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시혁(사진 왼쪽), 민희진. 하이브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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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연예 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이사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분쟁이 향후 K팝 성장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명 ‘어도어 경영권 분쟁’이라 불리는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갈등 상황은 지난달 22일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이브 측 주장에 따르면,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 레이블로부터 어도어를 독립시키고 경영권 탈취를 시도한 정황 등이 드러나 하이브가 내부 감사를 실시했다. 반면 민 대표 측은 이와 같은 하이브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이 근거가 빈약한 음해라 해명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측의 상반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시작된 법정 공방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의 카피 논란부터 소위 ‘앨범 밀어내기’ 의혹까지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재해 있어서다. 이에 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 오는 31일 주주총회 이전까지는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을 전한 바 있다.
작금의 분쟁 상황은 ‘즐거움을 생산한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둘러싸고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결국 자본이 필요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있지만 성공과 실패를 예측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제작자와 창작자의 고민도 정비례해 늘어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능력 있는 재원들이 의기투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더 나은 결과를 생산하는 일반적인 사업의 방식을 따른다. 무엇보다도 팬덤의 취향을 적절히 파악하는 창작자와 제작자는 당연히 높은 대접을 받는다. 제작비를 마련하는 제작자는 유능한 창작자를 포섭해야 하는 동시에 오롯이 의존할 수만은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제작자가 소수의 ‘히트 제조기’에만 의존하게 되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K팝 제작 환경에서 제작사인 하이브는 ‘자본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되 크리에이터에게 창작의 자유를 주는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이브에 따르면, 하이브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등 이미 인정받은 창작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레이블을 인수하고 창작자 중심의 어도어와 빌리프랩을 설립해 각자에 전권을 주고 있으며, 이와 같은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었기에 각 레이블에서 배출된 세븐틴, 투어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뉴진스 등이 음악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도 “민 대표가 멀티 레이블이라는 K팝 시장의 산업화를 위한 성공 모델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는 것이 하이브 측의 주장이다.
하이브 측 법률대리인이 지난 17일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 일부 공개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탄원서에도 이와 같은 태도가 반영돼 있다. 해당 탄원서에서 방 의장은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더 좋은 창작환경과 시스템 구축이라는 기업가적 소명에 더해 K팝 산업 전체의 올바른 규칙 제정과 선례 정립이라는 비장하고 절박한 관점에서 (본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를 뛰어난 창작자로 인정하면서도 “뛰어나다는 이유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켜야 할 계약은 물론 이를 지탱하는 사회적인 신뢰마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향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투자의 단절로 이어져 새로운 창작자들의 등장을 가로막는 한편, 노력과 보상의 비례 관계를 파괴해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산업의 핵심 동력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 하이브의 입장이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일각에서 ‘민희진 발(發) 나비효과’라고까지 명명한 이번 분쟁 상황이 향후 K팝의 성장세에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현재로써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상태에서 한쪽 입장에 경도된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하이브와 어도어 민 대표 간 충돌이 오히려 자양분이 돼서 K콘텐츠 성장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 상황이 수면 위로 드러나 더 늦기 전에 문제 제기가 된 것은 현재 상황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고 향후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양측의 공방이 장기전에 돌입함에 따라 서로 헐뜯기에 치우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대중은 뛰어난 제작자와 창작자의 날 선 갈등이 아닌 긴밀한 협업의 결과를 소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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