무섭다"고 말하기도.

어머니의 산소 앞에서 풍자는 직접 쓴 편지를 읽으며 오열했다. 그는 "미워서, 싫어서, 원망스러워서 안 찾아온 게 아니다. 내가 선택한 내 인생에 떳떳하고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딸이 됐을 때 찾아오고 싶었다"라며 "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어. 작년에는 상도 받았어. 내 걱정은 하지 마. 동생들도 아빠도 우리 모두 잘 지내고 있어. 보고 싶다. 항상 그리워. 이제 자주 올게. 사랑해"라고 전해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마아라 기자 aradazz@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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