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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취재일기] “내가 책임진다”던 정해성, 차기 감독 선임 논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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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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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난 2월 A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4강에서 요르단에 져 탈락했다. 최근엔 올림픽 축구대표팀(23세 이하)이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패배해 짐을 쌌다.

잇단 참사를 겪으면서도 책임을 진 사람은 단 두 명뿐이다. A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과 올림픽팀 사령탑 황선홍 감독이다. 그런데 한국 축구가 역사에 남을 만한 참사를 겪었는데도 책임질 사람이 둘 뿐일까. 과연 이 모든 상황이 감독과 선수들만의 탓일까.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달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공석이 된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뽑았다. 그러면서 “잘못될 경우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호언장담했다.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을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황선홍 감독에게 A대표팀 임시 사령탑 역할까지 맡겨 ‘투잡’을 뛰게 했던 장본인이 바로 정해성 강화위원장이다.

그런 정 위원장이 30일 비공개로 강화위원회를 주재했다. 앞서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로 11명(외국인 7명·내국인 4명)을 선정했는데 이날은 우선협상 대상자를 추리는 자리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끈 올림픽대표팀이 추락하는 장면을 지켜보고도 정 위원장은 이렇다 할 입장 표명 없이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유럽까지 날아가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몰두했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은 미룰 수 없는 과제지만, 정 위원장이 차기 감독을 선임할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이가 많다.

심지어 소통 방식도, 일처리도 깔끔하지 않다. 강화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국내외에서 “제시 마쉬(미국)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이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 정해성 위원장을 선임할 때부터 ‘최측근을 번갈아가며 요직에 앉히는 회전문 인사의 반복’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셌다. 강화위원회의 섣부른 결정으로 올림픽대표팀이 좌초한 이후에도 정 회장은 묵묵부답이다. 축구 경기장에는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린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었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축구가 다시 일어서려면 잘못된 원인을 파악한 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대한축구협회에 가장 필요한 일이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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