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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공은 다시 이강인에게로 왔다 [김창금의 무회전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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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강인.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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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천재’와 ‘독불장군’ 양면의 이강인(22)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2023 카타르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 전날(6일) 주장 손흥민과의 언쟁과 몸싸움을 벌였다는 얘기는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요르단전과의 졸전 패배(0-2)로 큰 실망을 느낀 팬들은 손흥민에게 주먹까지 휘두른 이강인의 인성과 자질을 의심하고 있다. 과거 대표팀 선배들에게 했던 언행까지 소환되고 있다. 성인이라고 하지만, 아직 22살인 그의 최대 시련으로 보인다. 만약 그가 이 상황을 극복하고 한 차원 성장한다면 대선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너진다면 천재로 불렸던 많은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소리 없이 사라질 수 있다.







파리에서 토트넘으로 10번이라도 가라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은 백번이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손흥민은 팀의 주장으로 이강인의 돌출행위에 대해서 여러 번 기자들 앞에서 옹호해주었다. 마찬가지로 주장으로서 아시안컵 4강전 요르단과의 경기에 앞서 ‘원팀’의 분위기를 위한 그의 협조를 구했다. 이강인은 언쟁으로 대응했고 결국 이 사실이 공개되면서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강인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정작 손흥민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지 않다.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의 근거지인 파리에서 토트넘이 있는 런던까지는 멀지 않다. 지금이라도 손흥민을 찾아가 석고대죄해야 한다. 손흥민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의 사과는 의미가 없다. 한번 가지고 안 된다면 10번이라도 가서 대화하며 서로 풀어야 한다.



한겨레

손흥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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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과 규율은 상충하지 않는다





이강인의 번뜩이는 플레이는 팬들을 설레게 한다. 그가 공을 잡으면 어떤 움직임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근력도 커졌고, 수비 가담력도 좋아졌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대회 베스트 11에 뽑힐 정도로 자신감과 진취성 넘치는 활약을 펼쳤다.



천재를 팀 규율의 일반적 틀에 맞추려고 한다면 창의성의 날개가 꺾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밥도 똑같은 시간에 먹고, 잠도 똑같은 시간에 잔다면 로봇과 다르지 않은 생활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선수 개인 능력인 창의성과 팀 정신인 규율은 상충하지 않는다. 단체 종목인 축구에서 창조적 플레이가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동료의 도움이 절실하고, 경기장 밖에서 형성된 인간관계가 협력 작업을 이루는 힘이 된다. 더욱이 이강인은 아직 (리오넬) 메시가 아니다. 동료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창의성은 설 자리가 없다.







국가대표 정체성이 바뀐 새로운 시대





과거 대표팀에서는 태극마크 자체가 영광이고 동기부여가 됐다. 지금은 달라졌다. 유럽의 빅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대표팀의 위상이 소속 클럽보다 반드시 앞선다고 볼 수 없다. 대표팀에서의 활동은 자신의 가치, 더 큰 수입을 위한 플랫폼으로 여겨질 수 있다. 시스템의 지원도 없이 선수의 애국심이나 공인의 자세, 희생만을 요구할 수 없는 시대다. 이강인 사태는 한 선수의 일탈이 아니라 앞으로 대표팀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선수 개인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고, 사령탑의 선수 관리는 더 정교해져야 한다.







축구팬들의 마음 돌릴 수 있을까





축구팬들은 대표팀의 멋진 경기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엮어내는 환상적인 장면은 체증을 뚫어낸다. 축구의 힘이다. 하지만 애정은 분노로 바뀌었고, 공은 이강인에게 넘어갔다. 성원이 원망으로 변한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때까지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형들을 도와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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