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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챔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새 멤버 기량 충분… 팀 만드는 건 감독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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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2위로 ‘女농구 왕좌’ 이변

감독 첫 리그 통산 300승 경사도

“애정 준 선수 이적 서운하지만

비시즌 기간 혹독하게 훈련

선수들에게 각오하라고 했죠”

2023~2024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박지수가 돌아온 청주 KB가 홈에서 열린 15경기를 모두 이기는 새 기록과 함께 1위를 차지했다. 아산 우리은행과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서도 KB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빗나갔다. 위성우(53)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KB를 3승1패로 물리치고 왕좌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세계일보

3연패 정조준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이 지난 3월30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해 2연패를 달성한 뒤 림에 걸려 있는 그물을 자르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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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감독은 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3월16일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같은 달 24일 열리는 챔피언결정전까지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며 “이 기회에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해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승을 할 때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어왔다”며 “이번 대회도 그런 불안감 속에 경기를 치렀고, 선수들 역시 너무 잘해줬다”고 강조했다.

위 감독은 이번 시즌 우승으로 챔프전 2연패와 함께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통산 300승을 거두기도 했다. 위 감독은 “300승은 오래 하다 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서 부끄럽기만 하다”면서도 “정규시즌을 2등으로 마치고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런 희열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최강팀인 KB를 마지막에 끌어내리며 2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이지만 다가올 시즌에는 ‘약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 감독이 ‘잘 해줬다’는 주축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위 감독과 수많은 우승을 합작했던 박혜진과 최이샘이 이적했고, 챔피언결정전 시리즈 향방을 가르는 1차전에서 결정적인 3점슛을 터트린 나윤정도 팀을 옮기게 됐다.

위 감독은 “정말 애정을 갖고 열심히 가르친 선수들이기 때문에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찾는 좋은 선수가 됐다는 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 역시 ‘이 감독, 이 팀에서 계속 농구를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의심이 있었을 것”이라며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감독 역시 성장이 필요하고, 저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하게 된 만큼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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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을 떠나는 이들과 새롭게 합류할 선수들 간의 기량 차이는 크다는 평가다. 해외진출을 선언한 박지현은 리그 정상급 가드고, 최이샘은 지난 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넣었다. 박혜진은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5차례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간판이다.

반면 우리은행에 입단한 한엄지와 이다연은 지난 시즌 평균 6득점대, 김예진과 심성용, 박혜미는 평균 5점을 넣지 못했다. 위 감독은 “평균 20득점을 넣는 선수 5명이 뛴다고 100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맡은 역할 때문에 득점이 적었을 뿐 가능성이나 기량은 충분한 선수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장 국가대표로 뛸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시즌 충분히 훈련할 시간을 갖게 됐다”며 “이제 얼마나 빨리 팀을 만들어 조화롭게 시즌을 꾸려나갈지는 감독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봄 농구를 치르지 않은 선수들에게 ‘몸을 만들어 오라’고 지시하는 등 벌써 새 준비에 돌입했다.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위 감독의 첫 지시를 받은 선수들은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 훈련 강도가 높다는 건) 한국 여자농구팀에 이미 소문이 다 나서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며 “1일 상견례 자리에서 ‘겁은 먹지 말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와야 한다’고 얘기하긴 했다”고 웃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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