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도중 경기만 열리는 건 아니다. 한곳에 전 세계 탁구 관계자들이 모이긴 쉽지 않다. 그래서 국제탁구연맹(ITTF)은 매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마다 정기총회도 개최한다. 기간 중에 부서별로 수많은 실무회의도 연다. 출전권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회의 참석차 온 나라들까지 포함하면 이번 대회 참가국은 150개국을 웃돈다.
2024 단체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진행을 맡은 SPP 영어 아나운서. 장우주(왼쪽부터), 박예림, 동수항 아나운서.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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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부산을 찾은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 그 중 SPP(스포츠프레젠테이션) 아나운서들이 ‘선봉’에 선다. SPP는 경기장 내에서 장내방송, 영상, 음악, 조명 등 여러 장치를 활용해 관중에게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전의 흥미를 더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SPP 아나운서들은 매끄럽고 현장감 넘치는 진행으로 박진감을 더한다.
이들은 선수 소개 등 단순 정보를 전달하는 일반적인 장내 아나운서가 아니다. 경기 중 관련 정보를 즉각적으로 전해 경기에 대한 이해와 몰입을 돕고, 분위기가 처질 땐 관중의 흥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담당한다. 현장을 찾은 국내외 관중은 SPP 아나운서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코트에 있는 선수들도 뜻밖의 응원에 없던 힘도 낸다. 국제대회에서 마이크를 잡는 SPP 아나운서들은 한국어와 더불어 국제공용어인 영어도 능숙하게 구사해야 한다.
이번 대회엔 모두 여섯 명의 SPP 아나운서들이 나섰다. 한국어 담당 남자 아나운서가 셋, 영어 멘트를 담당하는 여자 아나운서가 셋이다. 대회가 막바지를 향해가는 시점에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SPP 영어 아나운서들을 소개한다.
장우주 아나운서.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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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주 아나운서
장우주(29) 아나운서는 대한체육회와 각종 산하 연맹 등 스포츠단체들의 행사 진행을 5년 넘게 맡아온 베테랑이다. 축구, 수영, 럭비 등 약 30종목 이상을 담당했다. 하지만 탁구는 이번 대회가 처음이라 새롭다고 한다. 스포츠대회 현장의 활발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선택한 일인데, 종목을 늘려갈 때마다 일종의 ‘도장 깨기’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처음 진행하게 된 탁구 행사가 마침 가장 큰 대회 중 하나인 세계선수권대회여서 “더 좋은 느낌”을 갖게 됐다고 밝힌다. 또 한 번의 ‘도장 깨기’를 넘어 더욱 자주 탁구대회를 접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동수항 아나운서.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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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항 아나운서
동수항(27) 아나운서는 낚시를 좋아하는 ‘강태공’ 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이다. 한국낚시채널(FTV)의 프로그램 ‘피싱마블’을 진행했다. 작년에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를 직접 진행한 경력도 있다. 레저스포츠에서 e스포츠, 그리고 다시 정통 스포츠까지 활동범위에 제한이 없는 ‘전천후’ 아나운서다. 약 10년간 유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만큼이나 유창한 영어 구사능력이 강점이다.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현장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예림 아나운서.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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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아나운서
박예림(26) 아나운서는 원래 경제방송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SPP 분야로 활동범위를 넓힌 독특한 경우다. 작년까지 프로축구 K리그 강원FC 중계 캐스터를 맡기도 했다. 활발한 성격과 높은 텐션은 스포츠와 찰떡궁합이다. 그래서 아직 지치거나 힘들지도 않다. 박 아나운서는 공과 관련된 모든 종목은 매력과 흥미가 넘친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실감하고 있다.
사실 세 사람은 SPP 아나운서로는 이번 대회가 ‘데뷔전’이다. 지난 1월 초에 조직위원회와 첫 만남을 가졌고, 준비기간을 거쳐 이번 대회 현장에 투입됐다. 새로운 현장을 경험하면서 매일매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탁구’의 매력에도 듬뿍 빠졌다. 이전까지 탁구에 대한 이미지는 ‘옛날 스포츠’ 정도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대회를 진행하면서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인 마롱(중국)을 보면서 새삼 중국의 탁구 인기를 체감했고, 한국계 뉴질랜드 대표 티모시 초이(최준혁)에게 응원 멘트를 전하면서 절로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화려한 시설과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는 이들의 고정 관념을 깼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남자 단체전 한국-덴마크 8강 경기 모습.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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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겐 부담감도 없진 않다. 그래도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매일 마이크를 잡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이들의 책무라고 믿는다. 2024 단체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이제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남녀 8강전이 진행되고 있고, 곧 우승 트로피와 메달의 주인공들도 가려진다.
물론 이들은 한국의 선전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탁구가 인기가 없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파리 올림픽 출전권도 따냈잖아요? 저희도 뜨겁게 응원하겠습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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