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 어디서 오나…왜 WK리그는 16·17세 선수 못 뛰나"
경기 시작 기다리는 콜린 벨 감독 |
(이천=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언론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지만 제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말씀드리는 세부 내용을 좋아할 거라고 확신은 들지 않네요. 그 시스템이 뭐길래 그럴까요? 자 한 번 보세요. 젊은 선수가 대체 어디서 오나요? 어디서 뛰고 있나요? 16, 17세 선수들은 왜 WK리그에서 뛰지 못하는 걸까요?. 그게 왜 안 되는 거죠?"
2019년부터 여자축구 대표팀을 이끌어 온 콜린 벨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종종 한국 여자축구의 구조적 문제점을 꼬집는다.
주로 벨 감독의 '저격'을 맞는 쪽은 여자 실업축구 WK리그다. 그는 한국 여자축구 생태계의 꼭대기인 WK리그가 여자축구 발전의 동력을 내놓는 산실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보는 듯하다.
지난해 7월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2차전 모로코전에 패하며 사실상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해진 후에도 벨 감독은 WK리그를 꼬집어 비판했다.
의식주를 다 제공하는 실업팀 체제로 8개 팀이 경쟁하는 WK리그가 선수들의 경쟁심을 키워주는 환경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벨 감독은 "WK리그 대부분 선수가 '우리가 이기면 좋다, 그런데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자축구계가 기대해온 월드컵 1, 2차전을 내리 진 수장이 오히려 리그를 탓하는 발언을 한 모양새라 한국여자축구연맹과 WK리그 지도자들은 분개했다.
발언하는 콜린 벨 감독 |
이때부터 일부 지도자 사이에서 벨 감독을 내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월드컵 이후에도 벨호가 부침을 겪자 벨 감독을 향한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국가대표팀 수장 벨 감독과 국내 최상위 무대인 WK리그 현장 간 감정의 골이 이후로는 한 번도 좁혀진 적 없다.
필리핀과 두 차례 평가전이 치러진 4월 A매치 기간을 마무리하며 벨 감독은 또 한 번 WK리그를 때렸다. 이번에는 한국 여자축구에서는 왜 젊은 선수가 성장할 수 없는지 짚으면서였다.
그는 세대교체를 신경 쓰지 않고, 쓰던 베테랑만 기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벨 감독은 "난 WK리그를 손바닥 보듯 잘 알고 있다. 개별 선수 모두와 지도자들도 다 안다"며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난 정말 한국 여자축구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벽을 뚫어야 한다. 때때로 보이지 않는 장벽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돌파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우리가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달성할 수 있을까. 난 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벨 감독 |
자체 유스팀, 준프로 제도를 통해 유망주를 계속 발굴하는 '남자 프로리그' K리그와 달리 여자축구는 학교-실업팀으로 이어지는 분업 체제가 완고하다. 직장경기운동부인 실업팀이 미성년 선수를 데려오는 일은 흔치 않고, 모기업이나 기관도 그런 문화나 관행은 생소하다.
종종 현장 지도자보다 행정가적 면모를 보이는 벨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여자축구 기술고문직도 맡고 있다. 그러나 본업은 그라운드에서 승리를 지휘하는 '대표팀 감독'이다.
WK리그 지도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벨 감독이 시스템 비판보다는 여자축구가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주요 대회에서 승전고를 울려주길 바랐다.
그러나 주요 대회마다 일찍 발길을 돌렸고, 올해 말로 끝나는 벨 감독의 임기 내 특별한 대회가 없다.
'감독으로서는 한국 여자축구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남은 임기 내 꾸준히 젊은 선수를 발굴하고, 그간의 분석 자료를 총정리해 협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패스하는 케이시 유진 페어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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