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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화제 전환은 신속 대응, 진실 공방은 침묵. 설마 이러진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클린스만 감독을 공식 경질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지휘봉을 잡았지만, 부임 직후 5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며 부진을 거듭했다. 게다가 언제나 본 무대로 강조했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졸전 끝에 4강 탈락했다.
여기에 선수단 내 불화까지 터지면서 여론의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KFA도 칼을 빼 들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컵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몽규 회장이 임원회의를 진행한 뒤 직접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마이크를 잡은 정몽규 회장은 "종합적인 책임은 축구협회,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더 자세히 해 대책을 세우겠다"라며 "차기 대표팀 감독에 관해서는 국적 등 상의된 바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린 뒤 조속히 알아보겠다"라고 밝혔다.
본인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깊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내놨다. 정몽규 회장은 사퇴 의사를 묻자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여러 오해가 있다.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마찬가지로 프로세스를 진행했다"라고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여론의 비판을 크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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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몽규 회장은 "벤투 감독 역시 1순위,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뤄 다음 순위 감독으로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에도 61명에서 23명으로 좁힌 뒤 뮐러 위원장이 5명으로 우선 순위를 정했다. 5명의 후보를 인터뷰했고 우선 순위 1~2번을 2차 면접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으로 결정됐다"라고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말은 달랐다. 독일 '슈피겔'은 아시안컵 조별리그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1일 클린스만 감독의 심층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한국 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된 배경, 정몽규 회장과 친밀했던 관계 등을 공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나서면서 정몽규 회장과 인연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둘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경기장 VIP 구역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한국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하면서 감독직이 공석인 상황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을 향해 "감독을 찾고 있나?"라고 물었고, 이게 계기가 됐다. 그는 자신은 '농담조'로 한 말이었으나 정몽규 회장이 당황하면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둘은 다음날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셨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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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에게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고 말했고, 정몽규 회장이 몇 주 후 실제로 그에게 연락을 보내면서 선임 작업이 시작됐다. 그렇게 한국 축구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게 됐다. 사실상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는 사실상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컸다는 이야기다.
모든 게 정몽규 회장이 혼자서 그를 후보를 올리면서 시작된 것.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회장이 그를 선택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이유도,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선임이 강행된 이유도 설명이 된다. 누구 말이 맞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회장의 이야기가 다른 상황. 둘 중 한 명은 거짓을 말했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냉정히 생각했을 때는 클린스만 감독의 말이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굳이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거기다 감독 선임 당시 한국 감독으로 거론된 인물들과 클린스만 감독은 완전히 대조된다. 다른 후보군은 나이는 젊거나 유명하진 않지만 전술적으로 증명된 감독들이 많았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시절 명성은 대단하나 지도자로서는 낙제점을 이미 받은 인물이었다.
한 OSEN 기자가 사실 확인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사도했지만 KFA 관계자와 연락이 닿지 못했다. 크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런 KFA의 태도는 앞서 영국 '더 선'이 터트린 한국 대표팀의 손흥민과 이강인 불화설을 빠르게 인정한 것에 완전히 대조된다.
한국을 뒤흔든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설이 보도되자 당시 KFA는 빠르게 해당 논란을 인정했다. 너무 빠르게 루머를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너무 명확한 사실이고 보는 눈이 많았다'라면서 루머를 인정했지만 사실상 선수 보호나 대표팀 사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KFA가 선수단 이슈에 대한 외신 보도에 빠르게 대처한 이유가 정말 맞다면 클린스만과 정몽규 회장의 진실 공방 이슈에 대해서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당 이슈에 대해 언급해야할 것이다. 만약 정몽규 회장의 말대로 '프로세스'를 따라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것이 맞다면 그렇다고 말하고 클린스만 감독을 비판하면 그만이다.
만약 클린스만 감독의 말이 맞다면 다시 한 번 정몽규 회장의 신뢰성이 바닥을 향하게 된다. 일부 주장과 달리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은 단순히 친분 있는 개인간의 대화가 아닌 KFA의 장과 한국 대표팀 사령탑의 대화 과정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잠적하던 정몽규 회장이 공식 석상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말한 내용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직전 전력강화위원회에 참가하면서 "이런 모임이 있었냐. 반갑다. 잘 해보자"라고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시당초 진짜 정 회장 말대로 벤투 감독처럼 절차를 걸쳐 제대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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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의 아시안컵 이후 행보는 선수탓, 감독찻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수 관리와 감독 선임 모두 KFA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문제투성이 KFA는 어디까지나 '수장' 정몽규 회장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앞서 선수단 불화때와 마찬가지로 KFA가 이번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빠르고 정확한 대처를 보여주길 기원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누가 봐도 선수단 불화설을 정몽규 회장과 KFA를 향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전환용으로 활용했다는 세간의 의심만 키울 뿐이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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