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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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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1주차 공연 좋았다, 코첼라 '공기' 이겨내" K팝 평론가 소신 발언 화제 [Oh!쎈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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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최이정 기자] 걸그룹 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에서 두 번째 무대를 마무리해 호평받은 가운데 한 유명 K팝 평론가가 또 다른 시각으로 이들의 무대를 바라본 비평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르세라핌은 20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최대 규모 음악 축제 ‘코첼라'의 사하라(Sahara) 스테이지에서 두 번째로 공연을 펼쳤다. 르세라핌은 지난 13일, 역대 한국 가수 중에서는 데뷔 후 최단기간에 코첼라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아티스트로 가요계에 이름을 새겼던 바.

첫 번째 공연을 두고는 갑론을박도 일어났다. 유튜브를 통해 코첼라 무대를 시청한 일부 팬들은 라이브 실력을 지적했고 논란으로 이어진 것. 반면 외신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는데 빌보드는 “르세라핌은 대규모 무대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고, 10곡의 세트리스트 내내 관객들을 춤추게 했다. 르세라핌에게 핫하고 재밌는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평가했고, NME는 “르세라핌이 데뷔 2주년을 앞두고 한국 아티스트 중 최단기간에 ‘코첼라’에 섰다. 이 기록은 다섯 멤버가 음악계에 끼친 영향력이 어떤지 보여준다. 그들은 40분 만에 사하라 스테이지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이후 르세라핌이 선보인 회심의 2차 무대는 1차 무대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여유를 찾았다는 평을 얻었다. 이런 가운데 최이삭 K팝 평론가는 22일 자신의 SNS 계정에 르세라핌과 관련된 새로운 감상평을 남겼는데, 그의 새로운 관점은 K팝 팬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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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평론가는 앞서 르세라핌의 1차 공연을 극찬해 화제를 모았던 글과 관련, "하이브에 잘 보이려고 쓴 거냐는 반응도 많았다. 단언컨대 나만큼 하이브에 잘 보이려 하지 않는 K팝 관련 필자는 없다"라고 말문을 연 후 "무난했던 2주 차 공연이 끝난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나는 1주차 공연이 좋았다"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이어 "건국 이래 최대의 가창력 논란...주로 돌아다닌 영상은 톤 앤 매너를 잡지 못한 첫 곡과 체력이 무너진 마지막 곡이었다. 일부는 전체를 대표하기에 이 부분에서 특히 노래를 못 한 것이 가창력 논란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몇몇 장면으로 평가를 마치기엔 장점이 너무 많은 공연이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K팝은 입체적인 장르다. 퍼포먼스, 스타일, 아트 각각 독자적인 매력과 맥락이 있다. 르세라핌 코첼라 공연은 막대한 투자와 준비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태가 난다. 1주 차 공연의 경우, 화려한 K팝 콘서트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빡센 오프닝 메들리 수준의 공연이 40여 분 동안 지속됐다. 연출도 오프닝급이고, 퍼포먼스 강도도 오프닝급이었다. 한 번만 해도 숨이 턱 끝까지 차는 오프닝 메들리를 세 번 연달아한 셈이다. 르세라핌은 단지 춤추며 노래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무대를 뛰어다니며, 멘트도 거의 없이 공연만 했다. 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면 당연히 노래를 더 잘했을 거다. 그런데 춤을 빼면 르세라핌이 코첼라에서 뭘 보여줘야 했을까. K팝은 춤추는 음악이고, 르세라핌의 퍼포먼스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라고 일각의 논란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숨 고를 시간이 넉넉했다면 가창이 좀 더 안정적이었을 텐데, 1주 차에서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나는 르세라핌 측이 밀어붙이는 공연만의 에너지와 연출적 완결성을 선택했고, 이번 논란은 본질적으로 그 선택의 결과라고 본다"라고 추측하며 이 선택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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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평론가는 또한 "K팝이 가수들에게 너무 많은 것이 요구되며 공고화된 '성대 분업'의 역사에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르세라핌이 이 '분업'을 조금 더 정교하게 했다면 이 정도의 가창력 논란은 없었을 거라고 본다. K팝은 즐기는 음악이라기보다는 '해내야 하는' 음악에 가깝다", "르세라핌은 1주 차 공연에서 미완성이지만 코첼라의 '공기'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쉽지 않은 일이다. 비장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관객과 호흡하는 여유를 가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같은 가수들이 K팝 탑티어로 분류되는 이유다. 즐기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많은 장치가 작동했다. 밴드 편곡은 묵직하고 날렵한 드럼 사운드 중심이었고, 그 비트가 자아내는 고조감과 속도에 맞춰 공연이 진행됐다. 르세라핌 멤버들의 보컬은 평소보다 굵고 높았고, 체격이 다부진 댄서들과 함께 끊임없이 대열을 바꾸고, 걷고, 뛰고, 멈추며 퍼포먼스를 했다. 입체적인 공간 구성과 쉴 새 없는 전환을 계산한 전광판 그래픽도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너무 많이 준비했으면서도 촌스럽지 않았다. 이 현란함이 비장함을 가렸다. 하이브가 구현하려는 '(K) 팝'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가늠해 볼 수도 있었다. 그 생동감이 흥미롭고 새로웠고, 끝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1주 차 공연의 목적이 도전과 모험이었다면, 2주 차의 목적은 안정적인 라이브였다"라며 "가창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공연의 힘과 흐름의 축이었던 밴드 사운드가 얇아졌다. 공연에서 사운드가 바뀌었다는 건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오프닝 멘트 차례를 넣고, 연주를 길게 끌어 숨 고를 타이밍을 적절히 만들었다. 호응을 유도하는 목소리를 자제하고, 호흡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이전보다 무대 동선을 신중하게 쓰며 퍼포먼스가 심플해졌다. 세트리스트는 같았지만 1주 차와 2주 차 공연이 완전히 달랐다. 라이브가 비교적 안정적인 2주 차 공연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인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1주 차 공연이 더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즐거웠기 때문이다"라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1차 공연에 개인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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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장한 공연은 많지만, 즐거운 공연은 드물다"라며 "코첼라 1주 차 공연에서 얼어붙지 않고 극한의 메들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1년 전과는 격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연습과 준비를 했을지 그려져 내내 뭉클했다. 자신들이 얼마나 멋진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기대하는, 두려움 없는 표정과 동작도 좋았다. 야외 뮤직페스티벌이 흥미로운 이유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변수'는 음향사고가 아니라 짐작하지 못했던 에너지와 즐거움을 만나는 일이다. 르세라핌은 1주 차 공연에서 분명 좋은 변수를 보여줬다.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도 감동적이었다. 후반부에 체력이 바닥나며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렇기에 인간적이었다. 나는 K팝이 과정에도 박수를 보내는 음악이라고 믿는다. 가창력 문제는 그것대로 비판받되, 이 공연을 준비하며 이뤄낸 그들의 성장과 노력에 대해서도 이야기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 평론가는 "코첼라는 '미국의 로컬' 뮤직 페스티벌일 뿐 올림픽이 아니다. 르세라핌은 국가대표가 아니라 꿈 많은 데뷔 2년 차 아이돌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에 이번처럼 라이브 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나, 르세라핌이 코첼라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도전과 시도가 그들에게 금기가 아니라, 교훈과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한 르세라핌이 그들의 모토대로 앞으로도 두려움 없이 노래하고 춤췄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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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르세라핌은 이번 ‘코첼라’ 무대에서 ‘UNFORGIVEN (feat. Nile Rodgers)’,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Perfect Night’, ‘Smart’, ‘EASY’, ‘Fire in the belly’ 등을 선보였고 특별히 준비한 미공개곡 ‘1-800-hot-n-fun’을 최초 공개했다.

다섯 멤버는 공연 말미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밤 저희의 무대를 보며 즐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우리의 첫 번째 ‘코첼라’를 통해 많은 부분을 배웠고 여러분과 함께 이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이 기억을 평생 가지고 갈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르세라핌은 내달 11~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팬미팅 ‘FEARNADA 2024 S/S’를 개최한다.

/nyc@osen.co.kr

[사진]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공식 유튜브, Rachael Polack, Natt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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