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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대투수'는 다르구나…1694일 만의 완투승 거둔 양현종 "중간투수들 고생해서, 당연히 내가 던져야" [현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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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광주, 최원영 기자) 홀로 모든 이닝을 도맡았다. 대단했다.

KIA 타이거즈는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9-1로 낙승을 거뒀다. 하루 전인 30일 4-11로 패배한 것을 멋지게 되갚았다.

이날 서건창(1루수)-김선빈(2루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이우성(우익수)-최원준(중견수)-한준수(포수)-박찬호(유격수)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양현종.

양현종이 1회부터 9회까지 빠짐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개인 통산 9번째 완투승을 달성했다. 가장 최근 완투승은 2019년 9월 1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서 이룬 무사사구 완봉승이었다. 약 5년 만에, 1694일 만에 다시 포효했다. 시즌 3승째(1패)를 챙겼다.

9이닝 동안 8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 수는 102개(스트라이크 68개). 패스트볼(55개)과 체인지업(31개), 슬라이더(14개), 커브(2개)를 섞어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km/h였다.

1회초 1실점 했다. 선두타자 천성호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준 후 강백호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양현종은 멜 로하스 주니어의 병살타, 장성우의 중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2회초부터 KT 타자들을 요리했다. 큰 위기 없이 손쉽게 이닝을 삭제해 나갔다. 8회초가 고비였다. 황재균의 3루 땅볼 후 김민혁에게 좌전 안타, 조용호의 대타 신본기에게 중전 안타, 김상수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1사 만루서 양현종은 천성호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매듭지으며 포효했다.

9회초엔 강백호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로하스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정리했다. 조대현의 볼넷으로 1사 1, 2루.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이호연을 투수 땅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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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KIA 감독은 "양현종이 왜 대투수인지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대투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구위, 제구 모두 완벽한 경기였다. 한준수와의 배터리 호흡도 좋았다"고 극찬했다.

오랜만에 완투승을 거둔 양현종은 "이런 경기를 한 번은 하고 싶었다. 요즘 중간투수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다. 내가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며 "타자들이 점수를 여유 있게 뽑아줬고 내 투구 수도 적어서 운 좋게 완투승을 할 수 있었다. (한)준수의 리드가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양현종은 "8회를 마친 뒤 코치님께서 '이제 그만하자'고 말씀하셨다. 난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몰라 계속 던지고 싶다고 했다"며 "감독님께서 오시더니 '또 던진다고 하지? 그럴 줄 알았다. 더 던져라'라고 해주셨다. 코치님께선 다음 경기도 있으니 투구 수 100개가 넘어가면 영향을 미칠까 봐 그러셨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1988년생인 양현종은 올해 36세가 됐다. 그는 "나이가 들었고 구위도 조금씩 떨어지다 보니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편견을 조금은 깬 듯하다"며 "아직 내 공에 자신 있고, 상대 팀과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많은 의미가 담긴 경기였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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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양현종과의 일문일답.

-완투승 소감은.
▲언젠가는 이런 게임을 하고 싶었다. 시즌 초반부터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해 중간투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운 좋게 타자들이 점수를 여유 있게 뽑아줬고 내 투구 수도 얼마 되지 않았다. 6회부터 오늘이 기회라 여겼다. 그래서 9회까지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제구, 구위 등 모든 면이 다 완벽했던 것 같다.
▲확실히 패스트볼의 구속이 나오다 보니 여러 변화구를 잘 던질 수 있었다. 상대 타자들이 공격적이라 나도 공격적으로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듯하다. 무엇보다 (한)준수의 리드가 너무 좋았다. 공부를 많이 하고 온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고 내 느낌대로 피칭을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준수와 중간중간 대화를 많이 했다. '이 상황엔 이런 식으로 가자'고 주문하더라. 덕분에 적은 투구 수로 던질 수 있었다.

-8회 병살타로 이닝을 끝내고 들어갈 때 한준수와 웃으며 대화하던데.
▲8회부터는 운에 맡기자고 생각하고 피칭했다. 당연히 구위가 떨어졌을 것이고 상대 팀은 완투를 당하지 않으려 더 적극적으로 칠 것이라 예상했다. 8회 만루 상황에선 타자를 잡아내기보다는 아웃카운트와 점수를 바꾸려 했다. 병살타도 운이 좋아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5년 만의 완투라 의미 있을 것 같다.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지난해에도 완투, 완봉 기회가 있었는데 중간에 (코칭스태프에서) 끊어서 미련이 남아 있었다. 또 지난 시즌 완투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우리나라 투수들이 여러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듣다 보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올 시즌 초반 완투를 할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이런 기록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나뿐만 아니라 10개 구단 투수들이 열심히 할 것이다.

-스스로 5년 전과 달라진 점도 많은데.
▲항상 주위에서, 팀 내에서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구위가 떨어지다 보니까 몸 관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편견을 조금은 깬 것 같다. 아직 내 공에 자신 있고, 상대 팀과 싸울 수 있는 자신감도 있다. 이번 경기는 여러 의미가 많이 담긴 게임이었다.

-개막 후 투구 내용이 점차 좋아지는 듯하다.
▲확실히 팀 분위기가 좋다 보니 내가 큰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무척 크다. 예전엔 책임감이 많았고 나도 모르게 오버도 했다. 지금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잘하고 있다. 팀도 상위권에 있어 확실히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줄었다. 이렇게 경기에 임하는 게 편한 줄 몰랐다. 우리 선수들이 모두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내가 할 일, 내가 해야 할 역할에만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면 팀에 조금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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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를 잘 넘긴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2회부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1회 초반에 안타를 많이 맞았다. 줄 점수는 주자고 생각했다. 우리 팀 타자들이 좌완투수나 사이드암투수에게는 조금 약할지 몰라도 우완투수라면 아무리 좋은 투수가 와도 점수를 많이 뽑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나도 버틴다는 마음으로 투구했다. 1회에 물론 실점을 했지만 운 좋게 병살타로 막아냈다. 1회 투구 수가 11개밖에 되지 않았다. 야수들의 컨디션을 위해 수비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1회말에 타자들이 3점을 내준 후부터는 확실히 빠른 승부를 하려 했다. 내가 실점하더라도 타자들이 점수를 더 낼 것 같다는 자신감, 기대감이 있었다.

-항상 불펜투수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편이다.
▲이번엔 그래도 내 역할을 한 것 같다. 하루 전 경기에서 점수 차가 큰 상황에 추격조 투수들이 많이 나갔다. 이번엔 필승조가 나가기도, 추격조가 나와 연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7회 끝나고 코치님께 (불펜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지 여쭤봤다. '네가 갈 데까지 간다'고 하셔서 중간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9회까지 던지려 했다.

-교체할까 봐 먼저 물어본 것인가.
▲그것도 있었고 8회 끝나고 코치님께서 그만하자고 이야기 하시기도 했다. 난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고 생각해 계속 던지고 싶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오시더니 '또 던진다고 하지? 그럴 줄 알았다'며 더 던지라고 하시더라. 코치님께서는 다음 게임도 있기 때문에 투구 수가 100개를 넘어가면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신 것 같다. 내가 준비를 더 잘해야 된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지난해 완투승을 못한 게 마음에 남았나.
▲오늘(1일) 던질 땐 그런 생각을 안 했다. 지난 시즌 끝나고 겨울에 쉬면서 기록들을 보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자존심 아닌 자존심도 상했다. 올 시즌 초반에 이런 기록을 달성해 기쁘다.

-선발승 후 팬들에게 스파이크 선물은 계속 하는 건가.
▲그렇다. 3승 해서 세 켤레 드렸다. 이제 스폰서에 전화를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두 켤레 정도 남은 듯하다. 많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본가에 가봤더니 없더라. 스폰서에 전화해 창고에 있는 신발이라도 달라고 해야 한다(웃음).

-이런 경기를 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나.
▲자신 있다. 타이트한 게임이라면 중간투수들을 믿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게 당연하지만 이런 경기처럼 욕심을 부려야 할 땐 욕심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 승패가 크게 좌우되지 않고, 무리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오고 팀에 여유가 있다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최종 목표인 170이닝을 채우기 위해선 조금씩 쌓아야 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여유 있게 해야 뜻깊은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힘이 좋거나 컨디션이 좋을 때는 당연히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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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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