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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HI★초점] 가수 비비, '밤양갱' 히트가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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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협업곡 '밤양갱', 리스너 입소문 타며 음악 차트 1위 등극
'차트 강자' 아이유 꺾은 유의미한 성과에 주목
'대중성 확보' 숙제 풀고 새롭게 단 날개
한국일보

가수 비비가 최근 신곡 '밤양갱'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필굿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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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비가 데뷔 5년여 만에 제대로 일을 냈다. 비비가 지난달 13일 발매한 신곡 '밤양갱'은 치열한 음악차트 경쟁을 뚫고 국내 주요 음원차트를 싹쓸이했다. 최근 르세라핌·(여자)아이들·트와이스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컴백한데다 '음원 최강자'로 손꼽히는 아이유까지 새 앨범을 발매한 상황에서 비비의 약진은 그야말로 '예상을 깬' 놀라운 결과다.

비비는 '밤양갱'의 히트에 대해 본지에 "믿기지 않는다. 많은 사랑 주셔서 영광스럽고, 굉장히 많은 감정이 교차되면서 '밤양갱'처럼 달달한 기분이다. 너무나 큰 에너지, 열정을 더 뜨겁게 만들어주고 계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밤양갱'은 장기하가 작사, 작곡해 선물한 곡으로 그간 파격적인 스타일링과 색이 분명한 음악을 해온 비비의 러블리한 매력이 돋보이는 노래다. 왈츠풍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비비의 보컬, 이별 후의 달콤쌉싸름한 감성을 동화처럼 그려낸 가사가 어우러져 색다른 시너지를 만들었다.

지난해 8월 '홍대 R&B 이후 6개월 만에 발표하는 신보이자 '사랑의 ERA(시대) 시작'이라고 표현된 시리즈의 연장선 격으로 발매된 '밤양갱'은 기존에 비비가 선보여 온 음악색과는 사뭇 다르다. 그간 비비는 독보적인 음색과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독특한 스토리 텔링으로 이른바 '날 것'의 매력을 강조해왔다. 자신의 분노를 녹여낸 파격적인 가사와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던 '나쁜년'이나 담배와 콘돔 등 K팝 시장에서는 금기시돼 온 소재들을 담아낸 '쉬가릿(she got it)' 등은 대표적인 예다. '밤양갱'에 담긴 서정적이고 동화같은 감성과 멜로디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밤양갱'은 대중에게 비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폭넓은 가능성을 입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앞서 비비가 선보여 온 음악들의 경우 국내외 음악 시장, 특히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음악성을 인증받으며 존재감을 알렸지만 대중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리며 2%의 아쉬움을 남겼던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 '밤양갱'이 대중적 인기를 견인하면서 비비는 보다 많은 리스너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음악을 알리게 됐다.

'밤양갱'이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비비는 본지에 "스스로 50년 전 활동하는 가수라고 몰입하며 작업했는데 그 묘한 밸런스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듣다보면 잊고 흘러나오는 추억, 기분 좋은 기억을 즐겨주셔서 뿌듯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밤양갱'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왈츠풍의 멜로디 위에 얹어진 비비의 담백하면서도 우아한 창법에 있다. 비비는 다른 작업물에서 보여줬던 창법과는 달리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히는 경쾌한 목소리로 '밤양갱'이 갖는 특유의 맛을 십분 살렸다.

여기에 협업에 나선 장기하 특유의 리듬감 있는 '말맛'이 강조된 가사 역시 한 몫을 했다.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이야"라는 독특한 리듬감의 가사와 단순한 매력의 경쾌한 왈츠 멜로디가 만나며 묘한 중독성이 완성됐다.

'밤양갱'의 히트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음원 차트 상위권 등극에 그치지 않는다. 데뷔 이후 독보적 음악 스타일과 실력, 스타성을 입증해 왔으나 '대중성 확보'에서 아쉬움을 남겨왔던 비비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그가 지금까지 이어온 음악 행보를 미루어 볼 때, 다음 작업물은 '밤양갱'과는 또 다른 매력을 담아낸 곡이 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가 어떤 음악을 들고 나올 것인가와 무관하게, '밤양갱'을 기점으로 그에게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은 분명하다.

데뷔 이후 그래왔듯 뚝심있는 음악으로 결국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한 비비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비비만의 음악'이 이제 더욱 기대되는 시점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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