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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철의 스포츠시선] 아시안컵 ‘심판 논란’과 한·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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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지난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대표팀 박용우가 바레인 알리 마단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중국 출신 마닝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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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또 중국이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 대잔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나온 심판 판정 논란 때문이다. 사실 논란이랄 것도 없지만, 불편한 한·중 관계의 역학을 스포츠, 축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심판 논란은 한국 경기에 배정된 중국 심판과 중국 경기에 배정된 한국 심판의 판정 때문에 나왔다. 먼저, 지난 15일 한국과 바레인의 조별리그 E조 1차전부터 봐야 한다.

한국은 이강인의 멀티골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이강인의 멀티골에 힘입어 첫 승을 거둔 한국.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선수 5명이 경고(옐로카드)를 받았다. 경고를 받은 이들은 주장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박용우(알아인), 이기제(수원)로 공수의 핵심 선수들이다. 시원한 승리를 거두고도 찜찜할 수밖에 없다. 자칫 다시 경고를 받게 되면, 중요한 토너먼트에 뛸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선수들의 옐로카드는 8강까지 유지된다.

이 경기 주심은 중국인 마닝이었고, 부심 저우페이와 장청까지 중국인 세 명이 경기를 맡았다. 한국 선수 5명에게 경고를 남발한 것 자체로도 논란이 될만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형평성이었다.

상대적으로 파울 강도가 약했지만 한국이 범하면 경고가 나왔고, 바레인은 거친 태클이나 공과 관계없는 지역에서 파울해도 카드가 나오지 않았다. 공격의 핵인 손흥민과 이강인은 바레인 선수의 강한 몸싸움에 그라운드에 넘어졌지만, 심판은 그냥 넘어갔다. 느린 그림상으로는 분명 고의성이 짙은 몸동작이 많았다.

하지만 잣대는 달랐다. 바레인이 받은 경고는 2장이었다. 이러니 종료 직전 손흥민이 넘어지는 장면을 시뮬레이션으로 판단해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관중들의 야유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중국 경기였다. 중국은 17일 레바논과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렀고, 0-0으로 비겼다. 이 경기는 한국인 고형진 심판이 주심을, 박상준 심판과 김경민 심판이 부심을, 김종혁 심판과 김희곤 심판이 VAR을 맡았다. 이미 경기 전부터 중국에서는 보복 판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이었다. 중국-레바논전에서 논란이라고 할 정도의 심판 판정은 없었다.

한국 심판진의 판정은 깔끔했다. 고형진 심판이 꺼낸 옐로 카드는 단 1장이었다. 하지만, 중국 쪽에서 논란을 만드는 모양새이다. 전반 14분 중국 다이와이쭌이 레바논 카릴 카미스의 축구화 스터드에 얼굴을 가격당했는데, 파울 및 카드 없이 넘어갔다. VAR을 통해서도 판정이 바뀌지 않았다.

이에 중국 매체에서는 편파적이었다고 고형진 심판을 공격하고 있지만, 중국 축구 레전드인 순지하이까지 “발을 멈춘 상태에서 관성 때문에 얼굴을 가격했다. 가격한 것이 아니라 발을 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카드를 줄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할 정도다.

축구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 ‘공한증’이라는 조어가 생길 정도로 중국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한국에서는 강하다. 반대로 중국은 한국을 넘어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어떻게 보면 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를 향해 ‘공포심’을 가진다기보다 ‘시기’, ‘질투’에 가깝다.

특히, 중국 축구계 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지난해 5월부터 중국 공안에 구금된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손준호(산둥타이산) 건으로 국내 축구 팬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더 나빠졌다. 대한축구협회가 경영본부장과 변호사를 중국에 급파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워낙 중국의 사법체계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손준호의 구체적인 혐의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고, 근황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실,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판정 등으로 감정을 붉힌 사례가 많다. 불과 2년 전인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만 봐도 그렇다. 한국 선수들의 무더기 실격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는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중국에 유리한 판정이 나온 게 아니냐’는 여론이 강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반대였다. 쇼트트랙에서 중국 선수들의 불리한 판정이 나오면 ‘한국의 텃세다’라는 중국 내 반응이 전해졌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도, 관계가 좋다가도 나빠지고, 나쁘다가도 좋아졌다. 한국과 중국의 교류는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고, 최대 경제 교역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한·중 관계는 좋다고 보긴 힘들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불편해지고,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더 불편해지고 있다. 과거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고압적인 자세 때문에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아졌고, 정부의 외교 기조에도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

스포츠를 정치적인 의제와 분리해야 한다는 게 스포츠계의 원칙이긴 하지만, 정치·사회적인 문제와 분리해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와는 또 다르다. 스포츠도 사회 현상의 일부분이기에, 사회적인 의제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축구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고, 스포츠를 통해 적대적인 관계를 풀기도 했다. 스포츠에서 나온 이슈로 확대 해석을 할 필요도 없지만, 여러 측면에서 통섭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나온 심판 논란 -사실 논란이라고 하긴 적절치 않다. 논란은 중국 일방이 만들었기 때문이다-을 통해서도 두 나라의 불편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에서 악용되는 건 문제가 있다. 중국에서 나오는 음모론 같은 건 두 나라의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중국의 얼토당토 않는 주장이나 가짜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연구자/ 전 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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