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5년간 전국 우승만 4번…야구계가 주목하는 '정윤진 리더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덕수고 정윤진 감독이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전주고와의 결승전 도중 그라운드를 쳐다보고 있다. 사진 SSG 랜더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교야구의 강호’ 덕수고는 지난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전주고를 8-5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학년 좌익수 오시후(17)가 3-5로 뒤진 5회초 상대 에이스를 정우주(18)로부터 동점 2점홈런을 빼앗은 뒤 7회 1타점 결승 적시타를 터뜨려 승기를 잡았다. 이어 4회 2사에서 올라온 3학년 오른손 투수 김영빈(18)이 5와 3분의 1이닝을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지켰다.

이로써 덕수고는 고교야구에서의 독보적인 입지를 재차 확인했다. 1980년 창단 후 지금까지 들어 올린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는 모두 21개. 특히 2000년대 들어선 17차례 정상을 밟았고, 최근 5년 동안에도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4개나 수확했다. 남들은 한 번도 맛보기 힘든 우승의 감격을 사실상 매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고교야구의 신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덕수고의 중심에는 사령탑인 정윤진(53) 감독이 있다. 2007년부터 모교 지휘봉을 잡은 뒤 이듬해 대통령배 제패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14차례 전국대회 정상 등극을 이끈 정 감독은 23일 덕수고 교정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경기 중반까지만 잘 버틴다면 후반에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다. 마침 좋은 찬스가 왔고, 선수들이 기대대로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몫을 해주면서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고 제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남정초 4학년 때 처음 야구를 접한 정 감독은 현역 시절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덕수중과 덕수고를 거치면서 내야수로 뛰었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외면을 받았다. 고교 졸업 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군필 내야수’ 정윤진을 받아준 구단은 없었다.

중앙일보

덕수고 정윤진 감독(왼쪽)이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감독상을 받고 있다. 사진 SSG 랜더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찌감치 야구선수의 꿈을 내려놓은 정 감독이 향한 곳은 덕수고였다. 모교의 부름을 받아 1994년 코치로 변신했고, 이 인연으로 10년 넘게 후배들을 가르쳤다. 이어 2006년을 끝으로 신일고로 자리를 옮긴 최재호(63)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미 고교야구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덕수고는 정 감독이 부임하면서 명실상부 전국대회의 독보적 강호로 자리 잡았다. 2008~2009년 대통령배 2연패를 시작으로 청룡기와 황금사자기, 협회장기, 봉황대기 등 5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정상을 밟았다. 또, 남다른 스카우트 능력과 지도력으로 매년 제자들을 KBO리그와 미국 마이너리그 등으로 진출시키고 있다. 정 감독은 “23살 때 처음 코치를 맡았다. 한창 선수로 뛸 나이라 체력이 좋아서 집에도 가지 않고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야구만 공부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전임 감독님들을 보좌하면서 두 가지를 배웠다. 고교야구 감독은 결국 선수를 발굴하는 눈과 상대를 분석하는 집요함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말 많은 자료를 보면서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길렀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덕수고가 19일 열린 제104회 전국체전 18세 이하 야구 결승전에서 강릉고를 4-0으로 물리치고 정상을 밟았다. 덕수고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는 정윤진 감독. 사진 덕수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 감독은 지금까지 치른 전국대회 18차례 결승전에서 모두 14번 우승을 달성했다. 결승전 승률만 7할7푼이 넘는다. 이와 더불어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도 3차례 정상을 차지해 역대 고교야구 사령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신세계 이마트배에서도 정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빛났다. 덕수고는 3학년 원투펀치인 정현우(18)와 김태형(18)이 투구수 제한으로 모두 출전할 수 없던 상황이라 전력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 감독의 빠른 마운드 교체와 시의적절한 작전으로 불리한 판세를 뒤집었다.

중앙일보

2013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정윤진 감독.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 감독은 “전주고의 전력이 워낙 좋아서 나 역시도 우승 확률을 높게 보지 않았다. 특히 우리와 달리 상대는 정우주가 버티고 있어 걱정이 많았다”면서 “그래도 정우주 역시 투구수 105개 제한이 있는 만큼 정우주를 빨리 내리고 후반 득점 찬스를 살린다면 승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봤다. 오시후의 맹타와 김영빈의 호투가 나를 살려줬다”며 웃었다.

정 감독의 리더십은 그라운드에서만 빛나지 않는다. 정 감독이 부임한 뒤 덕수고는 서울대 신입생을 두 명이나 배출해 화제를 모았다. 외야수 겸 투수로 뛰던 이정호(30)가 2013학년도 체육교육과 수시모집을 통과했고, 2022학년도에는 내야수 이서준(21)이 체육교육과 신입생이 됐다. 고교 시절까지 엘리트 선수로 뛴 이들이 특기자 전형이이 아닌 일반 전형으로 서울대로 진학한 사례는 이례적으로 꼽힌다. 이서준은 최근 서울대의 20년만의 공식경기 승리(19일 경민대전 9-2)를 이끌기도 했다.

중앙일보

덕수고 정윤진 감독(가운데)이 지난해 대통령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 감독은 “제자들이 공부를 잘했기 때문이다”며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이)정호와 (이)서준이 모두 공부를 잘했던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야구만 시키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시간과 체력이 되는 선에서 학업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자들 모두가 프로로 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신 이들 모두 공부나 예술, IT 등 재능이 있는 분야가 있다. 세상은 야구선수로만 성공하란 법은 없는 만큼 학부모들과 상의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제자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은 정 감독은 우승의 달콤함을 오래 만끽하지 않았다. 결승전 직후 가볍게 뒤풀이만 하고 다음날 바로 학교로 출근했다. 나흘 뒤인 27일 중요한 일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덕수고는 이날 목동구장에서 장충고와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서울권A) 우승을 놓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정 감독은 “기쁨을 오래 맛보고 싶지만, 고교야구 감독이란 자리가 그렇지 못하다. 올 시즌에도 주말리그 우승은 물론 전국대회 다관왕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생년월일 : 1971년 7월 7일

포지션(투타) : 내야수(우투우타)

출신교 : 남정초-덕수중-덕수고-서울산업대-한양대 교육대학원

지도자 경력 : 덕수고 코치(1994∼2006년), 덕수고 감독(2007년∼)

우승 경력 : 대통령배(2008·2009년), 황금사자기(2013·2016·2017년), 청룡기(2012·2013·2014·2016년), 봉황대기(2021년) 신세계 이마트배(2013·2020·2023·2024년)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