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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마황'과 '밉상' 사이…홈런 치고도 눈물 쏟은 황성빈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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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26)은 올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전국구 악동' 이미지를 얻었다. 야구보다 '비(非) 매너' 논란으로 먼저 화제에 올랐고, 롯데를 제외한 9개 구단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그는 결국 야구 인생 최고의 활약을 펼친 날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솔직히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며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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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시즌 3호 홈런을 때려낸 뒤 홈을 밟는 롯데 황성빈. 사진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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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이 된 '사건'은 지난달 2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벌어졌다. 1루에 대주자로 투입된 황성빈은 발을 땅에 붙여둔 채 2루 쪽으로 몸만 찔끔찔끔 움직이는 스킵 동작을 여러 차례 취했다. 마치 투수를 놀리는 듯한 '뛸까 말까' 동작이 거듭 반복되자 TV 중계진이 "테크노 댄스 같다"고 농담했을 정도다.

마운드에 있던 KIA 양현종은 그 모습을 보고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평소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그가 황성빈 쪽을 뚫어지게 보며 기 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후 황재균(KT 위즈),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등 다른 선수들이 당시 상황을 장난스럽게 흉내 내면서 황성빈의 스킵 동작은 어느새 야구계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트)으로 번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황성빈은 지난 1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LG 케이시 켈리와 또 마찰을 빚었다. 시범운영 중인 피치 클록을 여섯 차례 위반했고, 파울 타구를 날리고도 1루까지 전력 질주했다가 타석으로 천천히 걸어 돌아오며 시간을 끌었다. 투구 흐름이 끊긴 켈리는 이닝이 끝난 뒤 황성빈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표현했다. 결국 양 팀 선수단이 모두 달려 나와 몸싸움을 벌이는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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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회 초 종료 후 벤치클리어링이 진정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황성빈.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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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인터넷이 들끓었다. 롯데 팬은 황성빈의 '열정'이 팀에 꼭 필요하다고 옹호했지만, 다른 팀 팬들은 그가 상대를 불필요하게 도발하는 '밉상'이라고 손가락질했다.

황성빈은 당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나를 보고 '열심히 안 한다'고 생각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그 이미지에 상대 팀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까지 생각하면 준비한 걸 못 하니 신경 안 쓰려고 한다"고 짐짓 당차게 말했다. 그러나 소속팀 롯데의 김태형 감독조차 "과도한 행동을 하면 상대 투수 입장에선 충분히 신경 쓰일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그 후 숨을 고르던 황성빈은 마침내 '논란'이 아닌 진짜 '야구'로 스타가 됐다. 지난 21일 KT 위즈와의 부산 더블헤더에서 홈런 3방(1차전 2개, 2차전 1개)을 몰아쳐 3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롯데는 더블헤더 2차전 승리와 함께 KT를 최하위로 밀어내고 꼴찌를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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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한 황성빈.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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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72㎝의 단신인 황성빈은 전날까지 프로 통산 홈런이 1개였고, 아마 시절에도 초·중·고교와 대학교 시절을 통틀어 홈런이 하나밖에 없는 교타자다. 그런 그가 하루에 세 번이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자 부산이 달아올랐다. 롯데 팬들은 어느새 '마황'(마성의 황성빈)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만만치 않은 성장통을 겪은 황성빈은 "그간의 일들로 사실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고심 끝에 상대 팀 선수들께 오해를 사지 않게 내가 조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또 "내 의도와 관계없이 상대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애초에 그런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힘들었지만, 이런 일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이 마음과 태도를 오래 기억하면서 앞으로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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