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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화장실 간 사이에 ‘0’으로 끝난 이닝… 최민준이 꿈꾸는 그 캐릭터, 더 맹렬해진 그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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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이 공수 교대 때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 잠시 일어섰다. 분명 한 투수가 이닝 준비를 위해 연습 투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용무를 마친 뒤 다시 돌아와 보니 아까 그 투수가 아닌, 다른 투수가 던지고 있었다. 그 사이 그 투수가 난타를 당했던 것일까. 아니었다. 이미 그 투수는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지난 18일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SSG의 자체 연습경기 중 최민준(25SSG)의 투구가 그랬다. 최민준은 이날 홍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 동안 12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원시원한 투구 템포에 공격적인 승부로 타자들에게 오히려 인플레이타구를 강요했고, 잘 맞지 않은 타구는 범타로 처리되며 1이닝을 가볍게 끝냈다. 어쩌면, 잠깐 자리를 비운 사람들은 이날 최민준의 투구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숭용 SSG 감독이 최민준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감독은 최민준의 빠른 승부를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꼭 삼진을 잡아야 좋은 투수는 아니다. 때로는 빠르게 승부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투수가 야수들에게는 더 소중한 투수일 수도 있다. 이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투입할 선수로 단연 최민준을 뽑는다. 이 감독은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있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답답하지 않은 투수다. 맞든 아니든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 감독은 “안타 세 개를 연속으로 맞을 일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되겠나. 결코 높지 않다”며 최민준의 투구 스타일을 높게 평가한다. 최민준도 그런 공격적인 성향을 계속 이어 가겠다는 각오다. 스프링캠프부터 투구 밸런스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깨진 밸런스 문제가 있기에 올해는 완벽하게 잡고 시즌에 들어가겠다는 각오다.

사실 지난해 초반은 워낙 좋았다. 시속 140㎞대 초반에 머물던 구속이 140㎞대 중후반까지 올라오며 타자들과 상대가 더 용이해졌다. 4월까지 14경기에 나가 14⅓이닝을 던지며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2.51이었다. 5월은 7경기 9이닝 동안 딱 1실점만을 했다. 최민준의 공격성에 자신감이 붙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에 찾아온 부상이 모든 흐름을 끊었다. 6월 말 우측 내전근 통증으로 꽤 오랜 기간 투구를 멈춰야 했다. 공교롭게도 그 부상 전후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승부가 잘 되지 않았다. 특유의 피칭 맛이 사라졌다.

최민준은 “부상 이후 100% 회복했다고 생각하고 1군에 올라갔는데 아니었다. 하체를 아예 잘 쓰지 못했다. 쓰려고 해도 머릿속에 ‘여기에 부상을 당했다’는 생각이 있으니 쓰려고 해도 안 써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냥 시즌 끝까지 버티면서 달렸다. 꾸역꾸역 간 것 같다”면서 “스스로 그런 점을 느끼다보니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고, 템포도 아무래도 느려지더라. 내가 생각하기에 베스트 구위가 아니니까 여기서 이 공을 던지면 자꾸 맞을 것 같았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자꾸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느려지고 어려워지니 초반보다 훨씬 많이 맞았다”고 떠올리며 반성했다.

그래서 그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투구 밸런스를 되찾기 위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찾아가는 단계다. 배영수 투수 코치는 “최민준이 지금 어린 선수들 중 던지는 기술적인 부분은 가장 좋다”고 단언하면서 “너무 완벽한 것을 추구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최민준의 경우 기술은 거의 완성형 선수이기 때문에 피치 디자인 등 다른 방향에서 실마리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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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은 초반에 좋다 후반기 고꾸라진 지난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다쳤던 부위와 쓰지 못했던 부위를 활성화하는 데 집중하고, 계속 던지면서 느낌을 찾아가는 단계다. 밸런스만 되면 사실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을 것이다”면서 “공에 얼마나 확신을 가지느냐에 따라 템포는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있어야지 빠른 타이밍에 던질 수 있다. 광현 선배님도 항상 말씀하시고, 야수 수비 시간을 줄이는 게 팀으로서는 훨씬 좋기 때문에 더 빠르게 던지려고 하고 있다”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밀고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부상 아쉬움은 이제 잊었다. “한 시즌을 다 잘했다면 얻은 것도 있었겠지만 다치면서 느낀 것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 얻은 것에서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민준은 “항상 잘하려고, 정말 무한적으로 생각을 한다”고 간절하게 말하면서 “타자를 압도하는 것보다는 타이밍을 잘 뺏어서 빠른 카운트에 승부하는 것을 내 장점으로 가져가야 한다. 누가 던졌는지도 모르겠는데 전광판에 ‘0’이 새겨지면 너무 좋을 것이다. 그걸 다 바라지 않을까”고 씩 웃었다. 자신의 캐릭터를 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하는 시즌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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