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배우 천우희가 '더 에이트쇼' 비하인드와 연기 이야기를 전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쇼’의 주역 배우 천우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더 에이트 쇼'는 웹툰 '머니 게임'과 '파이 게임'을 원작 삼아 시리즈로 각색된 작품으로,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 글로벌 2위는 물론, 극중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광기로 투영한 ‘8층’ 역을 맡아 연기 호평을 받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천우희는 "콘텐츠가 결국은 전세계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실 수 밖에 없는 소재라고 생각이 들었다. 수년간, 몇년동안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사회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나. 그 이야기에 공감할거라고 생각했고, 재미 적인 측면으로도 많이 좋아해주실 거라 믿었는데,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라며 "(연기 호평도) 기분이 굉장히 좋다. 그런데 8층의 연기가 고민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시청자로 하여금 접점을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저는 제 캐릭터가 비호감이거나., 미움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인물이 연민이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역이 아니다보니,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여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좋게 봐주셔서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너무 예뻐졌다'는 반응이 쇄도한 것에 대해서는 "저도 기분이 너무 좋다"고 웃으며 "저는 맞추는 몸무게가 작품마다 있는데, 이번에는 제 몸무게로 했다. 편하기 위해 맞춘 몸무게가 있고, 야위어보이는 몸무게도 있는데, ‘더 에이트쇼’에서는 체중 감량을 많이 했었다. 해보고 나서 아무리 살을 빼도 마른 타입은 아니구나 느꼈다. 제가 정말 모태마름은 아니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모습 그대로 화면에 나와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반응이 좋더라. 그러다 보니 '나 다이어트 지금까지 열심히 왜 했지?' 싶을 정도로 잘 나왔더라"라고 웃었다.
인간의 욕망, 사회 계급에 대한 비판 등,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인 만큼 연기 고민도 많을 터였다. 특히 천우희는 극 중 가장 강렬한 '8층'역을 맡으며 극의 전반적인 '도파민'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에 천우희는 "대본을 받았을 대부터 각개의 인물이, 본인이 해야 하는 역할을 명확하게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8명으로 나뉘어져서 대변하는 인물을 정확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단순하게 보면 '8층'은 어떤 레이어를 쌓을 이유가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떤 서사나, 인물과의 관계나, 감정이나 정서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캐릭터 적으로 눈에 띌 수도 있지만, 1차원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공백을 어찌 채울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다른 인물도 다 보여야 해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다 배제했다. 제가 가지고 싶은 섬세함 부분이 있었지만, 극안에서도, 현장에서도 제약 들이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고민하며 연기를 했다. 아주 현실적으로 이 인물을 그렸다면, 시청자가 봤을 때 굉장히 혐오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웹툰 원작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야 끝까지 이 친구가 환기도 했다가 긴장감도 줬다가, 극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은 현실을 발 딛지 않지만, 약간의 환기를 주었다고 생각은 했다"고 떠올렸다.
또한 그는 '8층' 캐릭터에 대해 "주체자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한 인물이라고 생각은 든다. 주최자가 얻고 싶은 것은 도파민, 이들이 서로 배신하고 갈등하며 벌어지는 자극들인데, 8층은 사실 본능적으로 간파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어떤 의도를 가졌다면 혐오스러울 수 있는데, 이 사람은 돈을 위해서도 아니고, 자신이 갖고 싶은 쾌락과 즐거움을 위해 이 쇼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최자와 같은 의도가 있다 보니, 시청자분들이 봤을 때 가장 큰 호스트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저도 참가자일 뿐"이라며 "보시는 분마다 각기 다르게 보셨을 것 같긴 하지만, 이 캐릭터는 섹슈얼한 이미지도 있지만, 캐릭터 자체가 시청자에게 약간의 피로감을 주면 어쩌나 싶었다. 눈요기가 즐거움을 줄 수도 있지만, 피로감도 줄까 봐 고민이 많이 되더라. 캐릭터 자체가 강렬하다 보니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마음이 놓였다"고 전했다.
연기 비하인드도 전했다. 천우희는 "원래 저는 연기할 때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긴 한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저한테도 새로운 도전이겠다 싶은 게, 대본을 읽고 ‘머리 풀고 제대로 놀아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항상 놓치지 않으려는 게, 작품의 결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제가 해석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라며 "하지만 생각보다 제약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제가 예상한, 계획한 것들을 바꿔야 할 것이 많았다. 그래서 다 벗어던지고 직관과 본능에 연기를 하자, 싶었는데, 8명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표현에 제약이 있긴 했다. 그래도 처음 예상과는 달랐지만, 감독 배우들과 합을 맞춰가면서 그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폭발은 못 시킨 거 같다. 해보려고 했는데 못 한 거 같다"라며 "사실 감독님이 8층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인물이 보여줘야 하는 몫이 있는데, 그걸 8화까지 가져가기에는 너무 단면적으로 그려질 수도 있고. 제가 이 인물만 집중해서 보이면 어떤 결이 튀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항상 그 균형을 유지하려고 현장에서 많이 조율했던 거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항상 저는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를 할 때, 그래도 꽤 많은 도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도전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지 않나. 그런 의심과 도전을 스스로 이겨냈다는 만족감은 있는 것 같다"라며 자신의 연기를 평가했다.
특히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는 "녹록지 않았던 장면은, 제가 결국 주최자 같이 보이다 보니, 다른 사람이 노동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할 때, 항상 즐거워하며 바라봐야 했다. 생각보다 이 인물로서 모든 걸 즐기기에는 제가 가지고 있는 본성이 있다 보니, 쉽지는 않더라. 누군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는 게, 연기적으로는 괜찮겠다 싶었는데, 제가 그렇게까지 강인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최대한 연기를 할 때는 인물로 있고, 뇌랑 심장을 꺼내놓고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웃었다.
캐릭터의 최후는 마음에 들었을까. 천우희는 "여러 가지 해석이 많이 갈릴 것 같다. 저도 그렇고, 주변에서 본 분들도 ‘정말 작은 여자 한 명을 왜 아무도 제압하지 못하는 거지?’라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 결국은 그 작품은 그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 같다. 제압할 수 있지만, 그 룰을 망각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다. 사람이 죽으면 쇼가 끝나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8층에 아무도 해를 끼치지 않는 점이 아이러니했다고 생각했다"라며 "결말은,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이 쓴 결말이었다. 나중에 들었을 때, ‘왜 8층은 안 불러줘요?’ 하긴 했는데, 8층 다운 결말이라 생각한다. 그 자리에 모이면 이야기가 계속 있어야 할 거 같고, 시청자로 하여금 여러 감정을 들게 할 거 같다. 편하지만은 않은 감정이 있었을 거 같다. 그래서 결말은,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촬영 현장 에피소드도 떠올렸다. "처음에는 모든 게 세트다 보니 좋더라. 덥지도, 춥지도, 시간 제약도 없으니 막연히 편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한 6~7개월을 한 공간에서 같은 사람을 보다 보니. 아무리 가족이라도 2박 3일 있으면 힘들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현장에서도 원래 잘 지내는 편인데, 현장이 끝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휴식하고 싶은데 ‘자 술 한잔하자’, ‘밥 먹자!’ 하니까. 제가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저만의 시간을 충전해야 다음 날 촬영할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혼자 있고 싶다고 한 거다. 그래도 배우들 덕분에 정말 이 작품을 끝까지 해나갈 수 있었고, 모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라고 웃었다.
'특히 누가 회식을 주도 했나'라는 질문에는 "해준 선배님"이라고 꼽으며 "선배님이 성격이 너무 좋으시다. 선배님한테도 감동한 게 많은 게, 묵묵한데 은근히 잘 챙겨주신다. 예를 들어 아주 사소하게, 다 같이 있는 대기실에서 눈이 부셔서 불편해하고 있으면, 그걸 캐치하셔서 조명을 옮겨주신다던가, 그런 섬세함이 있다. 농담으로 ‘해준 선배님 있으면 바로 결혼하겠다.’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문정희 선배님이 ‘야,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도 있어’ 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만 실제 결혼 생각은 '아직'인듯 했다. 천우희는 "주변에서도 결혼을 많이 하고 있다. 매년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긴 한다. 예전에는 정말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나이가 먹어가면서 정말 마음이 맞는 누군가가 있다면 함께 이 남은 생을 함께하는 것도 멋있겠다 싶더라. 근데 또 매년 마음이 바뀌고 있다. (지금은) 좋은 사람 있으면 하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을 하며 '새로운 천우희'를 발견했다는 그는 "생각보다 나는 유약한 사람이었구나 싶다. 어떤 본능을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굉장히 매력적일 수 있다. 그 본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들은 나를 정말 내려놓고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했던 역할도 다 저를 내려놓는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내려놓음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배우도 마찬가지겠지만, 결국 저는 한 파트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고민되는 지점이 있어도 배우로서는 또 자기 몫을 맡은 만큼 해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어떤 연기를 하는 거에 있어서 제가 원하는 방향과 대중들의 방향을 잘 조율하면서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돌아봤다.
계속해서 폭넓은 도전을 하는 천우희. 그는 자신의 '즐거움'에 대해서 "저의 즐거움은 역시나 연기다. 왜 나는 연기가 즐거울까? 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은 걸까? 나 스스로가 재미있어서 하는 건가? 아직도 그 답을 잘 모르겠다. 연기가 가장 즐거울 수 있는 건, 예전에는 그냥 나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보는 거, 사람을 표현하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기할수록 느끼는 건, 내가 나에 대해 잘 알아가고 싶구나 싶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구나 하는 생각이라 재밌다. 재밌기도 하면서 괴롭다"라며 "저는 정말 겁이 많은 편인데, 오히려 그 두려움이 저를 계속 도전하게 하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들이 저에게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그걸 최선을 다해서 해낼 때 오는 만족감, 스스로에 대한 하나의 자신감이 되어 나가더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천우희는 "나이가 드니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웃으며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배우로서 '이로운 사기'와 '더 에이트쇼'를 같이 촬영하게 되어서 체력적으로, 심적 부담도 굉장히 되었었다. 그 산을 넘고 나니까 저에게는 힘든 시기였지만 지나고 보니 많은 것들이 단단해지기도 한 계기인 것 같다. 그 시기를 지나며 저를 인정하게 되기도 했고, 그럴 나이가 딱 된 거 같기도 하다. 많은 것들이 자신이 넘쳐, 보다는 제가 저를 인정하게 된 때가 그때인 것 같다"라며 "저라는 배우 자체도 그렇지만, 제 작품 자체가 생명력이 오래 가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는 매번 조금씩 바뀌지만, 계속하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더 에이트쇼' 관람을 앞둔 예비 시청자에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라는데, 저는 그래서 좋다.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고, 대입하는 대로 나오는 결과물이 아니고, 많은 사람이 서로 토론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누군가에게는 재미로만, 누군가에게는 씁쓸한 메시지도 있을 거라, 많은 분이 보시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더 에이트 쇼’는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총 8부작으로 한국과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yusuou@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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