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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운명의 면담' 이정후 결장 기간은 6주부터 6개월까지… 그나마 천운 따랐나 "3개월 안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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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5월 17일(한국시간)은 어쩌면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메이저리그 경력에 가장 중요한 날이 될 수도 있다. 이날의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2024년의 추후 일정이 그대로 정해진다. 수비를 하다 다친 왼 어깨에 대한 여러 소견이 있는 가운데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도 조만간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운명의 이틀이 지나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정후의 검진 결과, 그리고 향후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현 상태에 대해 ‘왼 어깨 탈구(left shoulder dislocation)’로 공식 명명했다. 이어 “(이정후가) 지난 밤 구단 주치의를 만나 MRI 촬영 결과에 대한 진단을 받았으며, 그의 왼 어깨에 구조적 손상(structural damage)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구조적 손상이란 인대 등 어깨를 감싸고 있는 조직에 뭔가 손상이 발견됐다는 뜻이다.

당초 구단 발표보다는 정도가 조금씩 심각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부상 직후 이정후의 상태에 대해 ‘왼 어깨 염좌’라고 발표했다. 염좌도 보통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는 골절이나 탈구보다는 정도가 약하고 재활 기간도 짧다. 하지만 이후 구단은 이정후의 상태를 ‘왼 어깨 탈구’로 정정했다. 염좌보다 더 심각한 부상이다. 단순하게 어깨가 빠졌다면 모를 일인데, 어깨가 빠지는 게 보통 그 주위 조직의 손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15일 발표에서 결국 구조적 손상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며 비상이 걸렸다. 밥 멜빈 감독은 14일 “이정후가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MRI 결과에 구단 주치의가 ‘조직 손상’ 판정을 내린 만큼 최종적으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한 번의 진단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블 체크가 예정되어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는 오는 목요일(한국시간 1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 두 번째 진단을 받을 예정이다. 그의 치료 옵션에 대한 정보는 금요일(한국시간 18일)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그 외의 추가적인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프로구단 트레이닝코치는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재활과 수술 모두 가능한 애매한 상황일 수 있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어깨와 팔꿈치 부위의 권위자다. 워낙 다양한 케이스를 봐 경험이 많다. 이 정도면 수술을 하고, 이 정도면 재활로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릴 적임자다. 엘라트라체 박사의 이야기가 향후 결정에 굉장히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면서 “또 다른 케이스는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재활이 가능한지 마지막 문의를 하는 경우다. 수술을 받고 싶은 선수는 없기에 이를 피할 다른 옵션이 있는지 문의하는 단계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수술과 재활을 나눠 볼 때 결장 기간은 얼마나 될까.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아주 큰 차이가 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손상이라고 가정하면 재활은 6~8주 정도, 수술은 3~4개월에서 심하면 6개월 이상도 걸리는 게 그간의 사례였다. 습관성 탈구에 고생하던 선수들이 결국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꽤 오랜 기간 결장은 불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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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메이저리그에서도 어깨 탈구로 고생한 선수들이 수술을 받고 그대로 시즌을 접는 일이 꽤 많았다. 과거 LA 다저스의 간판 타자였던 맷 켐프는 수술 후 시즌을 접었고, 지난해 6월 어깨 수술을 받은 앤디 파헤스(LA 다저스) 또한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재활 기간을 최소로 해 4개월만 잡아도 9월 중순에야 복귀할 수 있는데 이는 이미 시즌이 거의 다 끝난 시기다. 재활 경기까지 충실히 할 필요가 있어 이 정도 결장 기간도 시즌 아웃이다.

니라브 판야 박사 또한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이정후의 어깨 탈구 소식 이후 어깨 부상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들을 위해 어깨 부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가장 핵심은 일반적으로 수술은 회복에 4~6개월, 비수술 방식은 6~7주 정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적인 경우를 말한 것이고 이정후의 손상 정도에 따라 기간은 조금 다를 수 있다. 확실한 건 수술은 재활 기간이 더 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는 수술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 확실하다. 다만 구조적 손상이 심각하다면 샌프란시스코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미 이정후는 왼 어깨 부상으로 수술 경력이 있다. 재활을 하며 버틸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면 차라리 깔끔하게 수술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어차피 이정후는 6년 계약을 한 선수다. 계약 기간 내내 어깨가 불안해서는 안 된다. 반면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맞이하는 이정후는 최대한 빨리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고, 재활로 이겨낸 경험도 있는 만큼 되도록 재활 옵션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선수와 구단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분야의 권위자인 엘라트라체 박사의 소견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추가 검진은 없는 상태로 이 면담에서 최종적인 결론이 날 전망이다. 엘라트라체 박사가 재활로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단언하면 이정후도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 6~8주 정도의 재활 기간을 잡고 후반기 복귀를 노릴 수 있다. 반대로 ‘선수 경력을 위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다’면 곧바로 수술 일정을 잡고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도 이 판단의 시간을 위해 정확한 공지를 하루 뒤인 18일 하겠다고 밝혔다. 수술을 해도 낮은 단계의 정도라 재활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너무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열려 있다.

야속한 펜스, 야속한 수비였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를 친 이정후는 지난 9일 콜로라전에서 왼발에 파울 타구를 맞아 사흘간 결장했다. 아주 큰 부상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안타도 나오고, 여기에 모처럼 장타도 터진 판에 3경기 연속 결장이라 아쉬움이 컸다. 이정후는 13일 신시내티와 홈경기에서 복귀전을 가졌는데 경기 시작 15분도 채 되지 않아 부상으로 이탈했다. 반드시 타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에만 집중했고, 펜스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선발 카일 해리슨의 제구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2사 만루가 됐고,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타구가 중앙 담장까지 뻗어 나갔다. 이정후가 전력을 다해 쫓아와 마지막에 점프를 하며 이 공을 잡으려고 했지만 펜스 상단에 맞은 공을 잡기는 애당초 쉽지 않았다. 타구는 이정후의 글러브를 살짝 외면하고 펜스에 맞은 뒤 떨어졌고, 세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그 사이 이정후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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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질주를 해서 달려왔고 마지막 순간 왼팔을 뻗으며 캐치를 하려고 했기에 결국 어깨 쪽이 부상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 됐다. 정신력이 강한 선수로 유명한 이정후지만 극심한 통증에 더 움직일 수 없었고, 구단 트레이너는 상의 후 이정후의 왼팔을 고정시킨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이때부터 이정후의 어깨 쪽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정후가 서서히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다쳤고, 샌프란시스코에는 이정후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아서다. 애당초 중견수와 리드오프 자리가 문제여서 이정후에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인데 이 거물급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빠지게 생겼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하나의 위안은 이정후가 왼손으로 치지만 오른손으로 던진다는 것이다. 맷 켐프나 앤디 파헤스, 그리고 팀 동료인 마이클 콘포토의 경우는 모두 던지는 어깨에 부상을 당했다. 지역 유력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5일 ‘이정후의 왼 어깨 부상에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그는 오른손으로 던지고 왼손으로 치는 선수라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 및 다저스 트레이너를 지낸 스탠 콘트에 따르면 그 점이 수술을 받게 될 경우의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고 콘트의 발언을 소개했다.

콘트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수술을 한다면) 어깨에 뭔가 문제가 되는 것을 고치는 수술일 것이다. 어깨 와순 일부를 고정시키는 수술이라면 재활에 6~8주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면서 던지는 어깨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콘트는 “엘라트라체 박사는 어깨에 관해서는 최고 전문가다. 이런 종류의 부상을 다룰 모든 최신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서 “난 이정후가 3개월 안에 돌아올 것으로 믿지만 문제는 어깨가 얼마나 안정적인가는 것이다. 어깨 앞뒤가 모두 손상됐다면 6개월 이상을 재활해야 한다”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LA 다저스의 루키 외야수인 앤디 파헤스에도 어깨 수술에 대해 물었다. 파헤스는 지난해 6월 왼 어깨 관절 와순 파열로 수술을 받았고 시즌 아웃됐다. 재활에만 총 8개월이 걸렸다. 파헤스는 우투우타인데 왼 어깨 부상에도 이 정도 재활 기간이 소요됐다. 파헤스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어깨를 만지며 걸어 나올 때 부상이 심할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MRI 촬영에서) 어깨가 마치 스파게티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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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동료이자 2022년 던지는 손의 어깨 수술을 받은 마이클 콘포토도 우려를 드러내면서 이정후가 건강하게 잘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었다. 콘포토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던지는 어깨의 수술은 꽤 힘들다. 이점은 이정후에게는 긍정적인 뉴스다. 지금 수술 기법은 10년 전보다 훨씬 좋다”며 이정후가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이정후는 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262,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 2홈런, 8타점, 38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641을 기록 중이다. 비록 OPS가 높지는 않지만 콘택트 능력과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능력을 앞세워 남들보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일찍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실제 이정후의 기대 타율(xBA)은 0.283으로 실제 타율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이렇게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어깨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정후의 결장 기간이 얼마가 됐든, 지난 한 달 반의 시간이 그대로 잊히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다. 이정후의 최종적인 결단에 모두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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