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이 맨체스터 시티 킬러로 거듭나면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 됐다.
손흥민은 지난 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맞대결에서 선발로 나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3-3 무승부에 일조했다.
경기에 앞서 첼시(1-4), 울버햄프턴 원더러스(1-2), 애스턴 빌라(1-2)와의 3연전 모두 역전패하면서 3연패 수렁에 빠진 토트넘은 맨시티 원정에서 천금 같은 무승부를 거두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날 토트넘 4-2-3-1 전형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맨시티 코너킥 공격을 막아낸 토트넘은 곧바로 역습을 진행했다. 이때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중앙선부터 전방으로 쇄도 중인 손흥민을 발견해 앞으로 침투 패스를 넣었다. 공을 잡은 손흥민은 빠른 속도로 페널티 박스를 향해 달렸다.
박스 안으로 들어온 손흥민은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이 슈팅은 맨시티 수문장 에데르송 모라에스 옆구리를 뚫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면서 토트넘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손흥민의 시즌 9호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제골이 터진 지 불과 3분 만에 동점골을 내줬다. 심지어 동점골은 손흥민의 자책골이었다.
전반 8분 맨시티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알바레스가 박스 안으로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다. 이 크로스는 점프한 홀란의 머리를 그냥 지나쳤는데, 뒤에 있던 손흥민의 허벅지를 맞고 그대로 토트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전반 31분 필 포든이 역전골을 터트리면서 토트넘에 4연패 불안감이 엄습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4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한 클럽은 전무했기에, 토트넘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최초로 작성할지 관심이 쏠렸다.
토트넘은 후반전에 저력을 발휘하면서 패배를 면하는데 성공했다. 후반 24분 지오바니 로셀소가 멋진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때 로셀소한테 패스를 한 선수가 손흥민이면서, 손흥민은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맨시티는 후반 36분 잭 그릴리쉬의 다시 앞서가는 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45분 쿨루세브스키가 몸을 아끼지 않는 헤더 슈팅으로 다시 한번 동점골을 만들어 내면서 토트넘은 경기를 3-3 무승부로 마무리.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날 무승부로 맨시티는 승점 30(9승3무2패) 고지에 올랐으나 리그 3위에 위치했다. 토트넘은 승점을 27(8승3무3패)로 늘리면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승점 26)를 제치고 다시 5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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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기기 시작되기 전에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흥미로운 기록을 공개했다. 2016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맨시티 상대로 가장 많은 승점을 챙겨간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다름 아닌 토트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14라운드를 포함해 과르디올라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토트넘을 총 15번 만났다. 15경기 결과는 6승 3무 6패로, 맨시티와 토트넘은 똑같이 승점 21점을 나눠 가졌다.
맨시티는 경기 전까지 토트넘한테 승점을 20점이나 내주면서 유독 토트넘만 만나면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최근 수년간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펼쳐 온 리버풀한테 내준 승점(18점)보다 더 많은 수치이다. 15번째 맞대결인 14라운드에서 3-3 무승부를 거두며 토트넘한테 승점 1점을 추가로 내줬다.
토트넘이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 상대로 많은 승점을 벌 수 있던 비결엔 당연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2016년부터 맨시티와의 리그 15경기 중 13경기에 나와 5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성적까지 포함하면 8골로 늘어난다. 손흥민은 지난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맨시티 상대로 1~2차전 동안 무려 3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리그컵에서도 한 번 만났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지도자 중 한 명인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트넘을 상대할 때 항상 손흥민을 경계하지만, 손흥민은 날카로운 결정력을 과시하면서 여러 차례 과르디올라 감독을 좌절시켰다. 올시즌도 원정 경기임에도 손흥민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맨시티 상대로 승점을 가져오는데 성공하면서 '과르디올라 킬러'라는 걸 증명했다.
맨시티전 뒤 영국 현지 매체는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며 활약을 인정했다. 9점을 받은 쿨루세브스키에 이은 팀 내 2위였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에티하드에서 골을 사랑한다. 에데르송 밑으로 슈팅을 꽂아넣기 전에 쿨루셉스키의 패스를 머리에 맞추며 자기 앞으로 떨궈놨다. 그는 전반에만 몇 차례 아름다운(lovely) 패스를 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매체는 "맨시티의 프리킥이 그의 허벅지에 맞고 굴절되며 자책골로 연결된 건 불행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서 손흥민은 후반에 로 셀소에게 패스하며 도움을 추가했다. 평점 9점을 받아 마땅한 활약이었지만, 불운한 자책골 때문에 8점을 매긴다"라고 했다.
'이브닝 스탠더드'도 같은 생각이었다. 매체는 "손흥민은 선제골 장면에서 눈부신 열망과 기술을 보여줬다. 또한 맨시티 상대 좋은 기록을 이어갔다. 후반에도 로 셀소의 동점골을 도왔다"라며 평점 8점을 부여했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도 손흥민에게 팀 내 최고 평점 8점을 매겼다. 그는 90분 동안 1골, 1도움, 1자책골, 슈팅 1회, 기회 창출 2회, 드리블 성공률 100%(2/2), 볼 경합 승률 100%(4/4) 등을 기록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끝까지 믿음을 갖자고 했다"며 "무승부가 남은 시즌 토트넘에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 선수들과 팀 모두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맨시티는 분명 거대한 팀이며 세계 최고의 팀중 하나지만 축구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는 90분 동안 계속해서 믿음을 갖고 경기를 펼쳤고 자랑스러운 결과를 냈다"고 했다.
손흥민은 선제골을 기록한 뒤 불과 3분 후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를 하다가 자책골을 넣기도 했다.
손흥민은 "그런 상황은 종종 닐어난다. 나는 그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당시 상황은 내가 막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자책골을 넣었는데 좋은 경험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손흥민은 경기 막판 동점골을 합작한 브레넌 존슨과 클루셉스키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멋진 결과를 만들었다. 존슨은 믿어지지 않는 크로스를 올렸고, 평소 헤더 득점이 없던 클루셉스키는 자랑스러운 득점에 성공했다"고 말한 뒤 웃었다.
손흥민은 맨시티 킬러를 확인하면서 '디펜딩 챔피언' 킬러란 새 별명도 얻게 됐다.
글로벌 축구매체 '라이브 스코어'는 4일(한국시간)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서로 다른 4개의 챔피언을 상대로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은 첫 번째 선수가 됐다"라고 보도했다.
'라이브 스코어'는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서로 다른 4개의 챔피언을 상대로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은 첫 번째 선수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에 올랐던 4개의 클럽(첼시, 레스터, 리버풀, 맨시티) 모두 우승을 차지한 다음 시즌에 토트넘과의 홈경기에서 손흥민한테 득점을 허용했다는 의미다.
먼저 첼시가 조세 무리뉴 감독과 함께 2014/15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성공했을 때, 손흥민은 2015/16시즌 36라운드 첼시 원정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2-2 무승부에 일조했다. 이때 무리뉴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시즌 중 경질돼, 손흥민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첼시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2016/17시즌 손흥민은 전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레스터 시티 원정에서도 득점에 성공했다. 심지어 이날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6-1 대승을 이끌었다.
2020/21시즌엔 30년 만에 1부리그 우승에 성공한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 원정에서 골맛을 봤다. 이날 손흥민은 동점골을 터트리며 스코어 1-1을 만들었으나, 토트넘이 후반 추가시간에 극장골을 허용하면서 1-2로 패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시즌을 포함해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한 맨시티 원정에서도 득점을 터트리면서 손흥민은 서로 다른 4개의 디펜딩 챔피언 상대로, 그것도 원정에서 골을 터트린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됐다.
이는 오랜 시간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던 전설적인 공격수 웨인 루니, 해리 케인 등도 못 해본 기록이라는 점이 손흥민의 위대함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올시즌 토트넘 주장이자 9번 공격수로 활약 중인 손흥민은 리그에서 9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 득점 3위에 위치했다. 1위는 현재 14골을 기록 중인 홀란이 차지 중이지만, 홀란이 토트넘전에서 침묵하면서 손흥민은 홀란과의 차이를 5골 차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앞서 축구통계매체 '풋몹'은 맨시티전 전인 3일 "손흥민은 세계 축구에서 최고의 피니셔 중 한 명(one of the best finishers)이다"라며 손흥민의 마무리 능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매체는 "유럽 전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골잡이들은 대부분 슈팅 횟수에 의존한다"라며 "예를 들어, 해리 케인은 토트넘 시절 경기당 평균 4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엘링 홀란도 맨체스터 시티 이적 후 평균 슈팅이 4회에 이르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오넬 메시는 바르셀로나 시절에 평균 5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때 평균 6회 이상 슈팅을 날렸다"라면서 "반면에 손흥민은 2020/21시즌이 시작된 후 90분당 평균 슈팅이 2.45회에 불과했지만, 이 기간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58골을 터트리며 골든 부츠까지 거머쥐었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 여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지금까지 모든 대회에서 386경기에 나와 153골을 터트리렸다. 손흥민을 포함해 토트넘 소속으로 150번째 골을 달성한 선수는 6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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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이적 후 나날히 기량이 성장한 손흥민은 2021/22시즌 리그에서만 23골을 터트리며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거머쥐면서 명실 상부 월드 클래스 스트라이커로 등극했다.
지난 시즌 리그 10골에 그치며 부진한 한 해를 보냈지만 2023/24시즌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부활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여름 이적시장 때 뮌헨으로 이적한 케인을 대신해 지난 9월부터 왼쪽 윙어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하기 시작했다.
9번 공격수 역할을 맡게 된 손흥민은 이후 8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올시즌 손흥민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이 많은 선수는 전 시즌 득점왕 홀란(14골)과 리버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10골) 단 2명뿐이다.
손흥민이 부활한 이유로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의 강점인 결정력을 극대화 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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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토트넘의 7번 손흥민은 여름에 클럽의 주장이 됐고, 케인을 대신해 팀의 부적이 됐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시즌 손흥민을 좀 더 중앙에 배치했고, 그는 13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는 것으로 대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의 혁신적인 전술과 긍정적인 접근법으로 유명하지만, 올시즌 그의 가장 날카로운 결정은 손흥민을 센터 포워드로 바꾸는 것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매체에 따르면 손흥민은 2020/21시즌부터 터트린 58골을 터트렸는데, 이 기간 동안 손흥민의 기대득점(xG)은 불과 41.08골이었다. 기대득점은 결정적인 득점 상황에서 골로 이어질 가능성을 수치로 표시한 것으로, 득점이 기대득점보다 많을수록 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많은 득점을 올렸다는 의미이다.
사진=연합뉴스, 스카이스포츠 캡처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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