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불쌍할 따름이다. 손흥민은 자신이 일대일 찬스를 놓친 것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손흥민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도중 자신에게 찾아온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을 두고 본인도 사람이라며 해명했다.
토트넘은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4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엘링 홀란에게 연속골을 실점해 0-2로 패배했다.
승점을 획득하지 못한 토트넘은 리그 5위에 머물렀고,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승점 3점을 획득한 맨시티는 리그 선두를 탈환해 PL 4연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이날 토트넘을 열렬히 응원했던 아스널도 맨시티에 선두를 내주며 20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토트넘은 4-3-3 전형을 사용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미키 판더펜, 라두 드라구신,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파페 사르,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벤탄쿠르가 중원을 맡았다. 브레넌 존슨과 제임스 매디슨이 좌우 측면에서 최전방의 손흥민을 지원했다.
맨시티는 4-2-3-1 전형으로 맞불을 놓았다. 에데르송이 골문을 지켰고 요슈코 그바르디올, 마누엘 아칸지, 후벵 디아스, 카일 워커가 백4를 이뤘다. 마테오 코바치치와 로드리가 허리를 맡았다. 2선에는 필 포든, 케빈 더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가 구축했다. 최전방에서는 홀란이 공격을 이끌었다.
승리를 위해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변칙 전술까지 꺼냈던 토트넘이다. 이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브레넌 존슨을 투톱처럼 기용하면서도 두 선수에게 측면을 맡겼고, 제임스 매디슨을 2선 중앙에 배치해 제로톱처럼 활용했다.
토트넘의 전반전 경기력은 준수했으나, 정작 득점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도 전반전을 실점 없이 마치며 후반전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후반 6분 만에 무너졌다. 더 브라위너가 수비 사이로 보낸 절묘한 패스를 홀란이 가볍게 밀어 넣으며 토트넘의 골망을 흔든 것이다. 후반전 이른 시간부터 선제골을 내준 토트넘은 벤탄쿠르를 불러들이고 데얀 쿨루세브스키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 동점골 의지를 불태웠다.
토트넘이 동점골 찬스를 잡은 건 후반 41분이었다. 존슨이 맨시티의 센터백 아칸지를 압박해 아칸지의 패스 미스를 유도했고, 존슨과 같은 타이밍에 맨시티 수비라인을 압박하던 손흥민이 높은 위치에서 공을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손흥민은 공을 몰고 멀지 않은 거리를 질주한 뒤 스테판 오르테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마주했다. 손흥민의 선택은 골키퍼 다리 사이, 혹은 골키퍼의 오른쪽을 노리는 오른발 슈팅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슈팅이 오르테가에게 막히면서 토트넘의 공격 기회는 무산됐다.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정도로 결정적인 찬스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손흥민이 높은 위치에서 공을 끊어내고 질주하자 실점을 직감한 듯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드러누웠다.
하지만 손흥민이 득점에 실패하면서 손흥민과 과르디올라 감독의 희비가 엇갈렸다. 일대일 찬스를 놓친 손흥민은 얼굴을 감싸쥐며 자책한 반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점골 기회를 놓친 대가는 컸다. 토트넘은 후반전 추가시간 들어 포로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맨시티의 윙어 제레미 도쿠의 드리블 돌파를 저지하다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키커로 나선 홀란이 이를 성공시키며 맨시티가 사실상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남은 시간은 토트넘에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토트넘은 한 골도 만회하지 못하고 홈에서 0-2로 패배,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치른 맨시티와의 리그 경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패배하면서 이번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최악의 분위기 속에 마쳤다.
경기 후 손흥민은 일대일 찬스를 고의로 놓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야 했다. 맨시티와 우승 경쟁을 벌이는 아스널 팬들이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이 아스널의 우승을 막기 위해 맨시티전에서 패배, 맨시티를 도왔다는 어처구니없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게다가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과르디올라 감독과 웃으며 인사하자 아스널 팬들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본인이 찬스를 놓친 데다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미소를 지으며 적장과 인사를 나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에 따르면 아스널 팬들은 "손흥민은 일부러 그 찬스를 놓쳤다. 그렇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 "손흥민이 찬스를 놓친 건 고의다. 그는 스퍼스맨이야!", "방금 TV를 차버렸다. 손흥민이 일대일 찬스를 놓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토트넘 팬들도 아닌 토트넘의 라이벌인 아스널 팬들이 손흥민을 비난한 이유는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아스널이 우승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토트넘이 맨시티를 잡았다면 아스널은 우승을 확신할 만했고, 무승부만 거둬도 38라운드 득실차가 더 높은 아스널이 조금 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홈에서 패배하면서 아스널은 38라운드에서 승리하더라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아스널이 역전 우승에 성공하려면 우선 에버턴을 상대로 승리한 뒤 맨시티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비기거나 패배하길 바라야 한다.
억울한 의심을 받은 손흥민이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자신도 사람이라며 아스널 팬들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에 따르면 손흥민은 맨시티전 마주했던 일대일 상황에 대해 "나도 사람이다. 골키퍼는 정말 좋은 결정을 내렸다"라면서 "하지만 나는 팀을 위해서 그렇게 좋은 기회에 득점하지 못한 점에 책임을 느낀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좋은 결과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선수로서 우리 모두는 구단과 우리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리는 우리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했다"라며 아스널의 우승을 저지하기 위해 경기에 대충 임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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