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1 (토)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는 것을 입증한 KT ‘천재타자’ 강백호, 마음가짐 바뀌니 리그 초토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야구는 90%가 멘탈이고, 나머지 중 절반이 육체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보유해도 멘탈이 흔들리면 이를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프로야구 KT의 간판타자 강백호(25)도 야구가 멘탈 스포츠라는 것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세계일보

프로야구 kt wiz가 강백호의 3점 홈런과 8회 터진 장성우의 결승 3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3연패에서 벗어났다. kt는 지난 1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7-4로 역전승했다. kt wiz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백호는 프로 데뷔 때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8년 29홈런을 터뜨리며 고졸 신인타자 최다홈런 신기록과 함께 신인왕에 등극했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타율 0.336, 0.330, 0.347를 기록하며 힘과 정교함을 두루 갖춘 천재타자로 이름을 높였다.

그러나 2022년부터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졌다. 2022년엔 부상으로 62경기에 그치며 타율 0.245 6홈런 29타점에 그쳤고, 2023년엔 멘탈 이슈까지 터졌다. 비시즌 때 출전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다 태그아웃 당하는 황당한 주루사를 범하기도 했고, KBO리그에선 안이한 중계플레이로 득점을 내주는 등 언론과 야구팬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자연스레 2023년에도 타율 0.265 8홈런 39타점에 그쳤다.

세계일보

프로야구 kt wiz가 강백호의 3점 홈런과 8회 터진 장성우의 결승 3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3연패에서 벗어났다. kt는 지난 1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7-4로 역전승했다. kt wiz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년간 부침이 심했던 강백호는 2024시즌 건강하게 돌아왔고, 다시 한 번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15일 기준 13홈런 44타점으로 두 부문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고, 타율도 0.348로 리그 4위다. 출루율(0.383)과 장타율(0.615)을 합친 OPS는 0.998로 리그 3위다. 정확성과 장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습이다.

강백호가 기량을 되찾는 데는 포수 수비를 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고교 시절 포수를 봤으나 프로에 와선 1루수나 외야수로 나섰던 강백호는 뛰어난 타격에 비해 수비가 항상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지명타자로도 나섰던 강백호는 올 시즌부터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의 도입으로 포수가 프레이밍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면서 이따금씩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포수는 투수와 호흡을 맞춤과 동시에 모든 야수들을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이 부여된다. 강백호는 “포수는 저 혼자 잘해서는 안 되는 포지션이라 책임감이 크다. 주변에서 많이 알려주고 계신다”면서 “책임감이 커지다 보니까 그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외야에 있을 때보다 마음은 더 편하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이 “시키지 않아도 포수 연습을 하더라”라고 할 정도로 강백호는 포수에 재미를 느끼면서 자신감도 쌓였다. 이는 자연스레 타격 능력의 극대화로 연결됐다.

세계일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초 1사 kt 강백호가 솔로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늘자 방망이 무게를 늘리는 기술적인 부분도 주효하는 모습이다. 원래 880g짜리 방망이를 썼던 강백호는 최근 910~920g짜리로 바꿨다. 무거운 배트로 똑같은 배트 속도를 내자 장타 생산에 더 유리해졌다는 설명이다.

강백호의 부활은 KT에게 더없이 고맙다. 올 시즌 KT는 선발진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으로 순위싸움이 힘겨운 상황이다. 간판타자인 강백호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투수진이 회복할 시간을 벌어준다면 지난해 6월부터 최하위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기적도 가능하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