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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사리구는 함께 못왔지만… 불교 문화재 환수 노력 계속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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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미술관 사리 반환’ 호산 스님

“현지서 사리 이운식 정성껏 진행

지켜보던 미술관측 표정 바뀌어

공항 세관도 직원 파견해 도와줘”

동아일보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 석가불, 가섭불, 정광불, 지공·나옹 선사 사리를 이운 중인 호산 스님(앞). 호산 스님은 “20년간 많은 사람의 노력과 인연이 쌓여 부처님 사리가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산 스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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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일제강점기에 유출돼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보관됐던 석가불 진신사리(眞身舍利·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사리)와 나옹·지공 선사 사리가 80여 년 만에 국내에 돌아왔다. 2004년 사리와 사리구(舍利具·사리를 담은 함)의 존재가 알려진 후 20년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 직접 현지에서 사리를 모시고 온 호산 스님(양주 봉선사 주지)은 지난달 30일 서울 동국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당장은 어렵지만 이번에 함께 못 온 사리구와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른 우리 불교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리구도 함께 오지 못해 아주 아쉽습니다.

“사리는 신앙의 대상이라는 점이 많이 고려돼 기증 형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미술관 측이 사리구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문화재로 본 것 같습니다. 불법으로 밀반출됐다는 증거가 있어야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죠. 아직은 그런 증거를 찾지 못해서…. 그렇다고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증거를 찾을 때까지 부처님 사리를 먼 타국 땅에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먼저 사리가 돌아왔지만, 사리구 등 다른 문화재도 돌려받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문화재 반환이 쉬운 일은 아닌데요.

“저희가 사리를 이운(移運)하러 미술관을 찾았을 때 처음에는 미술관 관계자들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가 단순히 물건을 받으러 간 것처럼 행동한 게 아니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사리 이운 의식을 아주 정성껏 진행했지요. 미술관 관계자들의 표정이 변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런 의식을 거의 보지 못한 탓도 있지만, 문화재 측면만 생각했던 사리가 신앙의 대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피부로 느낀 것 같아요. 사리구도 그렇고 다른 불교 문화재들도 단순히 문화재 측면만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미술관 측에서 이번 사리 반환처럼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 측도 상당히 배려해 줬다고 하던데요.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 사리구는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석가불, 가섭불(迦葉佛), 정광불(錠光佛), 지공 선사(?∼1363), 나옹 선사(1320∼1376) 사리를 각각 담을 작은 사리구 5개와 이 작은 사리구를 담을 큰 사리구 하나를 국내에서 만들어 갖고 갔지요. 그런데 보스턴 공항 세관 측에서 미술관으로 사람을 보내 이운 의식을 끝까지 보고 그 자리에서 봉인을 해줬습니다. 세관 통과 과정에서 사리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불경스러운 일이 없도록 배려해 준 것이지요. 부처님 사리가 화물이나 택배 취급을 받을 수는 없지요. 만약 세관에서 사리구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보자고 하고, 일일이 사리를 헤집어 이상한 게 섞여 있는지 검사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저희도 그렇고 얼마나 곤란했겠습니까.”

―국내에서 제작한 사리구도 좀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만….

“보스턴 미술관에 있는 사리구와 완전히 똑같이 만들기보다 우리 시대의 예술혼을 조금 담는 게 낫지 않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진짜 똑같으면 모조품밖에 안 되지 않겠느냐고요. 저는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원형을 기준으로 하되 예술적 가치가 있도록 조금 변화시켰습니다. 19일 양주 회암사에서 5000여 명이 참석하는 고불식 사리 법회가 열립니다. 진짜 고향에 돌아오시는 것이지요. 이후에는 종단, 문화재청과 사리를 가장 잘 모실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어떻게 하면 종교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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