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1달 뒤에 다시 만날 손흥민과 이강인, 전 세계적으로 망신시킨 대한축구협회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사실이라고 했어도 감춰야하는 진실 중 하나였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4일(한국시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전 전날 손흥민은 동료들과 말다툼 끝에 손가락이 탈구됐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식사를 하던 도중에 손흥민과 동료들 사이에서 말다툼이 있었다. 한국은 이후 요르단전에서 0-2로 패배했다. 젊은 선수들이 탁구를 치기 위해서 식사를 빨리 마쳤다. 손흥민은 일찍 식사를 마친 것에 대해서 짜증을 냈으며 PSG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도 있었다. 말다툼으로 인해서 토트넘 에이스인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보도했을 때 모두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복귀해 경기를 치른 후 손가락 부상에 대해서 아시안컵 경기 도중에 부상을 당했다는 뉘앙스로 인터뷰를 한 상황이었기에 '데일리 메일'의 보도는 거짓이라고 믿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한축구협회에서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친히' 어떤 내용이 사실이며, 어떤 내용이 거짓인지까지 설명해주셨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는 사실이다. 요르단전 준결승 전날 손흥민이 탁구를 치러 가는 선수들을 보며 '경기 전날인데 자중하자'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언쟁, 마찰이 벌어졌고 이야기가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젊은 선수들과 마찰이었다"고 언급했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지만 혈기왕성한 20명이 넘는 집단에서 어떠한 의견 충돌도 없는 게 이상하다. 불화가 벌어진다고 해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게 팀이다. 성인 축구선수들이라고 해도 말다툼이 생길 수도 있고, 주먹질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팀 안에서 벌어진 일은 팀 안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이러한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다는 건 최악의 상황이다.

협회는 선수단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선수들끼리의 충돌이 사실이라고 해도, 사실을 인정하지 말았어야 했고, 진실을 감췄어야 했다. 선수들의 문제는 선수들이 해결하는 게 맡기 때문이다. 이강인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과 손흥민 중심의 베테랑 선수들이 다시 잘 이야기해서 풀 수 있는 문제였다면 협회가 나서서 사태만 커지게 만든 꼴이 됐다.

협회가 나서서 이례적으로 선수들의 불화를 인정하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여론의 분노를 돌리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냐는 의혹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이강인은 개인 SNS를 통해서 "아시안컵 4강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 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축구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며 직접 사과했다.

이강인이 사과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 속에 두 선수의 불화는 전 세계적으로 보도가 되고 있는 중이다. 영국 '디 애슬래틱'을 비롯해 '스포츠 바이블' 등 수많은 매체가 손흥민과 이강인이 요르단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다퉜다는 게 사실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대회 도중에 불화로 얼룩진 팀이자 팀의 주장인 손흥민과 에이스인 이강인을 중심으로 관계가 틀어진 팀이라고 낙인이 찍힌 것이다.

은퇴를 고민해보겠다는 발언을 암시한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 정말로 은퇴하지 않는 이상, 이강인과 손흥민은 당장 3월 중순에 다시 국가대표팀에서 만날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든, 클린스만 감독이 아니든 이강인과 손흥민은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없어서는 안될 선수들이다.

앞으로도 몇 년 동안 함께할 두 선수의 사이를 지켜주지 못한 건 협회였다. 과연 누구를 위한 행동이었을까.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