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밸류업 기대 후퇴…금리·환율·유가 고공행진
금주도 대내외 악조건 지속될듯…호실적 업종 수급 쏠림 전망
이달 초 2,750을 돌파한 뒤 2,800까지 넘보던 코스피는 고금리, 고환율에 밸류업 기대 후퇴 등 대내외 악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한 달간의 상승분을 반납한 채 다시 2,700선을 내줬다.
금주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더해져 증시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증시의 불리한 여건이 유지되고 뚜렷한 반등 계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 및 실적 호조가 기대되는 업종 중심으로 수급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 1% 내려 2,680선 턱걸이 마감 |
14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2일 2,681.82로 전주보다 32.39포인트(1.19%) 내려 3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주(8~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조5천93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코스피200 선물은 1조6천2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를 포함해 2조1천34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5천100억원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밸류업 기대감 약화로 보험(-7.22%), 전기가스(-5.87%), 금융업(-4.22%) 등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섬유의복(-6.41%), 유통업(-4.64%)도 많이 내렸다.
이목을 집중시킨 총선에서 역대 가장 큰 차이로 여당이 참패하면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정부가 내놨던 증시 부양책의 추진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대부분 업종이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된 현대차[005380](5.54%), 기아[000270](4.57%)가 포함된 운수장비(2.96%)와 의료정밀(1.44%), 철강금속(0.55%)만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860.47로 한 주간 11.82포인트(1.35%) 하락해 2주 연속 내렸다.
순환매 장세 속에 많이 올랐던 이차전지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비중이 큰 코스닥 특성상 금리인하 전망 후퇴의 영향이 더 컸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자 올해 들어 글로벌 상승장의 배경이 됐던 금리인하 전망이 크게 후퇴하면서 시장 금리는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렸다.
여기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 위기는 고공행진 중인 환율과 유가를 더욱 밀어 올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말(12일) 1,370원을 돌파하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은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중동 위기가 겹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져 조정폭이 커졌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한 주간 2.37%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56%, 0.45% 내렸다.
기업 밸류업 (PG) |
이번 주는 총선 영향으로 인한 저PBR주의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선거 결과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게 됐다"며 "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 역시 총선 결과를 두고 "증시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모멘텀이 다소 약화할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처럼 세제 개편이 필요한 항목들은 시행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내다봤다.
반면 여소야대 정국과 별도로 여야의 정책 교집합, 외국인의 투심 지속 등을 고려할 때 저PBR주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밸류업 수혜 업종인 운수장비는 지난주 3천58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김영환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의 제도개선에 대해선 양당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교집합 분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말 이후 정책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추가로 변동성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매수 기회로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준호 연구원은 "소액주주 보호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 등 항목은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고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증시의 하단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
미국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금리인하 전망 후퇴 여파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주 미국 3월 CPI에 이어 나온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물가 충격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는 것을 넘어 '역피벗'(추가 인상 혹은 연내 동결 기조 유지) 시나리오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금주는 15일 미국 3월 소매판매 외에는 중요 경제지표 발표도 예정된 게 없어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지표에 대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생각을 확인하기 전까지 미국 금리 안정은 다소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황준호 연구원은 "3월 CPI 쇼크로 인해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돼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수출과 실적 전망이 좋은 업종이 지수 방어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주 증시 전반의 하락 압력이 커졌으나 자동차, 반도체 등 실적 및 수출 호조가 기대되는 업종은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됐다.
김영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물가와 금리, 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주식시장 내에서도 가장 명확해 보이는 분야로 수급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NH투자증권은 금주 코스피 예상치를 2,640~2,760으로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5일 미국 3월 소매판매
▲ 16일 미국 3월 산업생산, 3월 건축허가·주택착공
▲ 17일 유로존 3월 소비자물가
▲ 18일 미국 4월 필라델피아 연준지수, 3월 기존주택매매, 3월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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