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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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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물가인상분 1645억원 더 달라”... DL이앤씨, 조합·신탁사 상대로 공사대금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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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가 인천 부평 청천2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발주처를 상대로 물가 인상에 따른 추가 공사비 1645억원(자체 감정액)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급계약시 반영하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

'e편한세상 부평 그랑힐스' 투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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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법조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청천2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e편한세상부평그랑힐스) 조합과 무궁화신탁을 상대로 사실상 1645억원을 물어달라는 내용의 ‘공사대금청구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다만 소장에는 5억100만원을 적어냈다. 민사소송의 경우, 소가가 5억원을 초과해야 재판부가 3인 합의부로 구성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5억100만원은 형식상 적어낸 금액”이라며 “자체 산정 결과, 추가 공사비가 1645억원으로 나왔다. 공사비 금액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편한세상부평그랑힐스는 5050가구(일반분양 2902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다. 2020년 7월 착공에 들어가 2021년 1월 분양을 시작했고, 올해 10월 준공했다. 원래 ‘뉴스테이 1호’ 사업장이었는데 2~3년 전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서 일반 사업장으로 전환됐다. 분양가는 3.3㎡(1평)당 1661만원으로, 당시 부평구 평균 시세(1125만원) 대비 50% 정도 높았다. 84㎡를 기준으로 하면 5억950만~5억5242만원 선이었다.

DL이앤씨는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점에서 사업을 발주한 신탁사와 조합이 ‘비용분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팬데믹 사태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측하기 어려운 ‘불가항력적 상황’이 누적되면서 ‘공사비 폭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는 주장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축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8월 118.59에서 올해 8월 150.37로 3년간 26.8% 인상됐다.

이에 따라 도급 계약 시 맺은 물가변동 배제특약(계약 후 물가가 올라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따르면 ‘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특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무효를 충족하는 조건인 ‘계약체결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제3호)’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조합과 신탁사 등 발주처 측은 도급 계약서에 엄연히 물가변동 배제특약 조항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장 계약서에는 ‘본 공사비 산정기준은 2020년 8월이며, 산정기준일 이후 물가 상승에 의한 공사비 조정은 없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로 하는 조항이 민간 공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부당 특약’으로 판단한 판례는 없다. 물가변동으로 인한 증액 공사비를 반영하려면 도급 계약서상 특약 조항 자체를 무효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공사비 증액 문제는 통상 소송이 아닌 중재나 조정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시공사-발주처간 갈등’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KT 신사옥 시공’을 맡은 쌍용건설은 공사비 170억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며 ‘유치권 행사’에 나섰고, 안양물류센터를 시공한 DL건설은 발주처인 LF그룹에 400억 원의 공사비 증액분을 요구해 양측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건설공사비 지수를 반영해 공사비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뜻을 정부 당국에 전달해 왔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 품목조정률 외에 지수조정률 방식도 명시하겠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현재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착공에 들어가고 난 이후 공사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업장들이 여러 곳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적정한 도급 비용을 보장받지 못하면 하도급 체불이나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특약 무효’ 사건에서 시공사 측이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특약 조항을 무효로 만드는 건 법원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자체사업과 분양형 사업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사옥, 공장 등 자체 사업장은 (협의를 통해) 지출 비용을 보전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하지만 시행사 입장에서 분양형 사업은 리스크를 분담하고 적정하게 해지하는 과정이다. 주택은 대부분 선(先)분양한 시점에서 ‘상품’을 판매하는데, 건물을 짓다가 비용이 올랐다고 정산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후분양도 판매가격을 더 높일 수 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했다.

이미호 기자(best22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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