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손흥민·이강인도 없다…조별리그 베스트11에 한국은 제로, 중동 9명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베스트11에 한국 선수는 없었다.

AFC(아시아축구연맹)는 23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 베스트11을 발표했다.

지난 1차전 베스트11에는 이강인, 황인범이 포함됐다. 하지만 2차전 베스트11에 한국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베스트11엔 요르단의 알나이마트, 이라크의 아이만 후세인, 카타르의 아크람 아피프가 공격수에 이름을 올렸다. 중원은 우즈베키스탄의 아보스베크 파이줄라예프,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칸노, 바레인의 알리마단으로 구성됐다. 포백 수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압둘하미드, 오만의 아흐메드 알카미시, 인도네시아의 저스틴 휘브너, 이란의 밀라드 모함마디가 뽑혔다. 골키퍼는 아랍에미리트의 칼리드 에이사였다.

한국은 에이스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 황인범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조별리그 2차전이었던 요르단과 경기에서 2-2 무승부에 그친 게 크다.

지난 20일 한국은 요르단과 붙었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 요르단은 87위다. 선수 면면을 봐도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이재성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다수인 한국이 요르단을 압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아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용은 그러지 못했다. 준비성에서 요르단의 치밀함이 엿보일 정도로 한국은 허술했다.

시작은 좋았다. 전반 8분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주심은 비디오판독시스템(VAR) 체크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를 속이는 파넨카 킥으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이후 손흥민은 기쁨 대신 김승규의 유니폼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선제골 이후 요르단의 공세가 계속됐다. 요르단은 한국의 공격 전개를 철저히 막아내며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한국은 마치 지난 15일에 있었던 바레인전의 전반전같은 모습을 보였다. 당시에도 공격 전개에 애를 먹었던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요르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볼을 잡을 때마다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한국은 요르단의 공세에 당황했고, 결국 전반 37분 동점 골을 내줬다. 요르단의 코너킥 상황에서 골문 앞에 있던 박용우가 통한의 자책골을 기록했다. 요르단은 내친 김에 역전까지 만들었다. 전반 추가시간 알 나이마트가 예상치 못한 중거리 슈팅으로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결국 한국은 1-2로 끌려간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후반전과 동시에 이기제와 박용우 대신 홍현석과 김태환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하지만 동점 골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계속해서 다급한 모습을 보이며 세밀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결국 시간은 추가시간까지 흘렀다. 그러던 도중, 하늘이 한국을 도왔다. 후반 추가시간 박스 왼쪽 부근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이 달려들어오던 황인범에게 패스했다. 황인범은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고, 이 슈팅은 골문 앞에 있던 알아랍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더 이상의 골은 나오지 않았고, 한국은 요르단과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한국은 이날 결과로 조 2위(1승 1무 승점 4점, 골득실 +2)에 머물렀다. 요르단이 한국에 골득실에 앞서면서 조 1위(1승 1무 승점 4점, 골득실+4)를 지켰다. 한국은 계획이 꼬였다. 요르단까지 잡고 2연승을 확보해 말레이시아전에 로테이션 멤버들을 가동해 주전들의 체력을 아낄 생각이었다. 요르단전에 일찍이 리드를 잡았다면 경고를 털어낼 구상안까지 있었을 수 있는데 예기치 않은 접전으로 실패했다.

지난 1차전 바레인전에서 한국은 박용우, 김민재, 이기제, 조규성, 손흥민이 옐로카드 경고를 받았다. 요르단전에선 황인범과 오현규가 옐로 카드를 안았다. 무려 7명의 선수가 옐로카드를 받은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중 한 명이라도 경고를 받는다면 16강전에서 뛸 수 없다. 손흥민, 김민재 등 핵심 선수가 덫에 걸리면 타격이 상당하다.

옐로우 트러블에 걸린 선수들이 말레이시아전을 피해도 살얼음판이다. 아시안컵에선 4강 이후부터 경고들이 사라진다. 64년 만에 우승 레이스에 카드 관리가 중요한 데 조별리그 2차전부터 너무 많은 경고를 쌓았다.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들 실수로 실점한 상황이 많았다. 개선이 돼야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라며 "후반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공간도 많이 벌어지고 기회도 많이 나올 거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동점골을 기록해 다행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요르단전 무승부로 16강 상황이 복잡해졌다. 한국과 요르단은 나란히 승점 4점씩을 챙겼다. 하지만 현재 조 1위는 요르단이다. 아시안컵은 두 팀의 승점이 같을 시 승자승 원칙에 따라 순위를 결정한다. 하지만 한국과 요르단이 무승부를 거두며 득실차를 따지게 됐다.

결국 한국은 조 1위를 위해 오는 25일에 있을 말레이시아전에서 다득점 승리를 거둬야 한다. 같은 시각에 펼쳐지는 요르단과 바레인의 경기는 요르단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조 1위를 위해서라면 많은 골을 넣고 말레이시아를 제압해야 한다.

하지만 조 1위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 조 1위로 16강에 가면 일본과 붙을 확률이 높다. 16강전부터 사실상의 아시안컵 결승 매치업이 완성되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D조 2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만약 한국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면, D조 2위팀과 16강에서 맞붙는다. 일본은 지난 19일 일본이 이라크에 1-2로 패하며 D조 2위가 유력해졌다.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면 결승에 가서야 만날 수 있었다.

이미 이라크가 D조 1위를 확정했다. 일본은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만난다. 인도네시아는 전력상 일본에 비해 몇 수 아래에 있는 팀이다. 이 경기에서 일본이 승리한다면 D조 2위가 된다. 한국 입장에서 일본은 분명 까다로운 상대다. 최선을 다해 조 1위를 확정한다면 16강에서 숙명의 한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우승을 목표로 하는 한국 입장에선 순서만 다를 뿐 어느 팀과 만나도 모두 이겨야 하는 건 똑같다.

한편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라크에 1-2로 패한 일본도 베스트11에 1명도 포함시키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중동 강세가 돋보였다. 조별리그 2차전 베스트11중 무려 9명이 중동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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