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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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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개막전 1번 타자 확정… SF는 무조건 믿는다, 韓 첫 MLB 신인상 판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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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2024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의 최대 기대주였던 샌프란시스코는 시장이 열리자마자 한 선수를 무조건 잡겠다는 계획 속에 오프시즌 구상을 풀어나갔다. KBO리그 최고 타자이자, 2023년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26)가 그 주인공이었다. 팀 사정, 선수의 기량을 고려했을 때 놓칠 수 없는 선수였다.

샌프린시스코만 이정후에 관심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뉴욕 양키스, 샌디에이고와 같은 팀들도 이정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금액이 점점 올라갔고, 결국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받고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포스팅 금액까지 포함하면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영입하기 위해 총 1억3000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투자했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의 야수 최고액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 영입에 사활을 걸었던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팀 공격력이 내셔널리그 최하위권으로 처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팀 타율과 팀 OPS(출루율+장타율)에서 죄다 최하위권이었다.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격 성적이 너무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5할 승률 이하로 처지며 게이브 캐플러 감독이 경질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정후는 그런 샌프란시스코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였다. 이정후가 파워히터는 아니지만 정교한 타격을 무기로 한다. 삼진이 적고, 볼넷을 많이 골라내는 특징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좌타자와 중견수 포지션에서의 공격력이 특히 문제였고, 이정후가 가져다 줄 효과에 주목했다. 지난해 성적이 워낙 바닥이었기에 이정후 가세의 효과는 더 선명해질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게다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이정후를 평균 이상의 수비수로 보고 있다. 공수 모두에서 커다란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무엇보다 올해 26세로 현역의 전성기를 모두 뽑아 쓸 수 있다는 강점도 가졌다.

1억13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한 이정후는 출전 시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투자한 만큼 이정후를 활용해야 한다. 설사 메이저리그 적응기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6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적응시키는 게 남는 장사다. 이정후의 자리를 뺏을 선수도 마땅치 않다. 확고부동한 주전이다. 최근 영입된 장타자 스타일의 호르헤 솔레어와 자리도 겹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감독 중 하나이자 명장으로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감독에 부임한 밥 멜빈 감독 또한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아예 리드오프 중견수로 고정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멜빈 감독은 15일(한국시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개막전에 이정후가 출전하지 않는 것이 더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라면서 이정후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리드오프를 맡기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멜빈 감독은 “약간의 적응 기간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정후는 엄청난 타격 기술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훌륭한 타자임이 분명하다”면서 믿음을 드러냈다. 이정후를 붙박이 리드오프로 기용하면서 그가 가진 정교한 콘택트와 출루 능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게 멜빈 감독의 구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샌프란시스코의 기대감과 믿음을 실감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야수 공식 소집일은 20일이지만, 이정후는 이미 합류해 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들과 친분을 쌓을 시간도 필요하고,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앞두고 조금 더 일찍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성품과 적응 태도에 대해서도 호평 일색이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이미 다른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보통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정후는 쉽게 말을 트는 성격을 가졌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훌륭하다”면서 흐뭇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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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로와 함께 했던 멜빈, 이정후도 ‘제2의 이치로’로 기대한다

멜빈 감독은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을 시작으로 여러 팀을 거치며 20년 넘는 메이저리그 감독 경력을 가지고 있다. 1000승 이상을 기록한 명장이기도 하다. 그런 멜빈 감독은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시애틀에는 스즈키 이치로가 있었다.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치로는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안타 생산 능력을 보여주며 그해 신인상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상을 싹쓸이하는 대업을 남겼다.

멜빈 감독은 이치로의 능력을 잘 활용했고, 이치로도 멜빈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며 윈윈이 만들어졌다. 이치로가 볼넷을 많이 고르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3할5푼대에 이르는 고타율과 뛰어난 도루 능력을 갖추고 있어 리드오프로는 적격이었다. 여기에 수비는 당대 최고수 중 하나였다. 물론 클래스 차이가 있겠지만 이치로와 이정후는 그런 측면에서 상당 부분 오버랩되는 경향이 있다. 이정후도 장타를 앞세운 선수는 아니지만 타율 측면에서 좋은 성적이 예상되고 있다.

멜빈 감독은 근래에도 아시아 선수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이를 밀어준 경험이 있다. 바로 샌디에이고의 한국인 선수 김하성(29)이다. 멜빈 감독은 부임 이후인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팀의 주전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부상 및 약물 복용 징계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김하성에 주목했다. 김하성을 주전 유격수로 쓰며 화끈하게 밀어줬고, 2021년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김하성은 안정된 출전 시간과 함께 자신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멜빈 감독은 지난해에도 김하성을 리드오프로 기용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김하성은 주로 하위 타순에 배치되는 선수였으나 시즌 중반 타율과 출루율 모두가 좋은 페이스를 보이자 과감하게 리드오프로 기용해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뒀다. 샌디에이고에는 특급 야수들이 즐비했지만 그중에서도 김하성을 돌격 대장으로 삼은 것이다.

이정후의 리드오프 기용도 아시아 선수와 인연을 계속 잇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전망이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에 여러 중심 타선에서 활용된 바 있고, 1번이 주 포지션은 아니었지만 낯설지는 않은 경향이 있다. 특히 1번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다. 타석에 많이 들어서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경기력이 안정화될 것이라 기대를 모은다. 이정후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시행착오의 기간도 줄일 수 있다.

멜빈 감독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출국 전 인터뷰 당시 멜빈 감독과 화상 통화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하면서 감독의 배려에 고마워했다. 이정후는 “일주일 전에 화상 인터뷰를 했다. 멜빈 감독과 타격 코치와 미팅을 했는데, 내가 적응하는 데 모든 걸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편하게 하라고 했다”면서 “한국에서 보여줬던 성적을 메이저리그에서도 보여줄 거라 믿는다고 했다. 필요한 게 있거나, 구단에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모두 요청하라고 했다. 항상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고 든든한 신임에 부응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이정후를 직접 지켜본 지도자도 있다. 바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KIA 감독직을 역임한 맷 윌리엄스 감독이다. 현재는 멜빈 감독을 따라 샌프란시스코의 주루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정후의 타격 능력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KBO리그에서의 모습을 메이저리그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적에서 같은 편이 된 이정후의 능력을 든든해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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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8일(한국시간)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KBO) 리그에 단 10개 팀이 있기 때문에 (키움과) 경기를 많이 할 기회가 있었다. 이정후는 정말, 정말 잘한다. ‘와, 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선수 중 하나”라면서 “그는 좋은 수비수이고, 리그 최고의 타자다. 또한 무형의 것들도 있다. 좋은 주자다. 경기를 이해하는 선수다. 내가 상대 더그아웃을 볼 때 그는 좋은 팀 동료이자 모든 사람을 돕고 기꺼이 응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경기장 안팎에서의 활약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윌리엄스 감독은 “그를 바라보는 몇 가지가 있다. 그가 손에 배트를 들고 있지 않을 때 무엇을 하는가? 그가 경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타석 안에서 칠 수도 있고 그것도 훌륭하지만 출루했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그것은 아마도 그의 가장 좋은 특성 중 하나일 것이다. 그는 경기를 이해하고 경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나는 그곳(한국)으로부터 한국 문화에 대해 경험한 것을 정말로 즐겼다. 경기를 존중하고, 선생님과 코치들을 존중하며, 열심히 뛰고, 또 매우 재미있게 한다. 이정후는 그 모든 것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의 개막전 상대는 샌디에이고다. 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의 일환으로 다른 팀보다 시즌 일정을 더 빨리 시작한다. 서울에서 LA 다저스와 두 경기를 치른 뒤 다시 미국으로 가 3월 29일 샌프란시스코와 홈 개막전을 치른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신임 감독은 아직 김하성의 타순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 막판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 간다면 이정후와 김하성이라는 두 한국인 선수가 리드오프로 맞대결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역사상 리드오프로 가장 성공한 선수는 추신수(42SSG)였는데 후배들이 그 역사를 이어 갈 수 있을지도 흥미로워졌다.

그렇다면 이치로처럼 신인상 도전도 가능할까. 판은 깔렸고 이제 이정후에게 달렸다. 물론 이정후가 엄연한 의미에서의 신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 자격을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신인상 투표 인단 또한 같은 값이면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진짜 신인들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한국이나 일본에서 성공한 ‘신인’ 선수들에게 표를 주는 게 박한 것도 아니다. 실제 이치로를 비롯해 몇몇 일본인 선수들은 신인상을 따낸 경력이 있고, 한국인 선수들도 ‘TOP 5’ 내에 들어간 사례가 있다.

실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15일(이하 한국시간) 2024년 올-루키팀(All-Rookie Team)을 포지션별로 예상했는데 외야수 중에는 이정후의 이름이 당당하게 포함됐다. ‘MLB.com’은 이정후에 대해 “엄청난 선구안과 볼을 맞추는 기술을 갖춘 타자”라고 정의하면서 “이정후는 KBO 리그에서 통산 3947타석에 나와 타율 0.340을 기록했는데 삼진은 304개에 불과했다”고 호평했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통계 프로젝션인 '스티머'는 일찌감치 이정후의 올해 삼진률을 9.1%로 예상했다. 대단히 낮은 수치다. 실제 이는 지난 해 내셔널리그 타격왕을 차지했던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7%)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이어 MLB.com은 “또한 '스티머'가 예상한 이정후의 시즌 타율 0.291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에 이은 내셔널리그 4위”라면서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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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치지 않은 'MLB.com'은 “한국에서 치른 7시즌 중 5시즌 동안 한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많은 장타를 칠지는 의문이다”고 장타에 대해서는 발전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의 순수 타격 능력과 수비 능력 만으로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외야수 15위 안에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대로 내셔널리그 타율 부문에서 ‘TOP 5', 그리고 WAR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신인상 투표에서도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출전 시간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정후이기에 더 그렇다. 이제 메이저리그에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하고, 최대한 빨리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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