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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외국인 방출 압박→투수코치 2군행…'연봉 1위팀인데 7위' 이승엽 감독 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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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개막 35경기 만에 분위기 쇄신 작업을 시작했다. 투수 파트부터 손을 댔다. 외국인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부상 회복에 진전이 없으면 방출도 고려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지 이틀 만에 조웅천 1군 투수코치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두산 관계자는 3일 스포티비뉴스에 "조웅천 투수코치가 2군으로 내려가고, 박정배 불펜코치가 1군 메인 투수코치로 승격된다. 분위기 쇄신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비어 있는 불펜코치 자리에는 2군 투수코치로 지내던 김지용 코치가 등록될 예정이다.

두산은 3일 현재 16승19패 승률 0.457로 7위에 머물러 있다. 6위 키움 히어로즈(15승17패)와는 0.5경기차, 5위 LG 트윈스(18승15패2무)와는 3경기차로 아직은 가시권이나 여기서 더 떨어지면 가을야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선두 KIA 타이거즈(22승11패)와는 7경기차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두산이 리빌딩팀이라면 지금 성적에 발등에 불이 떨어지진 않았겠지만, 두산은 현재 리그에서 선수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팀이다. 두산은 2023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 111억8175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샐러리캡 상한액에 2억4463만원 여유를 남겨 불이익은 피했다. 양의지,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등 고액 FA 계약자도 많았다. 두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올겨울 양석환(4+2년 78억원), 홍건희(2+2년 24억5000만원) 등 내부 FA까지 붙잡았다. 올해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도 최상위권일 전망이다. 가을야구를 최소 목표로 삼는 것도 문제가 될 상황에서 가을야구 문턱도 넘지 못하면 이 감독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 감독은 외국인 에이스의 부재를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두산은 3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4.59로 4위에 올라 있다. 이 기록만 보면 투수 파트 쇄신까지 필요할까 싶겠지만, 지난달 외국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이 각각 팔꿈치와 허리 부상으로 동시에 이탈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자연히 불펜 투수들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병헌(19경기, 16⅔이닝, 31구)과 최지강(18경기, 16⅓이닝, 292구) 박치국(17경기, 15이닝, 240구) 등이 중용됐는데, 문제는 선발 공백을 이유로 필승조와 추격조 구분 없이 이들이 마구잡이로 마운드에 올랐다. 현재 유일한 좌완 불펜인 이병헌은 롱릴리프가 필요한 타이밍에 등판하기도 하면서 부담이 늘었다. 이병헌은 2022년 입단 직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어 더 걱정을 샀다.

대체 선발투수가 필요할 때 1군 불펜에서 수혈한 선택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 김호준, 지난달 27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한 박정수 등이 그랬다. 좌완인 김호준은 불펜 9경기에서 1승1패, 7이닝,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이병헌과 부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지난달 17일 삼성전에서 1⅔이닝 5실점에 그친 뒤 2군행을 통보받았다. 브랜든이 갑자기 허리 통증을 호소해 급히 선발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1군 엔트리에 롱릴리프 요원을 한 명도 데리고 있지 않으면서 김호준이 매를 대신 맞는 꼴이 됐다. 박정수가 등판한 지난달 27일 한화전은 대체선수를 준비할 시간도 있었고 엔트리에 이영하, 김민규 등 캠프 때 선발 경쟁을 펼쳤던 투수들이 있었으나 불펜에서 중용되고 있던 박정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박정수는 2이닝 6실점에 그쳤다.

최근 김유성, 최준호 등 2군에서 착실히 선발 수업을 받았던 선수들이 대체 선발투수로 1군에 등록돼 좋은 결과를 내고 있고, 브랜든이 지난 1일 복귀하면서 그나마 급한 불은 끈 상태다. 이 감독은 일단 1군 메인 투수코치를 교체하면서 투수 엔트리 운영이나 경기 운영 등에 변화를 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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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더 높은 순위로 가려면 알칸타라가 결국 버텨줘야 한다. 이 감독이 지난 1일 이례적으로 선수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배경이다. 알칸타라는 올해 유독 잔부상을 이유로 등판을 거르는 일이 잦았다. 허벅지 근육통과 오른팔 피로감을 호소해 한번씩 등판을 미뤘고, 결국 병원 검진을 결과 팔꿈치 염좌 진단을 받아 지난달 22일부터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지난달 30일 국내 병원에서 최종 검진을 했을 때는 MRI상으로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들었는데, 알칸타라는 여전히 통증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알칸타라는 미국 병원 주치의의 소견을 기다리겠다고 구단에 이야기한 상황이다.

구단 관계자는 "알칸타라의 미국 주치의의 답변이 오는 대로 추후 스케줄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칸타라는 일단 지난달 30일과 1일 이틀 연속 잠실야구장에 나와 캐치볼 훈련을 했다.

이 감독과 구단 모두 알칸타라가 흔히 말하는 '태업'을 할 선수는 아니라고 믿는다. 두산에서 뛰는 동안 누구보다 건강히 로테이션을 돌았던 선수였기 때문. 2020년은 31경기 198⅔이닝, 2023년은 31경기 192이닝을 던졌다. 이 감독은 다만 알칸타라가 계속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공을 던질 수 없다면 구단도 빠르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이 감독은 "알칸타라가 언제 돌아올지는 누구도 모른다. 본인은 알 것 같다. 오늘(지난 1일)도 캐치볼은 했으니까.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길어지겠다 싶으면 우리도 다른 방법(교체)을 써야 된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일단 알칸타라가 돌아오길 바라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일단 알칸타라를 향한 묵직한 메시지, 그리고 투수코치 교체로 팀 분위기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 감독은 조금 더 독해진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끌고 나가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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