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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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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주요국 통화정책보다 유가가 문제…깜빡이 최소 1~2달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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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동행취재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동행취재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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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주요국의 통화정책보다 유가가 어떻게 될지가 더 문제"라며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큰 전제는 유가"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전환 시점에 대해선 "깜빡이를 이야기하려면 최소한 1~2달은 더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이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동행취재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근원물가에 비해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끈적끈적(Sticky)해서 유가가 90달러 밑에 있을지 더 오를지가 제일 문제"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국제유가는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재료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90달러를 오르내리며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영향을 준다. 이 총재는 유가와 관련해 "저희 예상보다 4~5달러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유가 흐름은 물가 수준에 따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가장 큰 관심사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 2.3%로 간다고 전망하는 뒤에는 유가가 80달러 후반 정도에 머문다는 게 들어가 있다"며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가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물가"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금 수출은 잘되고 내수는 조금 어려운데 유가가 올라가는 게 서비스나 다른 가격에 전이될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의 또 다른 변수인 공공요금에 대해선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서 소비량을 줄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가 언제이고, 언제 할지는 다른 결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던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이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1명은 내려갈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며 "이번에 금통위원 2명이 바뀌고 유가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깜빡이를 이야기하려면 최소한 1~2달 상황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번 미국 방문길에서 달러 강세에 대한 입장도 재차 밝히고 있다. 외신과의 인터뷰에선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했고, IMF(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국장과의 특별대담에서도 "그렇게 할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밝힌 건 2022년 강달러 현상이 벌어졌을 때 이후 두번째다. 이 총재는 "개입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방법을 이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율 수준이 펀더멘털에서 벗어난 정도가 클수록 개입의 효과가 있는데,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확전 이후 며칠 간 환율 움직임은 어떻게 봐도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개입을 시사한 것도 그런 이유이고, 방법은 패를 다 보여줄 수 없으니 방법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입을 이야기할 땐 학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펀더멘털에 비해 확실히 벗어났다는 확신이 있을 때 메시지를 주고 그래야만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번에는 이란과 이스라엘 문제와 미국의 성장률 좋아지면서 금리인하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고 ECB(유럽중앙은행)는 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이야기했다"며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환율이 확 튀는게 합리적이냐는 문제제기가 됐고 속도가 빠르다는 확신이 있어서 개입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요소로 거론되는 통화스와프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냈다. 이 총재는 "일본은 영구적인 통화스와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 만큼 (환율이)절하됐다"며 "통화스와프는 우리만 절하됐을 때 도와주는 건 맞지만 전세계적으로 환율이 변할 땐 받아봐야 소용 없고 이야기할 조건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D.C.(미국)=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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