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7 (월)

"ABS 심판 조작? 여기는 태블릿조차 없어" 더 심각한 곳이 있다 [박연준의 시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HN스포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BO리그 ABS 심판 조작이요? 여기는 태블릿조차 없어요"

사상 초유의 ABS 판정 오심과 은폐 사건이 터졌다. 파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KBO는 해당 심판진에 대한 엄중한 징계 예고를 내린 상태다. 그러나 KBO리그 보다 심각하게 ABS가 운영되는 곳이 존재했다.

ABS 조작 사건의 정황

지난 14일 KBO리그를 흔든 역대급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삼성의 맞대결에서 심판들이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볼 판정 시스템) 판정을 조작하고 상황을 은폐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

14일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의 타석에서 NC 선발 이재학의 2구째 직구에 문승훈 주심은 '볼'을 외쳤다.

이재학의 '2구'는 ABS가 '확실한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KBO의 ABS 상황실 근무자도 기계의 '스트라이크 선언'을 들었다.

KBO는 각 구단에 ABS 판정을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PC를 지급했다. 그러나 태블릿으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확인할 때 약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NC는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진 후에 주심이 '볼'이라고 외친 '2구째 공'을 ABS는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했다는 걸 파악하고 심판진에게 항의했다.

이에 심판 4심이 모두 모여 의논을 벌인 끝에 NC 측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민호 심판 팀장은 곧바로 장내 마이크를 잡고 "음성이 볼로 전달됐는데, ABS 모니터 확인상 스트라이크 확인됐다. NC 측이 이 부분에 대해 어필했으나,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을 해야 했다는 점에서 어필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오작동은 인정하지만, 어필 즉 항의를 할 수 있는 유효시한이 지났기에 판정 번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심판진 논의 결과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 발생했다. 중계 화면에 심판진의 의논 내용 목소리가 담긴 것이었다. 해당 중계 화면에서 심판진이 나눈 내용에 따르면 1루심이었던 이민호 심판이 문승훈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승훈 주심도 짤막하게 "응"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MHN스포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오심이자 은폐 정황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에 지난 15일 KBO는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삼성 경기의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금일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며 "KBO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심판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력함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이어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 팀 더그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MHN스포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BS 논란, 고교야구는 확인 할 태블릿 PC조차 없다

이번 ABS 논란에서 우리가 얻은 내용은 재발 방지, 또 어느 때보다 더욱 공정한 판정을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ABS 시스템이 적용되었음에도 더그아웃에 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 PC가 없는 곳이 있다. 바로 고교야구다.

고교야구의 ABS는 KBO리그보다 빠르게 도입하여 운영을 이뤘다. 고교야구의 1번지인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모든 전국대회 경기에서 ABS를 적용, KBO리그와 마찬가지로 고교야구 심판진 역시 콜 사인에 따라 판정을 내리고 있다. 다만 프로야구와 다른 점이 있다. 더그아웃에서 각 야구부 선수단이 판정 결과를 볼 수 있는 태블릿 PC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16일 수도권 A 고교야구부 지도자는 MHN스포츠를 통해 "목동야구장에 태블릿 PC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 터무니 없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받은 뒤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항의 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더욱 공정한 상황을 만들려면 프로야구처럼 우리도 태블릿 PC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학교의 지도자 역시 "사상 초유의 KBO리그 ABS 조작 사건 역시 태블릿 PC로 지도자가 확인을 할 수 있었기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던 문제다"라며 "고교야구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니, 심판과 상대 학교가 '짜고 치는 고스톱' 마냥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상황이 발생해도 우리는 가만히 인상만 쓰고 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MHN스포츠

KBSA "스트라이크존 결과 남아있어, 조작은 불가해"…"협회도 해결하고 싶지만"

이에 대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KBSA)의 관계자는 같은 날 본 기자와 전화에서 "우선 ABS 스트라이크/볼 판정 결과는 조작할 수 없다.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ABS 시행 이후 판정 결과를 협회가 기록 보존하고 있다. 조작 논란이 명백하게 없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태블릿 PC 도입에 대해선 "협회도 태블릿 PC 도입을 원하고 있다. 현장에서 태블릿 PC가 없다 보니 의문을 품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예산이 문제다. 협회의 ABS 운영을 KBO와 마찬가지로 스포츠투아이에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협회 예산으로는 ABS 운영만이 가능하다. 태블릿 PC 도입은 예산 초과로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협회도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은 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지금 당장으로선 해결할 수 없는 상황. 고교야구는 ABS에 대한 의문을 한동안 계속 품어야 하는 상황이다.

MHN스포츠

목동 야구장 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교야구에선 터무니없는 공이 스트라이크로 인식되어도 확인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마음속 한편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결국 판정에 대한 공정함을 위해 탄생한 ABS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KBO리그만큼이나 중요한 곳이 고교야구다. 이들은 곧 한국 야구를 빛낼 스타 선수로 거듭날 것이며 ABS에 최적화된 선수들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보다 공정하고 의문을 품지 않고 야구에 전념하려면 ABS의 기본 옵션인 태블릿 PC 도입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KBSA 역시 "협회는 태블릿 PC 도입을 위해 예산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도입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이며, 예산 확보가 이루어진다면 곧바로 설치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진=MHN스포츠 DB, SBS 스포츠 중계화면, 삼성 라이온즈, 연합뉴스, KBSA

<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 엔터테인먼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