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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나이트클럽 경호원 출신 'PGA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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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제이크 냅(오른쪽)이 26일(한국시간) PGA 투어 멕시코 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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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손자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했어요. 저와 할아버지의 오랜 꿈이었던 PGA 투어 정상에 올랐으니 칭찬해주세요."

일주일에 3번씩 8개월간 나이트클럽 경호원을 하며 프로골퍼의 꿈을 키워왔던 제이크 냅(미국)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게 가장 보내고 싶었던 문자였다. 왼쪽 팔뚝에 새긴 할아버지의 이니셜을 보고 힘든 순간을 이겨냈던 그는 마침내 PGA 투어 챔피언에 등극했다.

냅은 26일(한국시간)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 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멕시코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쳤다. 합계 19언더파 265타를 적어낸 그는 단독 2위 사미 발리마키(핀란드)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우승 상금으로 145만8000달러(약 19억4000만원)를 받은 그는 페덱스컵 랭킹도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2016년 프로가 된 냅은 하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PGA 투어 캐나다를 거쳐 올해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첫 우승까지는 5개 대회면 충분했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냅은 6번홀까지 2타를 잃으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냅에게 더 이상의 보기는 없었다.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은 그는 7번홀과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2타 차 단독 선두가 됐다. 마무리는 완벽했다. 그는 나머지 모든 홀에서 파를 잡아냈고 우승을 확정했다.

냅은 "PGA 투어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결실이라 그런지 더 특별하다"며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전화 통화를 했던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지만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할아버지께 우승컵을 바친다"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냅에게 할아버지는 부모만큼 특별한 존재다. 모든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냅은 왼쪽 팔뚝에 할아버지의 이니셜을 문신으로 새길 정도였다. 그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할아버지에게 문자를 자주 보내는데 오늘은 어느 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할아버지가 내가 보낸 우승 문자를 보고 기뻐하실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할아버지와의 PGA 투어 우승 약속을 지킨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우승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2022년 투어 경비를 벌기 위해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하는 등 힘든 시간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당시 콘페리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떨어졌던 그는 8개월간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프로골퍼가 아닌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변신했다.

오전 3시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냅은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다음 날 출근하기 전까지 골프장과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이번 대회 우승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았다. 냅은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골프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프로골퍼와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대나무 이야기도 냅이 PGA 투어 챔피언이 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는데 왜 성적이 좋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던 때 특정 기간에 급격하게 자라는 대나무 이야기를 책으로 접하게 됐다"며 "몇 년간 물을 주며 관리를 해도 1㎝도 안 자라던 대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9m 이상이 된다는 것을 듣고 마음가짐을 바꾸게 됐다. 조급함을 버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더니 우승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핀란드 선수로는 처음 PGA 투어 우승에 도전했던 발리마키는 17언더파 267타를 적어내 단독 2위에 자리했다.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재미동포 김찬은 공동 8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디펜딩 챔피언 토니 피나우(미국)는 11언더파 273타로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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