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투어스(위부터)·라이즈·뉴진스 팝업스토어의 모습. 〈사진=플레디스·어도어·현대백화점 제공〉 |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을 뜻한다. 일정 기간만 운영하기 때문에, 특정 장소를 임대해 임시 매장을 운영하는 형태다. 한시적이라는 이점을 살려 팝업스토어가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떠올랐다.
이 강점은 아이돌 업계도 이어졌다. 이제 아이돌 세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이 된 팝업스토어의 A to Z를 알아봤다.
◇ 왜 인기일까.
팬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신선함과 반가움의 공간이고,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마케팅과 수익성까치 창출하며 두마리 토끼를 잡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대상도 다양하다. 존재감을 알려야 하는 신입부터 이미 밀리언셀러 글로벌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 등 남녀노소 불문 새로운 문화가 됐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팬덤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 역시 강점이다. 주로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대여하다보니 일반 대중에게도 자연스레 홍보가 된다.
체험형 공간이라는 점도 좋다. 이는 하이브가 적극적으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뉴진스와 르세라핌의 팝업스토어는 2주간 1만 5000여명 이상이 다녀가는 효과를 봤다. 컴백을 앞둔 르세라핌은 이번 앨범 역시 팝업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미디어아트를 접목하는가하면, 멤버들이 입었던 의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더욱 즐길거리를 늘렸다. 최근 데뷔한 '세븐틴 동생그룹' 투어스는 공식 데뷔 2주 전부터 더현대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투어스에 대한 배지·키링·그립톡·티셔츠 등 다양한 형태의 굿즈를 판매했다. 때문에 팬이 아니어도 구매욕을 자구하는 귀여운 아이템과 더불어, 천계영 작가와 협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함께 제공했다.
아이템·국가 등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형태도 다양하다. 'LOVE 119'로 사랑 받고 있는 라이즈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열며 영역을 확장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라이즈 데뷔 후 첫 행사로 한국과 일본에서 온라인 사전예약 오픈 후 10분 만에 전회차가 매진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아이브는 자체 캐릭터인 '미니브'를 앞세운 팝업스토어를 진행, '초통령'답게 아이브의 굿즈를 구매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오픈런이 이어졌고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음날 재방문하는 등 진행기간 내내 문전성시였다. 아이돌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송가인 역시 19일부터 25일까지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최한다.
◇ 외국 관광객 유치의 장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인사동에 매장을 운영하는 케이타운포유와 같이 아이돌 굿즈 등을 전문적으로 접할 수 있는 플랫폼도 이미 자리잡은 지 오래다.
한국팬 뿐 아니라 해외팬들이 한국을 찾으면 거치는 성지가 됐고 관광상품으로 발전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마저 이겨냈다. 케이타운포유는 2023년 한해 동안 블랙핑크 지수·르세라핌·(여자)아이들·더 보이즈 등 K팝 아티스트 관련해 150여회의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단순히 구매 공간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팝업 스토어는 아티스트의 음반 등 관련 IP를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IP를 기반으로 한 기획 전시회의 개념이다. 이 공간을 팬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가 직접 찾아오면서 팬덤 그리고 아티스트 간 상호 소통의 장소로도 쓰인다.
케이타운포유 박근용 코엑스 사업실장은 "팬들이 직접 아티스트의 IP를 체험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반응이 뜨겁다"며 "아티스트 기획사 또한 요청이 높아지면서, 반년 전부터 팝업 관련 협의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높은 관심만큼 수익으로도 직결된다. 그 규모도 '억'소리가 난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유스팀 팝업스토어 매출 집계에 따르면 2주간 진행된 제로베이스원의 팝업스토어가 매출 1위를 기록했고, 무려 13억 5000만원에 이른다.
다른 인기 아이돌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시적 공간이라고 해도 도심에 있다보니 대관료 역시 만만치 않지만 이를 훨씬 뛰어 넘는 매출이 나와 운영에 무리가 없다. 그렇다보니 국가 차원에서도 팝업스토어를 눈여겨 보고 있다. 실제로 제로베이스원의 팝업스토어는 한국관광공사와 손을 잡고 협업한 결과물이다.
팝업스토어에 간다고 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못지 않은 영향력이다. 팬들을 중심으로 오프라인에서 형성되는 '한정성'과 '공감대'이다. 그저 같은 공통분모를 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취향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팬들의 구미를 당긴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는 것도, 그 곳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건 더욱 하늘의 별 따기다. '아이돌 팝업스토어'만 검색해봐도 팬들의 밤샘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팝업스토어가 자주 열리는 더현대서울은 주기적으로 팬들이 일정 공간에 모여 대기표를 받기 위해 모여있는 모습도 쉽게 목격된다.
그룹 제로베이스원(위부터)·르세라핌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케이타운포유 제공〉 |
◇ 단순 돈벌이 도구 전락 대비
분명한 강점이 있지만, 못지 않게 과제도 남아있다. 자신을 한 그룹의 팬이라고 밝힌 독자는 "새 굿즈를 사는 게 좋고 구경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온라인에서는 주지 않는 특전들도 주고 그런 의미도 있다"면서도 "굿즈를 되팔이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구하기도 힘들고 너무 과열된 감이 있다. 새벽부터 줄서기·사재기 이런 게 심하다. 팬들을 위해서 즐기는 문화가 되어야 하는데 제3자들이 개입했을 때는 문화가 퇴색되는 감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의 영향력이 엄청나다. 홍보효과도 수익면에서도 체감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장단점도 명확하다. K-팝 산업은 충성도 높은 팬들에게 소구되는 경향이 큰 산업으로, 대중에게까지 와닿기가 쉽지 않다"며 "팝업스토어의 경우,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넓은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특히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그 모습 자체가 큰 마케팅·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돌의 지나친 상품화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지만, 특정 공간에서 진행되는 팝업스토어는 서울 외 지역의 팬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더 큰 확장성을 위해선 다양한 장소를 물색할 필요가 있지만, 사업성을 고려한다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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