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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만나 감격한 이정후, 잔인한 장면도 같이 봤다… 이게 냉혹한 MLB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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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1일(한국시간) 시애틀과 시범경기에 앞서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받았다. 바로 자신의 우상이자,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롤모델이었던 스즈키 이치로 시애틀 특별 고문을 만난 것이다. 주선자가 있었다. 바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이었다.

멜빈 감독은 자신의 감독 경력을 시애틀에서 시작했고, 그 시애틀에는 당대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던 이치로가 있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우상이 이치로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을 내 이날 자리를 만들었다. 원래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선수단을 두 개로 나눠 두 경기를 치르는 스플릿 스쿼드 데이였고, 관례라면 멜빈 감독은 홈에서 선수들을 지휘해야 했으나 원정길에 나서 이치로와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특혜라면 특혜였다.

역시 다른 주축 선수들과 다르게 홈에서 뛰지 않고 원정길에 나선 이정후로서는 구단의 배려에 여러모로 감동을 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귀한 몸이라는 것을 다시 입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정후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은 대우였다. 키움에 줘야 할 포스팅 금액을 합치면 총 투자 금액은 1억3000만 달러 이상에 이르렀다. 웬만한 확신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투자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연봉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썼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권도 넉넉하게 챙겨줬다.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를 합쳐 연간 8장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특급 대우였다. 그 외 주거 환경 등까지도 꼼꼼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이정후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큰 화제는 사실 이정후와 이치로의 만남만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10일 팀의 주전 3루수로 기대되던 JD 데이비스를 웨이버 공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올스타 3루수인 맷 채프먼과 3년 계약을 했다. 데이비스의 활용도가 애매모호해졌다. 그럼에도 공격력은 어느 정도 있는 선수이니 그냥 로스터에 놓고 가도 됐다. 시즌 중 부상에 대비하거나, 지명타자 슬롯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가 데이비스를 웨이버하고, 웨이버 절차가 끝나는 대로 12일 조건 없는 방출을 한 건 메이저리그 비즈니스의 냉정한 세계를 보여줬다. 데이비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연봉을 합의하지 못해 연봉조정을 거쳤다. 데이비스는 690만 달러, 구단은 655만 달러를 제안했다. 35만 달러로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판결까지 갔다. 승자는 데이비스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제도의 맹점을 노렸다. 괴씸죄는 아니었지만, 제도가 그랬다. 연봉조정까지 가 연봉이 결정된 경우, 개막 15일 이내에 방출하면 45일치 급여를 준다. 하지만 시즌 전 방출하면 30일치 급여만 주면 된다. 데이비스의 30일 급여는 약 110만 달러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를 고려해 데이비스를 서둘러 방출했고, 데이비스는 약 580만 달러의 연봉을 그냥 날렸다. 추후 다른 팀과 계약할 수도 있지만 너무 큰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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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스의 방출 소식을 들은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구단의 처사가 너무하다는 것이다. 데이비스의 에이전트인 맷 해나포드 또한 샌프란시스코가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연봉 조정 마감 전 한 차례만 금액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파르한 자이디 단장은 금액을 고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데이비스로서는 잔인한 일이었다. 이 잔인한 일에 대해 동료들이 불만을 터뜨린 것은 역시 대다수의 선수들이 ‘을’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정후와 같이 6년의 거액 연봉 보장되고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선수들이 사실 많지는 않다. 상당수 선수들은 언제 방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하루를 살아간다.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같은 클럽하우스에 있던 이정후도 모를 리는 없다. 야구를 잘해야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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